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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0월호

흰 도화지 위에 강북의 문화를 함께 그리는
서강석 강북문화재단 대표이사

강북구는 1995년 도봉구로부터 분구된 자치구다. 북한산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4.19 혁명의 기억을 품은 지역으로 오랜 시민사회 운동을 이끈 아카데미의 역사가 있고, 삼각산 마을과 전통시장을 배경으로 다양한 축제와 예술 활동이 펼쳐지는 지역이다.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도 예술가가 많이 거주하는 강북구. 그곳에서 재단법인을 이끌며 문화를 일궈가는 사람은 누구일까.

군포와 하남에서 문화재단을 이끈 서강석 대표는 여러 경험을 쌓은 사람이다. 안양에서 노동 교육연구실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축제 감독도 했다. 여러 경험 속에서 낮은 자세로 세상의 말을 들을 줄 알고,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늘 듣는 판소리에 귀명창이 됐고, 군포문화센터와 재단을 운영한 경험을 통해 예술교육과 공연장 운영에 눈을 뜬 사람, 그는 과연 어떤 철학으로 강북구의 문화와 예술을 이끌어 가고 있을까.

불과 3명으로 출발한 강북문화재단은 2025년 현재 23명 구성원의 조직이 됐다. 지난해에는 ‘서울문화투데이’가 주관하는 문화대상 예술경영 부문을 수상했고, 올해는 지역상생·문화동행 페스타에서 강북문화재단이 주관하는 3년 차 축제인 ‘강북Festa’가 지역문화 우수사례상을 받았다. 또한 올해 강북구립시니어합창단은 제12회 전국골든에이지 합창경연대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아주 작은 자치구 조직에서 빠른 속도로 지역을 선도하는 문화재단을 만든 사람, 2022년 11월 임명돼 8월 10일부로 취임 1천 일을 맞은 서강석 강북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만났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강북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맡고 계십니다. 곧 3년이 되는데, 소감과 소회가 궁금합니다.

얼마 전 1천 일이 됐습니다. 사실 저는 몰랐는데, 직원들이 다 함께 축하해줬고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른 것 같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지 2년 8개월 됐는데, 그때 직원이 13명이었거든요. 지금은 용역으로 일하시는 분들까지 모두 합치면 28명입니다. 직원들이 많이 늘었지요.

지난 시간 어떤 기분으로 일하셨습니까? 중점으로 일한 부분을 중심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초대 이사장(현 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장)께서 제가 강북으로 간다고 하니까 “강북은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심정으로 일하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정말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심정으로 일했습니다. 부임 첫해엔 강북문화재단의 위상과 역할을 높이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고요, 두 번째 해엔 강북 문화 도약기로 잡았습니다. 도약의 토대를 만드는 데 집중했고요, 올해는 본격적인 도약기, 내년은 확산기로 잡았습니다. 목표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일했고, 그래서 2023년과 2024년 재단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속 2년 기관평가에서 가 등급(탁월)을 받았습니다.

정말 빠른 속도로 재단을 발전시킨 것 같습니다. 재단이 빠르게 자리잡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구청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순희 구청장께서는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재단에 운영을 믿고 맡기는 편입니다. 도시관리공단이 운영하던 강북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도 재단에 맡겼습니다. 또한, 구청 문화관광과와 소통도 아주 잘 됩니다. 서로 믿고 함께하는 것이지요. 단적인 예로 재단이 2023년 우이천에서 등 축제를 했는데, 인원이 부족하다고 하니 문화관광과 직원들이 모두 나와 안전 관리를 해줬습니다. 경광봉을 들고 안내해주는 모습은 진짜 감동이었습니다. 아마 전국적으로 사례가 없는 일일 것입니다. 이 소통과 협력이 재단이 단기간에 성장·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강북구는 오밀조밀한 도시 구조에 낮은 건물, 전통 시장과 주민 네트워크 등 한편으로는 전통성이 살아 있고, 또 한편에선 개발이 더 된 환경을 갖고 있는데요. 보시기에 강북구의 문화적 전경cultural scene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사실 그 부분 때문에 강북 왔습니다. 제가 강북구를 살펴보니 4.19 묘역이 있고, 5대 명산인 북한산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여기에 문화를 입히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북구는 인프라가 약합니다. 그 인프라는 사람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을 육성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사람을 육성한다고 할 때, 특히 집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문 예술인이고, 다른 하나는 기획자를 키우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시민의 활동을 돕는 것입니다. 우선 저는 예술인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기존에 강북연극제가 있었는데, 이걸 4.19 연극제로 만들어 브랜드화 했습니다. 민주주의를 기리는 국립4.19민주묘지가 강북구 수유동에 있으니까요. 또 이순희 구청장의 대표적인 문화 공약이 지역 예술인 지원사업이었는데요. 이걸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2023년 강북페스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성과가 나기 시작하더군요. 매년 주목할 만한 사례를 말씀드리면, 첫해엔 해태 타이거즈 응원단장 이만식 씨의 이야기를 극화한 모노드라마 <하이타이>를 지원했는데 이게 성공해 지난해 춘천연극제에서 2관왕을 했고, 광주국제평화연극제 개막 초청작으로 올랐습니다. 또 지난해 청년 연극인들이 만든 <사부작당>을 지원했고, 강북페스타 무대에 오른 후 무려 27회 공연했습니다. 그리고 8월 16일 한국지역문화재단총연합회가 주관하는 2025년 지역 간 우수 문화예술프로그램 교류 협력 사업에 선정돼 부산에서 2회 공연을 했습니다. 저희가 지원한 것이 6백만 원 정도인데,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둔 것이지요. 그리고 올해엔 창작집단 ‘싹’이 제작한 <환상공간>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됐습니다. 한국 최초로 에든버러 시어터 프린지 상Fringe Theatre Edinburgh Award과 아시안 아트 어워즈Asian Art Awards 최우수 퍼포먼스 상을 받았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지요.

