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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1월호

전시 <The Poets 시인들>과 <이야기가 있는 그림, 일러스트레이션> 그 자체가 작품인 미술관으로
미술관에 갈 때면 항상 왠지 모르게 설렌다. 무엇인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영감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주말 나들이 코스로 미술관을 잡는다. 만추의 가을빛이 짙은 강원도 산속 미술관 두 곳에서 ‘가을 감성’이 물씬 풍기는 전시를 나란히 열고 있다.

수묵화가 된 자연×꿈에서 본 듯한 풍경
<The Poets 시인들>, 9. 29~12. 11, 이상원미술관

강원도 춘천시 화악산 계곡에 자리 잡은 이상원미술관에서는 <The Poets 시인들>이라는 제목으로 하반기 기획전을 열고 있다. 사진전으로 김보섭 작가의 <연평도의 바위> 연작 20여 점과 <낮달(Daytime moon)>이라는 전시명으로 박형근 작가의 작품 2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작품은 모두 1~2m가 넘는 대작이다.
두 작가의 개인전은 각각 자연 및 풍경을 담은 작품으로서 사진의 특성상 있는 그대로의 외부 대상을 촬영한 것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선 시적 감성을 전달하고 있다. 김보섭 작가의 작품은 마치 수묵산수화가의 눈으로 포착한 자연과 같다. 검은 바위와 대기, 바다의 정경에 깊고 웅장한 자연의 경이를 느낄 수 있다.
박형근 작가의 작품은 자연의 풍경과 건물 또는 실내의 풍경에 최소한으로 개입한 작가의 손길이 어우러져 신비하고 미스터리한 느낌을 선사한다. 현실세계를 넘어선 상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우화적이며 꿈의 세계와도 같고 미지의 우주를 그린 듯한 작품이다. 전시는 12월 11일까지.
이상원미술관은 춘천 도심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화악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이상원미술관’이라는 이름은 춘천이 낳은 국내의 대표적인 극사실주의 작가인 이상원 화백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 독학 화가로 유명한 이상원 화백은 처음에는 극장 간판 그림이나 주문 초상화를 그렸다. 1970년 건립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의 영정 초상화로 유명해졌고,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초상화 등 국빈 선물용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돌연 모든 주문 초상화 작업을 중단하고 순수미술을 지향하는 전업작가로 돌아섰고 지난 2000년부터 고향 춘천으로 내려와 예술혼을 불태워왔다.
지상 5층의 둥근 미술관은 전시 면적만 1,500m 이며 작가 스튜디오와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 5개 동을 합하면 대지 면적 1만5,737m , 연면적 4,789m 에 이른다. 특히 계곡을 따라 숙박 시설인 뮤지엄 스테이가 들어서 있어 가족 여행을 겸해 찾아보면 좋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김보섭 <연평도의 바위_3>.
2 춘천 이상원미술관 전경.
3 최미란 작가의 작품. ‘2010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된 그림책 <돌로 지은 절 석굴암>의 한 장면이다.
4 원주시에 자리한 뮤지엄 산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곳으로 유명하다.

책에서 걸어 나온 일러스트레이션 <이야기가 있는 그림, 일러스트레이션 전>,
9. 8~2017. 2. 26, 뮤지엄 산

강원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 오크밸리에 자리 잡은 ‘뮤지엄 산’(관장 오광수)은 독서의 계절 가을을 겨냥해 특별 기획전 <이야기가 있는 그림, 일러스트레이션 전>을 열고 있다. 뮤지엄 산은 일본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곳으로 유명하다.
전시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과 ‘미술과 문학의 만남’을 주제로 구분되어 전시된다. 청조갤러리1에서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주제로 세계적 권위의 그림책 대회에서 수상한 한국 작가 14명의 원화와 아트프린트가 전시된다. 청조갤러리2에서는 미술과 문학의 만남을 주제로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등 뮤지엄 산소장 작가들의 표지 그림을 포함해 시, 소설, 문학잡지 등 문인과 화가들이 함께 작업한 도서류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책 속에서만 숨 쉬고 있던 그림들을 전시장 안으로 들여와 인쇄물이 아닌 원화를 관람객들이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전시는 어린이 책 박물관이나 몇몇 작은 화랑에서 소규모로 개최되었을 뿐 미술관 차원에서 다뤄진 적이 없는 분야인데 국내에서는 뮤지엄 산이 처음으로 개최해 그 의미가 더 크다.
최용준 뮤지엄 산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정리해보고, 더 나아가 일러스트레이션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스쳐 지나친 우리 일상 속 출판 미술에 관심을 가져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2017년 2월 26일까지 계속된다.
뮤지엄 산은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건축과 예술이 하모니를 이루는 문화공간으로 유명하다. 2013년 한솔뮤지엄으로 문을 열었다가 이듬해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올해로 개관 3주년을 맞는 이곳의 연간 관람객은 10만여 명에 달한다. 미술관을 둘러싼 거대한 인공 연못 위에 건축물이 떠 있는 듯한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각종 야생화가 만발한 플라워가든, 조각정원, 신라 고분을 모티프로 한 스톤가든을 외부에 두고 있다. 기획전 외에 상설 전시로 전혁림, 남관, 박수근, 유영국 등의 작품을 보여주는 <한국 미술의 산책1: 서양화> 전이 열리고 있으며, 빛과 공간의 예술가인 제임스 터렐의 대표작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문화+서울

글 이경택
문화일보 기자
사진 제공 이상원미술관, 뮤지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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