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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로컬 리포트 문턱은 낮추고 품격은 높이고
마포문화재단
고영근 대표이사

마포구는 우리나라 최고의 예술과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지역이다.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져 다양한 열기를 발산하는 홍대가 있고, 망원·합정과 연남, 경의선숲길처럼 시대 흐름에 즉각 반응하는 감성적인 문화 지역이 있다. 성미산에는 도시 공동체 마을이 있고, 월드컵경기장과 주변 지역에 들어선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선 오늘도 다양한 K-콘텐츠를 발산하고 있다. 근본인 독립예술부터 상업 콘텐츠까지 모든 예술을 생산하고 실험하며 새롭게 소비하는 지역이 마포구다. 예술의 중심이자 문화의 중심으로서 마포구는 동시대의 문화를 알 수 있는 문화의 실험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보면 마포구는 취약한 문화 지역이다. 홍대를 기준 삼아 서쪽으론 거대한 예술 지역이 있지만, 와우산을 넘어 동쪽에는 일반 주거 지역이 넓게 펼쳐져 있다. 37만 인구가 오밀조밀 모여 살아가는 삶터 마포구, 그렇다면 마포문화재단은 이 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을까?

이번 호에선 지난해 6월 취임한 마포문화재단 고영근 대표이사를 만났다. 삼성 에버랜드를 거쳐 2003년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일한 그는 누구보다 ‘고객’에 충실하다. “업태는 서비스, 종목은 문화서비스”라 말하는 그는 예술 공간에 머무르던 예술의전당을 문화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음악분수와 야외 광장 등 그가 한 작업은 한결같이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어떻게 문턱을 낮춰가고 있을까? 그 전략부터 들어보았다.

취임 이후 9개월간 여러 일을 하셨을 텐데요.

마포문화재단은 설립된 지 20년이 돼갑니다. 오래된 만큼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직원들의 전문성이 높습니다. 또 서울에서 유일하게 공연장과 체육시설을 같이 운영하다보니 재정 자립도도 높고요. 다만 비전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직원들과 비전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머물고 싶은 글로벌 문화예술 도시 마포A Global City of Culture & Arts Where Everyone want to Stay, Mapo”. 중요한 점은 비전을 혼자 세운 게 아니라 직원들이 함께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나가도 이 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만들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은 곧 누군가 머물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러한 비전을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포는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활동하는 지역입니다.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홍대처럼 예술성이 강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마포아트센터 주변으로는 마땅한 예술 환경이나 자원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주민·외국인·일반 관객 등 다채로운 사람들이 모이고 노는, 이른바 ‘아세권(아트센터 세권)’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트센터를 중심으로 일상생활이 이뤄져 삶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요.

역시 예술의전당에서 다양한 고객 개발 활동을 해온 분답게 새롭게 접근하는 것 같은데요.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고려하고 있나요.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문턱을 낮추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예술에 대한 벽. 사실 일반 시민 입장에서 예술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월 네 번째 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해설이 있는 공연을 열어 주민이 좀 더 손쉽게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 최고의 클래식 음악 해설가인 김용배 전 예술의전당 사장님을 콘서트 가이드로 섭외했습니다. 시민을 위해서라면 즐겁게 하겠노라고 선뜻 나서주셨습니다. 또 이 마티네 공연을 위해 ‘오케스트라 M’을 창단했습니다. 전문적인 연주 단체를, 나아가 클래식 음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지요. 아마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주민들의 참여가 급격히 높아지리라 기대합니다.

벌써 기대가 되네요. 주민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 같은데요.

같은 음악이라도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예술은 감동이고 관람은 습관이다”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예술은 경험의 축적이 중요하며, 어떤 예술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는 마포문화재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 질과 다양성을 높이려 합니다. 예전에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마포아트센터 운영 전략을 수정해, 올해부터는 연극이나 무용·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을 유치하려 합니다. 이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을 맡은 고선웅 연출의 신작을 극공작소 마방진과 공동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또 우리 아트센터 상주단체인 극단 공놀이클럽과도 협업하기로 했고요. 4월에는 영국 극작가 데이비드 엘드리지 원작의 <비기닝>, 6월에는 테너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공연할 예정입니다. 또한 무용 장르도 강화해 3월에는 발레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윤별발레컴퍼니의 <갓>을 선보였고, 4월에는 2025년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한 발레리노 박윤재가 출연하는 ABT스튜디오컴퍼니 갈라가 열릴 예정입니다. 소리꾼 이자람의 공연도 준비되고, 8월에는 국악계의 아이돌로 불린 김준수·유태평양이 출연하는 창극 <살로메>도 열립니다. 하반기에는 올해 11년 차를 맞이하는 M 클래식 축제, 그리고 재단이 발굴한 신예 인디뮤지션과 선배 뮤지션의 협업 무대인 <인디스커버리: 페스타FESTA>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국내 최고의 라인업이라 할 겁니다.

