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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8월호

인사이드 기술이 예술을 깨울 때, 린츠에서 응답했다
언폴드엑스 17년, 발굴에서 진출까지


세계 미디어아트의 최고 권위인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에서 한국 작가 두 팀이 나란히 호명됐다. 6월 22일 발표된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2026 수상자 명단에 '우주+림희영'과 이정우가 나란히 오른 것. 106개국에서 4,329점이 출품된 경쟁이었다. '우주+림희영'은 인터랙티브 아트 플러스Interactive Art +, 이정우는 뉴 애니메이션 아트New Animation Art 부문에서 각각 영예상Honorary Mention을 받았다.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디지털 예술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1979년 시작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을 모태로 1987년 출범해 해마다 가장 혁신적인 미디어아트를 가려왔다.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 작가는 지금까지 손에 꼽힌다.

두 수상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지난해 서울문화재단 융합예술지원사업으로 발굴돼 제작 지원을 받았고, 언폴드엑스Unfold X 2025에서 신작을 처음 공개했다. 그 작품이 곧장 해당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을 품에 안은 것이다. '우주+림희영'의 <새는 없다>는 하얀 모래 위를 새 모양의 기계 장치가 원을 그리며 걷는 키네틱 작업이다. 이정우의 <씌여진 영화, 씌여질 역사>는 한국 최초의 독립 서사영화 <자유만세>1946를 복원했다. 정치적 검열로 삭제된 장면을 대본에 근거해 AI가 되살렸고, 스크린에는 알고리즘의 편향을 가한 우스꽝스러운 '기술적 검열'이 함께 걸렸다.

언폴드엑스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융합예술 지원·발표 플랫폼이다. 재단이 작가를 발굴하고, 제작을 지원하고, 축제로 발표한다. 발굴에서 발표까지 한 흐름으로 잇는 구조다. 기술이 예술을 자극하고, 그 자극이 새로운 예술을 낳기 바라는 자리에서 출발했다.

주목할 부분은 성과의 축적이다. 김아영은 서울문화재단 지원으로 제작한 '딜리버리 댄서Delivery Dancer' 연작으로 2023년 최고상인 골든 니카Golden Nica를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같은 해 언폴드엑스 2022 출품작으로 상희가 특별상Award of Distinction을, 2025년에는 세 차례 서울문화재단 융합예술지원을 받은 후니다 킴이 영예상을 받았다. 김아영의 경우 2025년 한국 작가 최초로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고, 독일 함부르크 반호프Hamburger Bahnhof와 뉴욕현대미술관MoMA 분관 PS1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지원이 수상으로, 수상이 세계 무대로 이어졌다.

언폴드엑스의 뿌리는 2010년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전이다. 2014년 다빈치 크리에이티브를 거쳐 지금의 이름에 닿았다. '기술에 영감을 주는 예술'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한국을 대표하는 융합예술 축제로 자리잡았다. 언폴드엑스 2026은 11월 26일 문화역서울284에서 막을 올린다. 한 단계 도약을 만날 듯하다. 북미 아트앤테크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 겸 기획자 알랭 티보Alain Thibault를 예술감독으로 임명했다. 국내 신작 12편과 해외 초청 10여 팀이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창작자의 도전을 격려할 서울융합예술상(가칭)도 신설된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이번 수상은 K-아트의 위상을 입증하는 성과"라며 "고도화된 지원 체계를 바탕으로 국제적 도약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수상자들은 9월 린츠에서 열리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2026에 공식 초청된다. 그중 한 팀인 '우주+림희영'(2004년부터 유병준과 임희영이 함께 작업해온 듀오)을 만났다.

우주+림희영, <새는 없다>, 2025, 언폴드엑스 전시 전경

"기술은 감춰져 있기를 바란다"
우주+림희영
팀 이름이 독특하다.

임희영 2004년부터 함께 활동했다. 공모전 제출 서류를 쓰느라 부랴부랴 만들어진 이름 같다. 다만 '우주'라는 단어를 팀명에 넣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은 또렷하다. 오래 같이하다보니 이제는 굉장히 얽혀 있는 상태가 됐다. 각자 끊임없이 서로의 빈틈을 메워주고 있다.
유병준 지금 생각하면 오그라들지만, 20대 때는 나름 진지했다. 내 안을 보기보다 내가 모르는 바깥세상을 알아가다보면 결국 나를 찾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를 뺀 나머지 전부를 한 단어로 하면 '우주'더라. 이 단어 특유의 B급 감성도 좋았다.

수상 소감을 듣고 싶다.