놀라운 성과네요. 그럼, 기획자와 시민을 위해 한 일은 무엇인가요?

기획자를 키우기 위해 지역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림책 전문가 양성 과정, 도슨트 과정, 하우스 어셔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배출된 기획자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론 시민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민이 직접 하도록 합니다. 예컨대 작년 우이천 등 축제에 초등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4.19를 기념하는 419개의 등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전체 전시된 등이 1,500개인데, 자신이 만든 등은 기가 막히게 찾더군요. 이렇게 주민 참여로 운영하다보니 이제 주민끼리 축제를 열기도 합니다. 올해 캠퍼스 마을 축제의 경우 사업이 일몰돼 예산이 없는데요, 지역에 있는 한신대학교·사회적경제협의회·한빛예술단과 재단이 참여해 자발적으로 축제를 개최합니다. 한신대는 캠퍼스를 제공하고, 사회적경제협의회는 먹거리와 부스, 한빛예술단과 우리 재단이 공연과 홍보를 제공하는 방식이지요. 올해 축제 콘셉트가 ‘둥글게 둥글게’인데,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대표가 주도하기보다 기획과 운영을 주민이나 지역 사람들에게 맡기는 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믿음이 강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것인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제가 원래 안양에서 노동 교육연구실을 운영했습니다. 말이 노동 교실이지, 작은 문화센터 같은 것이었습니다. 풍물도 있고, 탁구장도 있고, 도서관도 있었지요. 그걸 한 10년간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군포문화센터를 맡았는데,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때 센터에는 여러 강좌가 있었는데, 그걸 잘 운영해 회원만 4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당시 문화예술교육의 모범이었지요. 그때 센터에서 운영하던 공간에 있던 식당을 바꿔 공연장으로 만들었습니다. 150석 정도 되는 작은 공연장인데, 이걸 운영하면서 공연 쪽으로 눈을 떴습니다. 물론 공연장도 매우 모범적으로 운영됐고요. 이후 여러 체험을 했습니다. 축제 감독도 하고, 중소기업도 운영하고, 그러다 다시 군포문화재단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경력이 다양하고 독특하시네요. 그런 일들이 재단을 운영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까요?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보는 시각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일이라는 게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 씁니다. 복지란 무엇이겠습니까? 승진하고, 임금 더 받고, 휴가 더 많이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정규직 전환에 신경 썼고, 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직원을 위해 일하다보면, 직원은 조직을 위해 일하게 되고, 그렇게 조직도 직원도 발전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직원 외 강북구의 기획자나 예술가들과는 어떻게 협력하고 있나요?

강북에는 정말 뛰어난 기획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재단과 협력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껏 자세를 낮췄습니다. 저부터 마음을 열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주 만났습니다. 조찬 모임을 제안했습니다. 매달 한 번씩 모여 이런저런 애기를 하자는 것이었지요. 지금은 매달 화요일과 목요일, 격월로 만납니다. 오늘도 11명 정도 모여 얘기를 했는데, 그러다보니 서로 이해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재단의 대표라면 마당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마당 안에서 사람들이 놀게 해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보호하는 장막을 쳐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 직원들에게 민간이 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중복되면 갈등이 생기니까요. ‘파이를 키워라.’ 재단이 할 수 있는 일과 범위를 키우면 되는 것이거든요. 상대를 더 빛나게 해주면 협력과 협업은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재단은 매개자이자 촉매자, 즉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재단 대표로서 기초문화재단은 어떤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재단은 재단답게 했으면 합니다. 직접 사업은 줄이고, 지역 사람들이 믿고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저는 서울문화재단도 그렇게 해줬으면 합니다. 여러 재단이 믿고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재단은 지역의 고유성과 정체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강북문화재단은 ‘강북다움’을 만들고, 또 다른 재단은 그 지역만의 고유성을 만들어야겠지요.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역량입니다. 무엇보다 사람 중심의 재단이 됐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오늘의 얘기를 요약하면, ‘믿음과 성장’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크도록 믿어주고 밀어주는 것, 그것이 재단 운영의 방향이겠지요. 긴 시간 말씀 주셔 감사합니다. 하얀 도화지 강북에 더 멋진 그림이 그려지기를 기대합니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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