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인간다움의 본질로서 예술,
서울문화예술교육 3.0 킥오프 세미나
서울문화예술교육 3.0 킥오프 세미나에 참여한 연사들
지난 5월 22일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에서 서울문화예술교육 3.0 킥오프 세미나가 열렸다. '기술시대 시민주도 도시문화의 미래'라는 주제 아래 서울문화재단, 서울AI재단, 카이스트, 암스테르담 문화국, 도쿄역사문화재단이 함께한 이 자리에 문화에서 AI까지 다채로운 이야기의 판이 펼쳐졌다.
암스테르담과 서울, 문화와 기술의 정책이 교차할 때첫 번째 세션 '정책: 도시x문화xAI'는 문화와 기술 분야의 정책 주체가 함께 그려야 할 도시의 미래 비전과 정책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아라프 아마달리Araf Ahmadali 암스테르담시 문화예술국장은 닌야 코르스Ninja Kors 암스테르담 예술기금의 정책개발자문위원과 함께 '문화 참여에서 문화 주체성으로From Cultural Participation to Cultural Agency'라는 제목으로 암스테르담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2017년 세계도시문화포럼WCCF 서울 서밋 이후 약 10년 만에 문화사절단 13명을 이끌고 서울을 다시 찾았다. 글로벌 문화도시로서 암스테르담과 서울이 AI 시대에 함께 인식하는 문화정책의 당면 과제와,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설정한 정책 기조에 대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암스테르담 자이도스트Zuidoost 지역에서 진행된 대규모 도시재생 프로젝트 등을 통해 시민 참여를 핵심 가치로 여기는 '암스테르담 예술기본계획 2025-2028'의 실천 사례가 소개됐다. 그는 시민이 단순한 문화 참여자가 아니라 공동 창작자로서, 공동체 안에서 문화 재생산의 주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술교육정책이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주성환 서울AI재단 AI혁신사업본부장은 '데이터와 AI가 만드는 서울의 시민문화'라는 제목으로, AI 기술과 문화정책이 결합해 삶의 질과 도시의 쾌적함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숫자를 세는 것에서 감정을 읽는 것으로"의 전환을 얘기했다. 도시 문화를 획일화하는 빅마더big mother 매체가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취향과 감각을 발견하고 예술가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AI 기술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서울AI재단에 상주하는 MIT 센서블 시티 랩MIT Senseable City Lab의 '트리피디아Treepedia' 사례처럼,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통해 시민 문화생활의 흐름을 읽고 반영해 좀 더 시민 친화적인 문화도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두 기관이 올해 3월에 디지털-문화-매력도시를 향한 MOU를 체결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시대 시민주도 도시문화의 미래"이어 두 번째 세션 '사례: AIx예술x시민'은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한 실천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첫 번째 사례 발표자로 나선 메이 시마다Mei Shimada 도쿄도역사문화재단 CCBTCivic Creative Base Tokyo 프로그램 디렉터는 '도시는 상상력을 요구한다: 시빅 크리에이티비티와 더 나은 도쿄'라는 제목으로 CCBT의 설립 배경과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 CCBT는 기술을 활용한 예술 기획으로 도시에서의 삶을 주체적으로 바꾸는 시민의 창의적 활동 거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예술가를 지원하는 '아트 인큐베이션' 외에 '만들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기: 인공세포 레시피Make, Think, Talk: Artificial Cell Recipes' 같은 시민 참여형 워크숍과 캠프 프로그램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어서 지난 4월 서울문화재단과 MOU를 체결한 카이스트 아트앤테크놀로지센터KATEC의 최도요 선임연구원은 '씨네 포레스트: 동화動花'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는 숲이라는 일상 공간이 AI와 영상·사운드·오케스트라·시민 참여가 결합된 퍼포먼스로, 총체적 감각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환경으로 재구성된 사례였다. 두 사례는 시민의 창조성과 문화적 주체성이 AI 기술의 홍수 속에서 퇴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기 삶의 공간을 바꾸고 예술 창작에 깊이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함을 말해준다. 그것은 '서울문화예술교육 3.0'이 그리는 정책의 역할과 상통하는 것이다.
세 번째 세션 '토론: 예술x기술x정책'은 백선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제자 전원과 청중을 아우르는 자리로 진행됐다. AI 시대에 지켜야 할 인간다움은 무엇인지, 문화적 주체성에 근거한 시민문화와 예술교육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문화정책부터 AI 기술까지 폭넓은 논의 결과는 서울문화예술교육 3.0을 위해 함께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로 종합됐다.
지난 5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에서 진행된 어린이·가족 예술축제 '톡톡'
때마침 올해는 국내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20년 차가 되는 해다.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2006년 6월 29일 본격적으로 시행(2004년 12월 법안 발의)된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근거해 집행된다. 법 제3조에 "모든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창조력 함양을 위한 교육을 지향"한다고 명시된 문화예술교육의 기본 원칙에 따라,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창의예술교육AiE: Art in/is Education'에서 '사회예술교육AiC: Art in/is Community'으로 전개됐다. 현재 중앙정부의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은 "누구나, 더 가까이, 더 깊게 누리는 K-문화예술교육"을 목표로 한다. 이에 대응하는 서울시 문화예술교육 기본계획은 "시민의 생활 속 문화예술교육 향유와 주체적인 참여"(제1차, 2018~2022), "일상 속 어디서나 누리는 예술교육"(제2차, 2023~2027)을 목표로 집행됐다.
