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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무한한 호기심, 따뜻한 관심이 되어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오영호

당신을 소개해주세요.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있는 오영호입니다. 저는 여러 가지에 관심을 두는 편인데, 오래전에는 음악을 좋아해서 악기를 배우기도 했고, 게임 기획도 도전해보고 자전거와 수영도 좀 하다가, 요즘에는 와인을 공부하고 있어요. 과거를 돌이켜보면 저 역시 막연히 문화예술의 환상에 끌려 서울문화재단에 들어서게 됐는데요. 입사한 지 10년을 훌쩍 넘어 뒤돌아보니 처음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네요. 문래예술공장·연희문학창작촌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올해 공동창작워크숍과 발달장애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10년 넘게 여러 부서를 거쳤는데요. 그중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는 어떤 존재인가요.

‘미지의 세계’라고 할까요? 비장애인 입장에서 장애인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 크고요. 시혜나 배려에서 출발하는 마음을 버리고 파트너로 함께 협업하는 마음으로 무장하기는 여전히 무척 어렵습니다. 모든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당사자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방법밖에 없겠지요. 그렇기에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의 일은 장애인과 장애예술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고 믿어요. 어렵지만 그만큼 특별하기도 하지요.

잠실창작스튜디오가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로 거듭나는 과정에 함께하셨지요.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는 이제 갓 1년을 넘긴 터라 우선은 센터와 사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애예술을 향한 관심이 장애예술 자체에서 발현하지 않는다는 점을 경계하면서, 순간의 유행에 머무르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함께 협력하는 분들과 언제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어요. 장애예술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또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가 그 방향을 잘 유도해야 한다고 보고요. 올해는 센터가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지 2년 차를 맞이하는 해입니다. 우선은 지금까지 해온 사업을 돌아보고자 계획하고 있고요. 이 과정에서 소외된 분야는 없는지, 사각지대가 존재하지는 않는지 점검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 더 장기로 작동할 수 있는 체계적인 틀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공동창작워크숍, 입주작가 지원사업, 장애예술인 창작 활성화 지원사업 등 기존에 운영하던 사업과 더불어 발달장애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을 새로 운영하고자 준비하고 있어요.

공동창작워크숍은 여러 공간의 입주예술가가 함께하는 것이 인상적인데요.

공동창작워크숍은 서울문화재단 예술공간에 입주한 각 장르 예술가들의 공동 창작을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했어요. 이 사업은 입주예술가와 더불어 촉진자(외부 예술가)·기획자·매개자가 함께 2년간 공동 창작을 시도하는 프로젝트예요. 2023년에는 약 6개월간 각각 예술가 팀이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를 내고 포럼을 거쳐 발전시켰고요. 이를 바탕으로 창작을 이어나가 올해 5월에는 결과 발표를 준비하고 있어요. 재단의 사업 특성상 기획자와 창작자의 재량에 맡기는 일이 많지 않기에,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이러한 부분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사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어떤 참여자도 아직 알 수 없어요. 그래서 막막하기도 하지만 과정 자체에서 참여자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하고, 정말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마구 등장하고 있어요. 오는 봄에 펼쳐질 전시가 저 역시 무척 기대됩니다.

2017년에는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웹진 [비유] 창간을 맡았어요. 벌써 65호까지 발행된 데다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개편이 이뤄지기도 했지요.

바로 앞서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던 이승주 매니저님이 지금 연희문학창작촌에 계셔서인지 소회가 더욱 특별한데요. 마침 [비유]가 개편을 거쳐 더 멋진 모습으로 바뀐지라 저 역시 무척 새롭습니다. 2017년 당시 [비유]에서 프로젝트 공모를 진행하면서 기획자들과 이런 문장을 썼어요. “‘문학’이라는 이름을 ‘완성된 작품’으로 한정하지 않고, 작품이 시작되는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생겨나는 문학잡지.” 저는 이 문장이 다른 문학잡지와 다른, [비유]만의 정체성을 멋지게 정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 방향성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무척 감사한 마음이고요. 또 제가 담당하는 공동창작워크숍의 기록이 [비유]에 연재되고 있어서인지 제 몸은 연희문학창작촌을 떠났지만 여전히 연결된 느낌이 들어요.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이 있나요.

힘든 일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일이든, 조직 내에 해당하는 것이든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그럴 때마다 저는 친구가 해준 말이 떠올라요.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그것이) 재앙이라고 생각해보자.’ 갑자기 화산이 폭발한다면 우리는 다급하게 피할 방법을 궁리하지, 왜 폭발이 일어났는지 고민하지 않겠죠. 원인을 찾는 일은 조금 미뤄두고 일단 해결하기 위한 실천에 나서는 것이 어쩌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겠냐는 것이 요지인데요. 걱정이 너무 많아질 때면 저는 이 이야기를 한 번씩 곱씹곤 합니다.

그렇다면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공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역사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책을 읽고 있으면 역사적 사건과 내가 떨어져 있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런데 공간에 들어서면 역사가 축적된 나를 만나게 되는 것 같아 흥미로울 때가 많아요. 시내 곳곳에 있는 맨홀 뚜껑, 오래된 가옥과 건물, 또 최신 건축물까지. 보고 있으면 그 안에 쌓인 시간 속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돼요. 이런 모습과 시간이 모여 우리를 만들고, 서울이라는 도시를 형성하는 거겠죠? 그러다보면 종종 서울문화재단 안에서도 공간을 기억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을 이야기해볼까요.

저는 특정한 무언가에서 영감을 얻기보다 어디서든 정보를 모아두었다가 비빔밥을 만드는 편이에요. 모든 분야에서 호기심을 잃지 않으려 하지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탓에 어떤 때는 깊이가 없어 보일지라도, 모든 곳으로 향하는 통로가 막히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게다가 제 드넓은 관심사는 어디서 잘난 척할 때도 꽤 쓸모가 많은 편이랍니다?(웃음)

글 [문화+서울] 편집팀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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