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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3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김두봉

시각예술/공예
b.1992
@dubong_object
신당창작아케이드 14·15기
입주작가(2023~2024)

자연을 주제로 금속을 이용해 작품 활동을 하는 김두봉입니다. 금속공예를 공부했고, 금속공예의 전통 기법 중 망치성형을 이용한 기물과 오브제 그리고 금속의 화학 변화를 이용한 회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과 그림을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예술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우연한 계기로 예술계로 발을 들였고,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연에 관심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많은 감정을 선사해줍니다. 그 감정을 가만히 앉아서 즐기고 있으면 삶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날려 보내고 평온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관심은 대학 시절 다녀온 미국 교환학생 경험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차를 타고 넓은 미국 땅을 달리며 다양한 자연을 경험했고, 이는 제 인생을 크게 바꿔준 경험이었습니다. 그중 콜로라도의 그레이트 샌드 듄 국립공원Great Sand Dunes이 기억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거대한 모래 언덕에 올라 몇 시간 동안 바람을 맞으며 해 질 녘을 맞이한 순간, 가슴 속 가득 채워지는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자연의 존재들이 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고, 부정적인 감정과 외로움, 공허함이 모두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자연이 선사해주는 이러한 위로를 영원히 소유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가지게 됐습니다. 도시의 삶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충만한 감정이, 그 순간과 감정을 어떻게 하면 영원히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Natural Flow IV>, 2023, Fine silver, 200×200×240cm

제 대표작은 은으로 만든 기물인 <Natural Flow>입니다. 아주 작은 존재들이 모여 흐름을 만드는 것을 섬세한 질감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기물 표면에는 작은 망치의 질감이 무리를 지어 흐름을 만들고, 이는 자연이 구성되는 원리와 닮았습니다. 자연물을 먼 곳에서 보면 전체적인 형태에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안에는 굉장히 섬세하고 힘 있게 자리잡은 흐름과 질감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Natural Flow>는 자연의 이런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작품으로, 잔잔한 표면의 질감을 담고 있습니다. 마치 자연물과 같이 멀리서 보았을 때는 질감 없는 순백의 기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안에 담긴 결의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고 있습니다. 싯다르타의 영원과 초월에 대한 열망과 진리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성찰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깨달은 것은, 작품의 전개와 발전에는 작가 개인 내면의 성장과 성찰이 동반된다는 것입니다. 작품을 만들면서 ‘내가 왜 작업을 계속하는가’,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 작품을 만들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기술이나 내용 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고 왜 작업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얻어낸 상태입니다. 종종 이런 과정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고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걸까?’ 고민하지만, 흔들려도 계속 나아가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해내고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싯다르타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것과 중간에 세속의 욕망을 즐기다가 그것을 버리고 깨우치는 모습이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 역시 계속해서 성찰하고 노력해 원하는 진리를 깨닫기를 희망해봅니다.

<강렬한 흐름, Intensive Flow>, 2023, 112×116cm

2022년까지는 여러 단체전과 두 번의 개인전을 통해 기물 작품을 시도했습니다. 자연 속 다양한 물질이 가진 고유한 질감과 느낌을 기물에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기물이라는 한정된 형식 안에 대자연의 장대함을 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품의 스케일을 키우는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2023년에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형태보다는 표현 위주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평면의 금속판 위에 금속의 화학 변화를 이용한 착색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노을, Sunset Wave> 연작과 <강렬한 흐름, Intensive Flow>는 노을에서 순간 보이는 빛의 물결과 색상, 강렬한 움직임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총 36장의 시리즈 평면 작품으로 제작해 이어 붙여 규모를 키웠습니다.

작품을 이어 붙여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낸다는 생각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Bigger Trees Near Warter>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작가는 50개의 캔버스가 모여 전체를 이루는 이 작품을 6주에 걸쳐 조각조각 나눠 그렸습니다. 그리곤 비좁은 작업실 환경 때문에 6개에서 10개 사이의 개별 캔버스를 제작한 후 사진 촬영하고 컴퓨터를 이용해 모자이크식으로 이어 붙여 진행 상황을 점검하면서 작업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점에 착안해 작품의 스케일을 상당히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몇 장을 제작하고 사진을 촬영해 붙여 확인하는 방식을 여러 번 반복해 36장의 시리즈 작업을 완성해냈습니다. 작품은 금속공예에서 널리 사용되는 유화가리를 이용했습니다. 유화가리를 구리에 바르면 검게 착색되는데, 검은색이 되기 전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색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색 변화는 농도와 시간, 물의 온도에 영향을 받으며, 이를 조절해 다양한 표현을 시도했습니다. 이렇게 완성한 작품은 앞으로의 작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줬고,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했습니다. 다음 계획은 평면 형식에 그동안 연마해온 망치질 기법을 더해 새로운 조형 작품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부조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앞선 작업처럼 시리즈 작품이 될 것입니다. 이런 작품을 통해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자연물이 가진 생동감, 그것을 보는 데서 오는 생생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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