서울문화재단은 창립 원년인 2004년부터 청소년 예술 활동 지원으로 예술교육사업을 선도해왔다. 22년이 지난 2026년 현재는 예술교육사업이 시민문화본부 내 5개 권역별 문화예술교육센터 체제로 정착했다. 각 센터는 시각예술(양천)·도시 문학(용산)·음악(서초)·전통예술(강북)·무용(은평)이라는 예술 장르별 프로그램 특화 전략을 추구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구현되는 모습은 더 이상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정책 용어가 떠오르는, '교실' 안에서 '강의' 형태로 진행되는 예술 실기 교습이나 인문학 강의가 아니다. 헤르만 헤세의 음악 에세이를 함께 읽는 어른들의 클래식 음악 감상회부터 어린이들의 취타대 행진, 아이들의 몸짓을 공동 창작의 과정으로 풀어내는 몸놀이 수업, 미술가와 아이들이 함께 교실 모든 벽을 그림으로 채우는 공간 드로잉, 자기 인생 이야기를 노래로 만드는 작곡 클래스까지 다양해진 오늘의 현장은 과거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법정 용어에 담겨 있던 모습과는 다르다.
'문화예술교육 3.0'을 계획하는 정책가가 기존 언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개념으로 새로운 정책을 적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시민문화본부로 새롭게 편제된 서울문화재단의 예술교육사업의 전략은 '문화행복도시 서울'에서 '예술을 나의 취향으로 깊게 이어주는 서울문화예술교육'으로 설정했다.
서울문화예술교육 3.0을 향한 질문제2차 서울시 문화예술교육 기본계획(2023~)은 2027년 만료된다. 이번 세미나는 2027년에 새로 수립할 제3차 서울시 문화예술교육 기본계획이 고려할 시대 변화와 철학적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 기획됐다. 바야흐로 AI 문명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논의와 협력을 '시작(킥오프)'하는 자리였다. 특히 예술과 AI 기술을 매개로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행동 변화를 이끄는 사례와 가능성을 공유하며, 인간적이고도 매력적인 글로벌 문화도시의 미래 전략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인 것이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가르치는 '교육education'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에 맞춰 예술 현장을 체험하고 문화창조의 주체로서 깊게 '참여engagement'하도록 기회와 환경을 지원하는 역할을 지향해야 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번 '서울문화예술교육 3.0 킥오프' 세미나를 시작으로, 서울AI재단과 카이스트를 비롯한 국내외 파트너들과 협업해 담론을 개발하며 이는 2026년 11월 진행될 포럼과 이듬해 3월 발행될 총서로 종합 정리할 예정이다. 이렇게 종합된 정책 담론은 제3차 서울문화예술교육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서울시에 제출되며, 2027년 서울문화재단의 예술교육 사업에 먼저 반영될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제3차 서울문화예술교육 기본계획(2028~2033)이 필요한 시점에서, 바야흐로 일상에 스며든 AI 기술이 우리 인간의 사고와 감각, 그리고 문화적 주체성을 퇴화시키고 있는 상황에 주목한다. AI는 인간의 '혼자 생각할 용기'를 퇴화시키며 스스로 문명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온라인 세상에는 AI가 만들어내는 의미 없는 이미지 쓰레기들AI slop이 넘쳐나고, 그것들을 생성하느라 데이터센터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는 녹아내리고 있다. 이에 반발해 AI 생성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또 다른 인간적 트렌드로 부상했다. 하지만, 프롬프트 놀이에 빠진 인간의 문화 창조력은 '뇌 썩음Brain rot'과 함께 도태된다. 이번 세미나는 이처럼 AI 기술이 인간의 문화적 주체성에 미치는 변화를 우려스럽게 파악하며, 이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새롭게 조망하고자 했다. 스스로 문화를 재창조하는 힘을 잃어버린 시민이 사는 도시가 '매력적인 문화도시'가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인간이 기계와 다른 문화적 존재로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인간다움의 본질로서 예술AiH: Art is Human'의 가치를 주목해야 함을 강조한다. 생존을 위해 예술하는 기술을 개발한 '호모 심볼리쿠스Homo Symbolicus'를 주창한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나 인간의 본성이 예술로 통한다고 '오지五至'를 주장한 공자와 같은 철학자들의 주장이 이를 지지한다. 『느낌의 진화』(안토니오 다마지오 저)와 『지능의 기원』(맥스 베넷 저)을 밝히는 과학자들의 발견도 '몸의 느낌'과 '취향'에 기반한 문화예술 행위를 인간 진화와 문명적 성취의 기원으로 해석한다. 이제 AI와 구별돼야 할 인간의 특성은, 이미 기계에게 추월당한 '뇌로 생각하기'보다 몸으로 느끼고 손으로 만들고 의미를 지어내는, 즉 '예술하는 본성'이라고 주장해본다. '서울문화예술교육 3.0'을 향한 걸음은 이런 인간다움에 대한 믿음 위에 내딛고 있다.
나는 예술한다, 고로 인간이다Artem facio, ergo homo sum.
-인간다움의 본질로서 예술AiH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취타대의 행진 모습
글 김해보 서울문화재단 시민문화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