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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9월호

페이퍼로그 또 하나의 전시를 만드는 '해결사'
장래주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 출판기획팀장


미술관 문화재단의 출판기획팀은 어떤 일을 하나요?

출판기획팀은 쉽게 말해 '출판사'와 '서점'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곳입니다. 우선, 일반 출판사처럼 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전시 도록을 비롯한 각종 도서를 기획하고 편집·제작하며, 발간된 도서를 알리는 홍보 업무까지 담당합니다. 또 하나는 미술관 내 '미술책방'에 관한 일입니다. 매달 책방에서 소개할 우수한 도서를 발굴해 위탁 입고·관리하고, 책방 공간을 활용해 미술관 도서와 관련 서적을 좀 더 다채롭게 소개할 수 있는 행사와 프로그램도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권의 도록이 완성되기까지 출판기획팀은 어떤 역할을 해나가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도록을 '또 하나의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3차원 공간에 구현된 전시를 2차원의 책이라는 물성으로 다시 풀어내는 작업이죠. 물론 전시에서 보여주지 못한 자료나 이야기가 도록에 새롭게 담기기도 하므로 완전히 동일한 결과물은 아닙니다. 도록 제작 과정에서 출판기획팀은 담당 학예연구사의 러닝메이트이자 페이스메이커가 됩니다. 먼저 학예연구사에게 전시의 구성과 기획 의도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책의 판형과 디자인, 지류, 수록할 콘텐츠 등을 함께 고민합니다. 전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도록에서 소개하면 좋을 자료가 무엇인지도 살펴보고요. 전시를 책이라는 물성으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추천도 하고, 도록 구성이 정해지면 원고와 작품 이미지, 각종 자료를 취합하고 검토하면서 전체 제작 일정을 관리합니다. 실제로는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상황에 맞춰 계속 일정을 조정해야 하죠. 결국 한 권의 도록은 학예연구사와 작가, 필자, 디자이너, 인쇄·제작 업체까지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드는 결과물인 셈입니다.

여러 사람과 협업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이 책이 누구에게 가는가'를 생각합니다. 전시 담당자와 작가·연구자·디자이너부터 컬렉터와 애호가까지 다양한 사람이 책을 접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으려 합니다. 그 사이에서 좋은 매개자가 되려고 노력하고요.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면 모두가 조금씩 얻고 양보할 수 있도록 조율합니다. 특히 책을 만드는 일은 한 사람의 작업이 다음 사람에게 계속 이어지는 과정이기에 항상 '끝에 있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다음 단계의 사람이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자료와 일정을 잘 정리해 넘겨야 합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지만, 매번 새로운 전시와 사람을 만나 '이번에는 어떤 책이 나올까'를 기대하는 과정 자체가 이 일의 큰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편집기획자로서 일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사실 작업 과정은 꽤 고됩니다. 빠듯한 전시 개막 일정 안에 책을 발행하려면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원고를 마주해야 할 때도 있죠. 그럼에도 새로운 책을 만들기 위해 학예연구사들과 모여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무척 설레고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원고를 검토하거나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이 좋습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책에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니더라도 더 찾아보곤 하는데요. 그렇게 호기심을 따라가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울 때면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자료와 사실관계를 하나씩 확인하면서 탐정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한때 도록은 미술 애호가만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독자층이 많이 넓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출판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미술책 시장은 사뭇 다른 흐름을 보입니다. 미술 애호가나 컬렉터뿐 아니라 전시를 즐기는 관람객이 늘면서 미술 관련 책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지요. 전시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생긴 궁금증을 도록을 통해 더 깊이 알아가려는 분도 많아졌습니다. 미술책방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책도 전시 도록입니다. 작품을 직접 소장하기는 어렵지만 도록은 다릅니다. 책을 사는 일이 작품을 소장하는 경험을 어느 정도 대신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팔리는 도록을 만들고 싶다'는 것을 목표로 두고요. 고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책 한 권을 소장하면서 하나의 예술을 품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런 이유로 도록은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의 물성도 중요합니다. 전시의 방향과 기획 의도를 어떤 디자인과 물성으로 구현할지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온라인으로도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종이로 된 도서가 여전히 지닌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미술계에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실험하며 전시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 전시 관람객이 늘고, 도록 판매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온라인에서의 경험이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소장하려는 욕구로 이어진 게 아닐까요? 온라인 매체로도 충분히 책을 읽고 전시를 감상할 수 있지만, 아직은 종이책을 통해 소통하려는 비중이 훨씬 큽니다. 책은 전시 작품과는 또 다른 물성을 지니고 있고, 그 물성이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해요. 내용을 읽는 것을 넘어 한 권의 책을 손에 쥐고 간직하는 경험 말입니다. 미술책방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슬로건이 '컬렉션의 시작, 책을 소장하세요'였는데요. 책 자체도 하나의 컬렉션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여전히 유효한 듯합니다.

미술책방에서는 흥미롭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2019년 문을 연 미술책방은 미술계에서 만들어지는 좋은 책을 소개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했습니다. 독립출판사나 작가·기획자가 만든 좋은 책 가운데는 대형 서점에서 충분히 소개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거든요. 개관과 함께 음악가·무용가·디자이너·작가 등 다양한 문화예술인과 북토크나 낭독, 음감회, 워크숍 등을 진행했고, 디자인 스튜디오 신신과 함께한 '윈도우 프로젝트'를 통해 책의 물성을 책방이라는 공간으로 확장해보기도 했지요. 책방의 시그니처가 된 알록달록한 창문은 그때의 작업으로 완성됐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출판사와 협업하며 미술책방의 역할을 더 넓혀가고 싶습니다.

출판기획팀과 미술책방이 계획하고 있는 앞으로의 일들이 궁금합니다.

소장품을 비롯해 미술관이 가진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책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특히 한국미술을 연구자를 위한 전문적인 언어로만 다루기보다 일반 대중도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책으로 소개하고 싶어요. 이미 잘 알려진 작품뿐 아니라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아직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작품을 발굴해 알리는 책도 만들고 싶고요. 미술책방 역시 다양한 출판사와 협업하며 미술책을 만드는 여러 주체가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역할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팀장님께서는 어떤 편집 기획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책 한 권은 결코 한 사람의 힘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학예연구사와 작가, 필자, 디자이너, 인쇄소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아야 비로소 세상에 나오죠. 편집기획자는 각자의 역할을 매끄럽게 연결하고, 진행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걸림돌을 풀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함께 작업하는 이들이 각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좀 더 수월하게 자기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해결사'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라면?

"모든 책에 저마다의 우여곡절이 있어요. 당장 떠오르는 건 가장 최근에 작업을 마친 서도호 작가의 개인전 도록입니다. 72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라 런던의 작가 스튜디오에서도 전시 개막에 맞춰 출간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 했는데, 결국 개막 일정에 맞춰 무사히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가장 힘든 책은 가장 최근에 끝낸 도록인 것 같아요. 아마 다음 도록을 마치고 나면 또 그 책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게 되지 않을까요?(웃음)"

『서도호』 195×264mm, 720면 | 국립현대미술관 발행 | 2026년 8월

박채림 [문화+서울] 에디터  |  사진 Studio K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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