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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4월호

듣다 서울시민예술학교
참여자 권장혁의 온몸으로
음악하는 즐거움

“클래식 음악은 얼핏 고리타분하고 화석 같은 존재로 여겨질 수 있지만, 자세히 반복해서 듣다보면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듯 새로운 면이 보이고 들리는 때가 있어요. 이런 경험이 계속되다보면 나만 아는 보물을 발견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지요. 이것이 클래식 음악을 듣는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가 처음 세워지던 때부터 현재까지 그 과정을 멀리, 또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시민 권장혁 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50대 남성”이라며 담담하게 소개한 그는, 음악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릴 적부터 클래식 음악을 들었고, 또 몇 년 전부터는 취미로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고. 요즘 들어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혼자 탐구해나가는 악기가 너무나 재밌다며 이야기하는 그와 함께 클래식 음악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눠봤다.

“국민학교 2학년 때였어요. 옆집에 피아노를 전공하는 누나가 있었는데, 연주 소리가 너무 좋아서 담벼락에 서서 듣곤 했죠.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니께서 형편없는 동네 피아노 학원에 보내주셨는데, 처음엔 재밌게 시작했지만 2년쯤 배우고는 하농과 체르니에 질려서 그만둔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던 거죠.

그렇게 자라면서 라디오를 통해 피아노 음악을 종종 듣다가 한두 곡 좋아하게 됐고, 가랑비에 젖듯이 자연스레 클래식 음악 전반으로 관심사가 넓어졌어요. 마음이 힘들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면 피아노 음악을 찾게 됐죠. 최근 들어서는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우면서 다양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공부하곤 합니다. 누군가에게 들려주려고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거라 이렇게 저렇게 연주해보고 있어요. 여러 성부가 톱니바퀴처럼 딱 맞아 떨어지면서 조화로운 소리가 만들어질 때의 즐거움 덕분에 바흐의 음악을 가장 좋아해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에서 열리는 강의와 작은 연주회를 보러 갔다가 센터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그는 건물이 서까래를 올릴 때부터 개관 페스티벌까지 서초 센터의 순간순간을 눈에 담아왔다.

“근처에 거주하고 있어서 오가며 공사 현장을 봤어요. 저 멋진 건물은 뭘까, 궁금했거든요. 완공을 앞두고 주변 분들에게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용산 센터를 몇 번 가본 적 있어서, 집 가까운 곳에 센터가 문을 연다니 너무 반가웠어요. 개관하고 처음 건물을 둘러봤는데, 단순히 리모델링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위한 전용 건물을 지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굉장히 고가인 것으로 알고 있는, 스타인웨이 자동 연주 피아노가 놓여 있는 걸 보면서 공간에 정말 많은 투자를 했구나, 생각이 들었고요. 각 층에는 용도가 다양한 방이 정말 많이 준비되고, 또 5층에 정식 무대를 위한 공연장이 있는 걸 보면서 무엇보다 ‘음악을 위한 공간’을 위해 공들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른 지역의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와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의 강의나 소규모 공연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 그는 서초 센터에 대해 처음엔 기대가 크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집에서 가까우니 자주 가보고 들을 수 있는 것들이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대체로 입문자를 위한 강연과 공연이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그래도 좀 더 획기적인 기획이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조금 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바람은 정말로 실현됐다. 몇 번의 마스터클래스와 실험적인 음악 공연, 고음악 관련 강연 등은 그의 기대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연주자의 몸짓과 눈빛, 숨소리까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온몸으로 경험하게 한 음악회는 그야말로 클래식 음악이 처음 태동하던 시기의 살롱 음악회를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서초 센터에서의 인상 깊은 순간을 단 하나만 꼽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일단, 마스터클래스를 보고 들은 경험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다양한 분들의 수업을 관람했는데, 하나하나 전부 다 기억에 남아 있거든요. 그중에서도 피아니스트 손민수의 마스터클래스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피아노를 독학하다보니 연주할 때 소리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은데, 그의 마스터클래스는 기술적인 지도가 아니라 특정 곡의 배경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해서 그림을 그리듯 소리를 만들어나가게 하는 방식이었어요. 새롭고도 놀라웠죠. 앞으로의 연습에 가이드로 삼을 만한 수업이었죠.

한편으로 어떤 연주회는 실수가 너무 많아서 기억에 남기도 해요. 전문 연주자들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연주 중 몇 번 실수하고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의외의 인간미가 느껴졌달까요. 무대에 뒤따르는 엄청난 부담감과 두려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또 국립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한 국제오페라교육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는데, 오페라 연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연출가와 가수가 어떻게 합을 맞추는지 보여준 페터 콘비치니Peter Konwitschny 연출의 마스터클래스가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그는 일반인이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마스터클래스 참관이나 작곡가·연출가를 비롯한 예술가와의 대화 같은 프로그램이 서초 센터의 특장점이자 가장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짚었다. 또 음악가나 곡에 대해 심층으로 분석해주는 강연 프로그램이 더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고도 했다. “인기가 없을지도 모르지만…”이라고 덧붙였지만, 그가 언급한 깊이와 다양성의 실험이야말로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에 꼭 어울리는 ‘추구미’일 것이다.

“원래는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는데 티켓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부담이 되더라고요. 유명한 연주자의 무대보다도 듣고 싶은 레퍼토리가 있는 공연을 골라 들으러 갑니다. 그러다보면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도 뛰어난 연주자들이 참 많다는 걸 새삼 느껴요. 서초 센터에서 하는 공연도 가능한 한 많이 보고 싶은데, 역시나 유명 연주자가 나오는 몇몇 공연은 ‘피케팅’을 해야 하더군요.(웃음)”

듣는 것을 넘어서 온몸으로 경험하며 음악과 함께하는 일상을 꾸려가고 있는 권장혁 씨와 나눈 대화 끝에 어떻게 하면 예술을 좀 더 가까이 두고 편하게 즐길 수 있을지 물었다.

“초심자라면 처음부터 곡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들어보는 걸 추천해요. 어느 원로 작곡가의 강연에서 들은 건데요. 물론 예술가들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감상자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음악을 듣고 무언가 다른 느낌이라도 받는다면 충분히 만족한다고 하더라고요. 예술가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니, 저 역시 음악을 들을 때는 마음 가는 대로 부담 없이 즐겨보기를 추천합니다. 또 클래식 음악이 처음이라면 아름다운 멜로디 중심의 짧은 곡을 고르거나 마음에 드는 특정 구간만 반복해서 들어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처음엔 어렵고 귀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그렇게 배경음악처럼 곁에 두고 즐기다보면 금세 익숙해지고 이내 더 많은 것들이 들리게 되더군요. 그렇게 클래식 음악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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