장르와 출연진 면면에서 다채롭게 준비하셨네요.

저는 극장의 브랜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딩은 어떤 극장인지를 말해줍니다. 저는 수준 높은 공연을 다양하게 열어 아트센터의 이미지를 만들려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이 쉽게 접근하며 오래 머무르는 공연장을 만들려 합니다. 올해는 마포아트센터 앞 광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어보려 합니다. 그러면 이 광장은 주민들이 쉬는 힐링 공간이 될 것이고, 그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마포아트센터 공연장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주민이 함께 즐기는 아트센터, 말씀드린 ‘아세권’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지역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마포는 홍대를 비롯한 전역에 많은 예술가들이 있고, 트렌디한 문화에 감수성이 높은 다양한 소비층이 형성돼 있는데요. 세부적으로는 각 지역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말씀처럼 마포에는 다양한 예술가가 있습니다. 특히 강한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가는 인디 예술가가 많은데, 제가 꿈꾸는 것은 이들에게 단순한 지원이 아닌 성장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시행하는 프로그램이 ‘인디스커버리’입니다. 인디 음악가를 대상으로 공모해 우수한 팀에게 기회를 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데요. 지난해 400여 팀이 응모했습니다. 이 중 최종 선정된 6팀은 다른 뮤지션과 함께 대형 무대에 서는 한편, 컴필레이션 앨범도 발매했습니다. 올해 ‘인디스커버리’ 사업에 최종 선정된 뮤지션은 <인디스커버리: 페스타>를 통해 국내외 주요 페스티벌에서 맘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한 마포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활발히 활동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특히 서강대·홍대 등 가까이에 있는 주요 대학의 유학생 규모도 상당한 만큼, 외국인의 참여도를 높이는 친화 사업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올해 서강대학교와 MOU를 체결해 우리 재단의 지역민 예술동아리 지원사업을 통해 국제 학생 동아리를 지원하는 등 재단의 각종 프로그램에 외국인이 참여하는 기회를 넓힐 예정입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 도쿄 자치구와 구립 예술단 공연 교류도 논의하고 있어 조만간 그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요즘 주장하는 성장형 예술지원 모델이 이처럼 예술가가 성장하며 자기 기반을 만들어가는 방식인데, 그 모델의 실태를 보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마포는 매력적인 곳이죠. 이 지역의 매력을 배가하기 위해 구상하는 것이 있을까요?

올해는 마포아트센터에서 벗어나 지역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경의선숲길이나 망원·합정·홍대 앞 등 공연할 곳이 많습니다. 단지 아트센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나가 공연하며 주민이나 찾아오시는 분들이 더욱 다양한 예술 체험을 하며 마포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에 따라 마포구민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높아지겠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마포에 책방과 인디 예술가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책방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 마포인데요. 마포구에 소재한 독립책방이 마포아트센터 야외 광장에 모이는 광장 도서 축제 ‘무대 위의 책방’과 마포구 소재 다양한 취향을 지닌 공방이 한자리에 모이는 ‘공방 축제’를 개최하는 등 지역주민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축제를 늘려갈 예정입니다. 저는 자리를 깔아주는 사람이지,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예술은 그분들이 하는 것입니다. 많은 예술가가 마포에서 꿈꿀 수 있도록 저희가 뒤에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기초문화재단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나 서울문화재단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서울문화재단은 열심히 문화예술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각 지역의 성격을 잘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권역별로 묶어 새로운 지역 사업을 계획하더라도 그 세부적인 차이를 고려해 구별 여건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좋겠습니다.

오랜 경험은 철학을 만든다. 그러한 철학은 신념을 만들며, 그 신념이 비전으로 현실화된다. 20여 년간 예술의전당에 근무하며 새로운 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든 고영근 대표는 ‘문턱’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그것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경험은 철학이 돼 이제 마포문화재단만의 비전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여러 새로운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마포문화재단이 도전하는 것은 질 높은 ‘아세권’을 만드는 것이다. 아세권이 지역민에게 어떤 감동을 주고 삶의 질을 높여줄지 많이 기대된다. ‘누구나 머물고 싶은 예술 도시’를 실현해나가는 마포문화재단을 응원한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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