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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7월호

페이퍼로그 감상을 넘어 경험하고 기억하도록
오예담 국립국악원 장악과 관객개발팀 마케터


국립국악원 장악과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계시지요.

장악과는 국립국악원의 공연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부서입니다. 저는 그중에서 공연 홍보와 관광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어요. 쉽게 말해 좋은 공연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입니다. 공연 홍보 전략을 수립하고 콘텐츠와 프로모션을 기획하며, 관객이 공연을 더욱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관광 마케팅은 공연 분야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국립국악원은 우리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기관인 만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악을 문화관광 콘텐츠로 소개하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서울관광재단 등과 협력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국내외 트래블 마켓 등에 참가해 국립국악원의 공연과 콘텐츠를 알리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기관 마케터로서 국악 분야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대학교까지 거문고를 전공했습니다. 연주자의 길을 걸으며 무대에 서는 일도 좋아했지만, 문득 공연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더라고요. 연주를 넘어 국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객과 연결할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문화예술경영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국악을 선택했다기보다 결국 가장 익숙하고 좋아하는 분야로 돌아온 것 같아요.

말씀대로 국악은 여전히 일부 대중에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장르입니다.

국악은 '전통음악'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폭넓은 매력을 가진 장르입니다. 제가 4년째 홍보를 맡고 있는 <토요명품> 공연만 봐도 처음 공연을 본 관객이 다음번에는 가족이나 친구·외국인 지인을 데리고 다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운 공연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국립국악원에서는 종종 "국악 공연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데요. 그만큼 국악은 한 번 접하면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국립국악원의 마케팅 방식도 많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악이 어렵고 낯설다는 인식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연 자체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공연의 배경과 맥락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출연진과 제작진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소개하기도 하고, 공연에 담긴 숨은 이야기와 전통문화의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연 관람을 넘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요소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공연 전후 다양한 참여형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전통의상을 입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굿즈 역시 관객 경험을 확장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과거에는 공연을 감상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공연을 경험하고 기억하며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데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해외 관광객 대상 마케팅도 담당하고 계시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요?

2023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한 '코리아 유니크 베뉴Korea Unique Venue'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이 사업을 통해 해외 여러 도시에서 국악을 알리는 쇼케이스를 진행했는데요. <토요명품>과 국립국악원 연주단의 대표 레퍼토리를 공연장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선보일 기회를 얻었습니다. 시민이 자유롭게 오가며 공연을 즐기고 호응하는 모습을 보며 국악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특히 K-콘텐츠를 접해본 해외 관객들은 'K-콘텐츠의 뿌리가 여기 있었구나' 하고 말씀해주시는 경우가 많더군요. 낯선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한국 문화의 근원을 이해하고자 하는 관심이 느껴져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해외 관객의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계시군요.

과거에는 전통예술에 대한 막연한 관심으로 국악을 접했다면 최근에는 구체적인 궁금증으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많습니다. BTS 슈가의 <대취타>를 듣고 그 원형이 되는 음악을 찾아보다가 국악 공연을 보러 오는 분도 많고요. 소비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한때는 퓨전국악이나 크로스오버처럼 다른 장르와 결합된 형태로 국악을 접하려는 흐름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오히려 전통 본연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종묘제례악처럼 전통의 고유한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연에 관심을 보이는 분도 늘었습니다.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악 역시 전통예술 장르를 넘어 한국 문화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홍보 업무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당장 성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의 반응을 마주할 때면 이 일이 가진 의미를 다시 느끼게 됩니다. 저는 담당하는 공연이 있으면 가능한 한 객석에서 관객과 함께 공연을 보려고 하는 편인데요. 공연을 보기 전과 후의 표정이 달라지는 순간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처음 공연을 본 관객이 가족이나 친구를 데리고 다시 찾아오거나, 공연이 정말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도 큰 힘을 얻습니다.

국립국악원은 공연뿐 아니라 다양한 관객 이벤트와 굿즈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굿즈는 핀배지입니다.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와 악기를 모티프로 제작했는데, 이를 모으기 위해 공연장을 꾸준히 찾는 관객도 있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은 <토요명품>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굿즈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국악과 전통예술은 굿즈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가 매우 풍부합니다. 악기와 의상·문양·악보 등 다양한 요소 덕분입니다. 최근에는 전통무용 의상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이나 전통 춤사위를 형상화한 생활소품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연과 전통문화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는 상품들을 꾸준히 선보이려 합니다.

국립국악원 공연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들려주세요.

매주 토요일 열리는 국립국악원 <토요명품>은 정악과 민속악·무용 등 국악의 다양한 장르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대표 상설 공연입니다. 주마다 프로그램이 달라 공연마다 새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는데요. 국악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도 자연스럽게 공연을 즐기며 자신만의 흥미로운 장르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입문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마케터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마케터는 단순히 공연을 알리는 사람이 아니라 관객의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공연을 보러 오기 전에는 기대감을 만들고, 공연을 보는 순간에는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정 전체를 고민합니다. 무엇보다 공연을 계기로 전통문화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국악을 쉽고 친근하게 소개하면서도 전통이 가진 본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균형을 지켜가고 싶습니다. 공연 한 편이 누군가에게 전통문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국악과 관객을 연결하는 마케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박채림 [문화+서울] 에디터  |  사진 Studio K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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