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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예술이 시민에게 가까이 닿도록

노들섬사업팀 황기성

당신을 소개해주세요.

예술의 감동을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황기성입니다. 대학 학부에서 생활디자인학을 전공했고, 이후 영국에서 디자인교육학 석사 과정을 공부했어요. 학생 시절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주한영국문화원에서 일하며 공공기관의 문화예술 업무를 처음 경험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2014년에는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전시 지원 업무를 담당했고, 2015년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했습니다. 재단에서는 9년간 커뮤니티아트, 축제, 예술교육, 장애예술 등 다양한 사업을 맡아 진행했는데요. 국내 최초 아동·청소년 예술교육 공간인 서서울예술교육센터와 장애인예술 전문 플랫폼인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등 복합 문화 공간을 운영하며 문화예술 안에서도 시야를 상당히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재는 노들섬사업팀에서 기획사업 운영을 맡아 준비하고 있어요. 전공 공부에서 비롯한 통합디자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통합디자인적 사고’라는 표현이 인상적인데요.

오늘날 디자인은 단순한 제품의 기획과 생산을 위한 역할을 넘어서, 시대의 새로운 가치와 생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디자인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사회·문화·산업적 혁신이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고요. 통합디자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면 디자인 프로세스를 활용해 문제를 발견하고, 원인을 정의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해결책을 찾고, 이를 서비스 운영 방식, 마케팅, 브랜딩 등 디자인을 통해 전략을 구체화하게 돼요. 예를 들어 축제 포스터와 온오프라인 홍보물부터 공간 및 전시 디자인까지 일관된 톤을 유지할 수 있도록 통합디자인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축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 생긴 노들섬사업팀은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노들섬은 ‘백로가 놀던 돌’이라는 뜻에서 ‘노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한때 한강 놀이문화의 중심지였으나 40여 년간 방치돼 있었죠. 서울시는 2019년 이곳을 자연·음악·책, 그리고 쉼이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했어요. 저로서는 서울비보이페스티벌·한강노들섬클래식 등 축제를 운영하며 노들섬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이렇게 이곳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게 됐네요. 지금까지는 기존에 노들섬을 운영하던 곳에서 업무를 인계받았고, 올해부터 재단에서 이곳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들섬사업팀은 현재 ‘문화예술의 중심이자 시민 여가와 일상의 회복섬’, ‘사계절 예술이 흐르는 예술섬’을 목표로 시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단계에 있어요. 서울문화재단이 가진 다양한 자원을 바탕으로 시민이 문화예술을 만끽하고, 언제나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떠올려보니 제가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처음 맡은 업무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 공감의 도시 건축》 전시였는데요. 당시 노들섬을 두고 승효상·조민석·조성룡·이토 도요오 등 국내외 건축가들이 노들섬 활용 방안에 관한 스케치를 출품했죠. 그게 딱 10년 전 일이네요.(웃음)

2015년과 2016년에는 서울댄스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현장에서의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은데요.

서울댄스프로젝트는 공동체와 춤의 총체적 실험의 장으로, 2013년부터 4년간 우리 일상에서 춤을 향유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사실 저는 학생 시절 꾸준히 댄스동아리 활동을 할 정도로 춤을 좋아하는데, 그에 반해 현대무용이나 커뮤니티댄스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이 사업을 통해 춤이 우리 삶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춤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죠. 저는 그중 ‘춤바람커뮤니티’라는 사업을 맡았는데, 육아 공동체, 주부 모임, 시민단체, 작가모임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 무용예술가를 매칭해 지원하는 사업이었죠. 사업은 끝났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울림을 춤으로 표현하는 ‘은평재활원’, 커뮤니티댄스를 통해 주변인의 죽음을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미처우리가’ 등 현재까지 이어지는 커뮤니티가 있는 것을 보면 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실감하게 돼요. 이 사업을 담당할 때는 흥이 넘치던 시기라, 서울댄스프로젝트 마지막 축제인 ‘서울무도회’에서는 잠시 담당자라는 역할을 잊고 시민들 사이에서 함께 미친 듯이 춤추기도 했네요.

노들섬사업팀으로 이동하기 전에는 2년간 서울비보이페스티벌을 진행했어요.

축제를 총괄하는 역할이었죠. 축제를 위해 함께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하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축제가 임박한 시기에는 미처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함께하는 사람들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순간들이 가장 후회가 돼요. 현장에서는 바람이 너무 불어 X배너를 붙잡고 있어야 했던 순간, 오탈자가 생긴 리플릿에 수정 스티커를 붙이던 작업 등등 시민들이 행사장에 입장하는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일단 시작되면 축제만의 매력을 잊지 못해 또 다시 다음 축제를 준비하는 원동력이 샘솟는 것 같아요.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서도 근무하셨는데, 현장에서 관찰하고 체감한 장애예술은 어떠했나요. .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 <우리들의 블루스> 속 다운증후군 화가 영희 등을 계기로 다양성과 포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게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구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의 업무는, 장애인과 물리·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하는 첫 경험이라 만남 자체가 무척 떨렸던 기억이 나요. 이후 3년 반 동안 장애예술인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일이 결코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2020년 진행한 공공 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는 다름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장애예술인이 차별받지 않는 창작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도였어요. ‘장애예술’을 둘러싼 수많은 담론을 통해 ‘장애란 무엇인가’, ‘장애예술인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여러 질문을 고민하게 되는데요. 다만 이러한 담론에 휩쓸려가기보다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장애예술인의 작품 또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하려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장애예술을 특별한 장르로 바라보지 않고 ‘예술’ 안의 또 하나의 장르로 여기는 것이 그 시발점이 되겠죠. 예술의 주제로서 장애가 아니라, 예술의 주체가 장애예술인이 되는 프로젝트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사업을 담당했는데, 기획자 혹은 예술행정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 혹은 신념이 있다면요.

영국 유학 시절 낯선 곳에서 홀로 새롭고 이질적인 것에 적응하던 순간이 있었어요. 다양한 국가에서 온 많은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행복하기도 했지만, 외로움도 상당했고요. 그 당시 지하철에서 열리는 소소한 공연이 제게 전해주던 위로와 감동이 여전히 잊히지 않아요. 예술행정가로서 그때의 제가 공연을 보며 느낀 감동을 시민에게도 전할 수 있게 예술과 시민이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이 있나요.

2023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아프리카 내전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죽어간 한 해였어요. 이러한 시기에 과연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돼요. 9.11 테러 이후 다양한 예술 작품이 등장하고 문화 프로젝트가 진행돼 희생자와 유가족을 기억하고 상실과 회복, 희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잖아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예술이 구원할 수 있다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며 살아갑니다.

최근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이 있었나요.

어느덧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됐어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동요를 부르며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돼요. 행복해하는 딸아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글 [문화+서울] 편집팀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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