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을 위한 공연이, 서울에 흐릅니다
오정해 서울어텀페스타 공동추진위원장
9월 18일부터 11월 29일까지 73일간 서울 전역의 공연장과 한강, 대학로, 자치구 문화공간 등에서 민간과 공공이 마련한 다양한 공연예술과 축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서울어텀페스타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좋은 공연이 서울 곳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서로 흩어져 있어 시민이 한눈에 파악하고 찾아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 그래서 축제는 그 공연들을 하나로 잇고, 예술가에게는 더 많은 관객을 만나는 기회를, 시민에게는 공연을 발견하는 가을을, 서울에는 공연예술로 기억되는 계절을 만들고자 한다.
지난해 최태지 공동추진위원장(전 국립발레단장)에 이어 올해 축제에는 오정해가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판소리와 영화, 방송과 교육 현장을 오가며 대중과 전통예술 사이의 거리를 좁혀온 예술가다. 그러나 그는 '위원장'이라는 호칭보다 "함께 무대에 서는 사람, 함께 관객석에 앉고 싶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에서 만난 오 위원장에게 서울의 가을, 한강, 공연예술, 그리고 시민과 관광객이 축제를 즐기는 방법에 관해 물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어떤 사업인지 잘 몰랐습니다. 제안을 받은 뒤 내용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무엇보다 공연을 한데 모아 시민에게 알리는 축제라는 점이 반갑고, 제가 이 안에서 할 역할이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일부러 여러 길을 찾아 나선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면 모두 재미있는 길이었습니다. 낯선 장르를 만날 때는 설렘이 있었고, 생소함 속에서 신나는 순간을 발견하기도 했죠. 이 축제를 통해 관객들도 공연을 그런 마음으로 만났으면 합니다. 어떤 작품을 볼지, 어떤 장르를 접할지 고민할 수 있지만, 사실 예술가가 무대에서 온몸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순간에는 장르와 상관없이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저는 시민에게 "한번 와보세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예술가로 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좋은 무대가 단 한 번 올라간 뒤 그 무대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사라지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신진 예술가들이나 오랫동안 한 길을 걸어온 원로 예술가들의 무대는 스스로를 알릴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공연들을 한 장의 지도처럼 보여주는 일은 관객에게도, 예술가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축제는 관객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단체들이 서로의 무대를 보고, 축제와 축제가 만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협업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협업'을 말하지만, 누군가 중간에서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예술가들이 서로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울어텀페스타가 그런 만남의 장이 된다면, 단순히 공연을 모아 놓은 축제를 넘어 예술 현장의 힘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관객과 만나는 귀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축제는 예술가들이 관객의 얼굴과 표정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곳입니다. "공연이 좋았다"는 관람 후기도 예술가에게 큰 힘이 되지만, 무대 위에서 마주하는 관객의 표정이야말로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그런 점에서 축제 전후 홍보 과정에서도 공연을 즐기는 관객의 표정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널리 퍼지면 좋겠습니다.
73일이라는 시간을 "이 많은 것을 다 봐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편한 날, 편한 장소에서 공연을 만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순간이 좋다"고 느낄 때, 그 순간에 내가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과 관광객도 서울어텀페스타를 그렇게 만났으면 합니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가을 산책하듯 가볍게 나서 공연 한 편을 만나고, 그 시간이 오늘 하루의 작은 즐거움으로 남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저는 목포가 고향이고, 서울은 꿈을 위해 올라온 타지였습니다. 그래서 한강을 거닐 때마다 목포 앞바다로 흘러드는 영산강이 떠오를 때도 있습니다. 강은 저마다 이름은 달라도 끊임없이 흐른다는 점은 같습니다. 그래서 이 축제도 서울에서 시작되지만, 축제에서 만난 예술과 사람들이 서울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으로, 세계로 흘러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마련한 마당이지만, 그곳에 우리끼리만 모여서 좋다고 하면 안 되죠. 타지 사람들의 감동이 더해질 때 축제는 더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서울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많습니다. 광화문의 해치상도 있고, 드라마에서 본 갓을 만날 수 있는 박물관도 있습니다. 서울어텀페스타에도 외국인이 한눈에 "서울의 축제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상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K-팝과 드라마의 서울도 좋지만, 전통과 장인정신, 공연예술이 함께 살아 있는 서울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국가무형유산기능협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국가무형유산을 전승하는 장인들이 계시는데, 작품 하나에 몇 년을 쏟고,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작품 제작에 몰두하시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작품들을 보고 "아름답다", "멋있다"고만 하며 지나칠 때가 많지만, 사실 만드는 과정을 알면 감동은 달라집니다. 공연장 로비나 축제 공간 한편에서 갓이나 합죽선이 어떤 손길을 거치는지 영상 기록물과 전시를 만날 수 있다면, 시민과 외국인 모두 서울과 한국의 문화를 훨씬 깊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올가을에는 익숙한 공연뿐 아니라, 평소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낯선 무대도 한번 만나보셨으면 합니다. 그 한 번의 경험이 생각보다 오래 남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것이 서울어텀페스타가 시민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어텀페스타는 다양한 예술 현장과 소통하고 지속적인 협력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이 협의체를 이뤄 운영된다. 공공 분야에서는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세종문화회관, 자치구 문화재단 등 문화예술 기관이 참여하며, 민간 분야에서는 공연예술 분야 현장 전문가와 단체의 대표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공동추진위원장으로 국악인 오정해(민간)와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송형종(공공)이 위촉됐다. 현장 전문가로 구성된 기획위원회, 자문위원회,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홍보위원회를 비롯해 민간 참여사업 대표자가 모인 참여사업단 등 추진위원회는 사업 기간 중에는 물론 연말까지 각종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글 송현민 음악평론가·월간객석 편집장 | 사진 Studio K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