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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9월호

해외는 지금 맨체스터 데이에서 발견한 전진의 미학


맨체스터 시민을 일컫는 고유한 이름 '맨커니언Mancunian'.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노동계급의 기억을 품은 이 도시에서 퍼레이드는 시민을 단순한 구경꾼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거대한 퍼핏과 이동식 구조물은 오직 사람들의 손과 자전거 페달·도르래로만 움직인다. 제작단체 워크 더 플랑크Walk the Plank는 이를 "밀고, 당기고, 페달을 밟고, 재활용하는 행렬"이라 부른다. 시민의 손과 발이 멈추면 거대한 벌과 새, 책장과 배도 단 1미터조차 나아갈 수 없다.

거대한 여왕벌 퍼핏이 세인트 피터스 스퀘어를 지나는 맨체스터 데이 퍼레이드 ⓒManchester City Council

지난 7월 26일 오후 1시, 세인트 피터스 스퀘어에서 550명 넘는 공연자와 25개 커뮤니티 그룹이 함께한 행렬이 출발했다. 선두에는 맨체스터의 상징인 거대한 여왕벌과 일벌, 그 뒤로는 카탈루냐에서 건너온 전통 거인 인형 게간츠Gegants로 만든 자우메 1세와 비올란트 왕비가 머리 위로 솟아올랐다. 홍콩 정크선과 거대한 책장, 멸종위기 동물을 본뜬 구조물이 뒤를 이었다. 거리를 채운 시민은 비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퍼레이드 행렬에 서 있었다. 한국의 부천이나 원주 같은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이자 '독서의 해National Year of Reading'를 선포한 맨체스터답게, 중앙도서관과 퍼레이드 곳곳에는 거대한 책과 동화 속 인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나니아, 윌리 웡카의 이미지가 등장했다. 이날 맨체스터 도심을 찾은 시민은 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2010년 맨체스터시의 커미션으로 시작해 올해 16년의 역사를 맞이한 '맨체스터 데이'는 팬데믹 이후 다채로운 형태적 실험을 거쳤다. 2023년에는 도시 전체를 해변과 댄스플로어로 바꾼 'On Holiday', 2024년에는 도심 체육 놀이터인 'Let the Games Begin!', 2025년에는 미니 퍼레이드와 음악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2026년은 지난 3년간 변주를 거쳐 본래의 대규모 행렬이 온전한 규모로 돌아온 해다. 축제는 과거로 회귀하는 데 머물지 않고, 확장된 광장 공연과 팝업 프로그램을 흡수하며 도시를 관통하는 행렬을 다시 중심축으로 불러들였다.

이 복잡한 조율 과정을 하나의 스펙터클로 조직하는 핵심 엔진이 솔퍼드Salford에 거점을 둔 워크 더 플랑크다. 올해 퍼레이드에는 25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이미 완성된 무대에 출연자로 동원된 것이 아니라, 일 년 전부터 예술가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며 의상과 구조물, 움직임과 음악을 함께 준비했다.

이 구조의 중심에는 워크 더 플랑크의 공동창립자 리즈 퓨Liz Pugh가 있다. 그는 인재 개발 프로그램 '엘리베이트Elevate'를 통해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공공 공간에서 대규모 카니발 예술을 경험하도록 이끌어왔다. 리즈 퓨가 수행해온 작업의 본질은 그가 직접 남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을 특별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

그가 말하는 특별함은 평범한 참가자를 화려한 영웅으로 꾸며 보이는 것이 아니다. 주민이 거대한 퍼핏을 움직이고 횃불을 들고 거리를 걸으며, 자신의 노동이 거대한 집단적 장면에 실제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하는 것. 시민은 완성된 스펙터클의 장식이 아니라, 그 스펙터클을 직접 발생시키는 주체로서 자신을 다시 보게 된다.

올해 맨체스터 데이는 리즈 퓨가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물러나는 '은퇴작'이었다. 퍼레이드 내내 선두에서 퍼레이드를 이끈 그는 마지막 크루 미팅에 일부러 참석하지 않았다. "내가 없어도 우리 팀이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가 전한 이유였다. 2026년 신년 서훈에서 그는 공동 창립자 존 와셀John Wassell과 함께 문화예술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British Empire Medal을 수훈했다. 개인의 명예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모든 예술가와 기술자에게 돌리는 영예"이자 "문화예술을 통해 희망을 키우고 기쁨을 전하며 공동체를 만드는 이들을 대신해 받은 영예"라고 시상식에 선 두 사람은 밝혔다. 이 훈장이 상징하는 것은 화려한 한 편의 작품이 아니라, 30년간 지속돼온 제작 방법론 그 자체다.

물론 맨체스터 데이의 성취를 워크 더 플랑크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워크 더 플랑크가 시민과 관계를 맺으며 축제의 '몸'을 만든다면, 야외예술 국제교류 플랫폼 XTRAX는 그 몸이 도시와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 있는 '혈관'을 구축한다.

이번 축제는 정치·행정적으로도 흥미로운 시의성을 띤다. 맨체스터 데이를 엿새 앞둔 7월 20일, 오랜 기간 광역 맨체스터 시장을 지낸 앤디 버넘Andy Burnham이 영국 총리로 취임했고, 행사를 이틀 앞둔 24일, 맨체스터 도심에 제2 정부 거점인 '넘버 10 노스Number 10 North'가 개설됐다. 행정 권력의 지역 분산이 선언된 그 주말, 시민은 자신의 몸으로 거리의 흐름을 바꾸며 문화적 분권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 우연은 상징적이다.

물론 맨체스터 데이를 공공 재정과 무관한 순수 풀뿌리 운동으로 신화화할 수는 없다. 이 행사는 맨체스터시의 커미션과 공공지원, 잉글랜드예술위원회의 투자, 바르셀로나시와 라몬 룰 연구소Institut Ramon Llull의 지원, 기업 스폰서십과 전문적인 안전 관리 위에서 작동한다. 2025년 행사만 해도 맨체스터 공항 등이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제도가 시민을 프로그램의 소비자로 남겨두는지, 아니면 자원과 기술을 제공해 실제 제작의 주체로 일으켜 세우는지다. 맨체스터 데이의 성취는 공공 제도 바깥에서 기적을 만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일회성 이벤트나 완성된 공연의 유치에 그치지 않고, 공공 자원과 전문 제작 조직, 시민의 시간과 국제 네트워크를 하나의 구조 안에 결합했다는 데 있다.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거대한 구조물들은 시민의 손과 발에 의해 조금씩, 그러나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연대는 이미 완성된 추상적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박자에 맞춰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조금도 전진할 수 없는, 가장 구체적인 노동과 신체의 방식이 된다. 맨체스터의 거리가 보여준 이 전진의 미학은 오늘날 우리가 예술을 통해 어떤 도시와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되묻는다.

이진아 무용이론가·드라마투르그  |  사진 제공 Manchester City 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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