임희영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공모는 작품 노출을 조금이라도 더 하기 위해서 참여한 것이었다. 몇 년 전 맨체스터 전시에서 만난 런던 작가에게 이건 무료 홍보 기회니 활용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막상 수상하니 기쁘고 신기할 따름이다. 0.01점 차이로 어쩌다 얻어걸린 건 아닌가 하는 상상도 잠깐 했다. 이번 수상작으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에서 1년 전시 제안까지 받았다. 준비할 것이 많다. 걱정 반, 설렘 반이다.

수상작 <새는 없다>는 어떻게 태어났나.

임희영 새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산책길의 참새·박새·직박구리·까치·까마귀, 봄여름의 제비, 겨울 철새. 기특하고 경이롭고 귀엽고 존경스러운 존재들이다. 한겨울 눈 위에 찍힌 앙증맞은 새 발자국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느낌을 작품에 쓸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머릿속에 넣고 몇 년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렸다. 늘 품고 있던 자연에 대한 죄책감과 결합하면서 지금의 작품으로 마무리됐다.
유병준 처음에는 발자국을 남기는 설치였다. 그러다 무인도에 살던 날지 않는 새가, 인간이 개입하면서 멸종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섬에 발자국을 지우는 기계가 있었다면 그 새는 멸종하지 않았을까. 남기는 기계와 지우는 기계가 함께 있는 구조로 아이디어가 확장됐다. '새처럼 걷는 기계'는 고독해 보이기를, '지우는 기계'는 모래 위 흔적을 없애는 자동화 장치이기를 바랐다. 물리적으로 작동시키는 방법은 실제로 만들고 테스트하는 것뿐이었다. 설계와 재료 변경, 프로그래밍, 분해와 조립이 반복됐다. 기술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다. 기본적인 모터 제어다.

전작 <Song from Plastic>에서부터 이어지는 인류세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읽힌다.

임희영 인류세나 환경 문제에 관한 특별한 철학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작업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인간을 생각하다보니 환경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뿐이다.
유병준 돌이켜보면 10년을 주기로 흐름이 바뀌었다. 초기 10년은 인간의 욕망과 꿈과 판타지를 다뤘고, 2015년 이후 10년은 인간의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직설적으로 다뤘다. 기계의 역할에서도 그 변화가 드러난다. 초기의 기계는 실현 불가능한 기능을 마치 해낼 것처럼 '보여주는' 데 머물렀다. 이후의 기계는 오브제와 결합해 기괴하고 새로운 움직임을 '실제로 구현한다'. <Song from Plastic>도 인간 문명이 남긴 플라스틱 쓰레기에 소리를 새기고 재생하는 실제 기능의 장치다. 인간이 지구에 남기는 흔적은 무엇이고,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묻고 싶었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해가는 요즘, 인간의 위치와 가치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가장 크다.

진화하는 기술을 어떻게 따라잡나.

임희영 따라잡을 수 없다. 너무 빨라서 포기한 지 오래다. 오히려 기술은 최소한으로 쓰고 작품의 이야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화려한 테크닉을 구사하지는 못해도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작업의 방향이란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자기가 알아서 나아가는 것 같다. 우리가 방향을 이끌 때도 있지만, 방향이 우리를 이끌 때도 있다.
유병준 지금까지 발표한 작업은 기술적이라기보다 대단히 물질적이고 피지컬한 방식을 취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으로 어떤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할 것인지에 있다. 기술이 작품 안에서 최대한 감춰져 있기를 바란다. 전면에 드러나기보다 눈에 보이는 시각적 요소와 자연스럽게 녹아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계속 나아갈 태도다.

마침, 최근 미디어아트 특화 미술관인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에서 작품들을 선보였다.

유병준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 특별전에 초기작 <사랑의 타워_사랑에너지증폭장치>2008와 <분홍색 기계>2019, 그리고 신작까지 세 점을 내놓았다. 신작 <심박신호를 이용한 과자포장 개봉 장치>는 '신체의 정보화'라는 전시 콘셉트에 맞춰 제작을 의뢰받은 관객 참여형 장치다. 네 명이 함께 참여해야 작동한다. 각자 어깨에 심박 센서를 차면 중앙의 기계가 네 사람의 심박이 동시에 발생하는 순간을 센다. 심박이 연속해서 일치하면 3단계 구동을 거쳐 과자 봉지가 열린다. 과자는 참여자들이 나눠 먹는다.
임희영 봉지 하나 뜯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 인간의 생체 정보와 기술이 결합된 복잡한 시스템이 극히 사소한 목적에 쓰이는 상황을 풍자하려고 고른 소재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묻고 싶다. 그것이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가, 효율과 편의만을 위해 불필요한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Song from Plastic>, 2022 / <춤추는 가면_어둠먹는 기계>, 2011, 댈러스 AT&T 공연예술센터 2016년 전시 전경

<Machine with Tree>, 2020

조상인 서울경제 문화부 미술전문기자, 『살아남은 그림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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