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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문화예술과 시민을 숫자로 잇는다면

경영기획팀 김지우

당신을 소개해주세요.

전통예술, 그중에서도 특히 탈춤을 좋아한 김지우입니다. 대학 시절 탈춤이 좋아서 공연예술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석사 과정에 진학해 예술경영을 공부했습니다. 당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예술경영지원센터 같은 예술 지원기관이 한창 생기던 때라 대학원 재학 중에 관련한 일을 시작하게 됐고, 지금에 이르렀네요. 처음 일을 시작하고 10여 년간은 왜 명절 휴일이 사흘이나 되는지 아쉬울 정도로 일이 즐거웠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죠. 예술가들의 작업을 가까이서 보고 듣는 것도 너무나 좋았고요. 내 일이 참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서울문화재단에는 2014년 입사해 10년간 정책연구팀·서울연극센터·남산예술센터·삼일로창고극장·미래전략팀·제휴협력팀을 거쳐 지난해 여름부터 경영기획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명절 휴일이 너무 짧다고 생각하고요.(웃음)

현재 서울문화재단의 살림을 맡고 계신다고요.

저희 재단은 서울시 출연기관이에요. 출연기관은 기관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공성을 갖춘 사업을 추진하며,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지원해 운영합니다. 세금을 재원으로 운영하다보니 지방정부가 정한 규칙에 따라 예산을 사용하고, 그 내역과 성과를 시민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지요. 현재 저는 예산 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는 크게 편성·관리·결산하는 과정으로 구성됩니다. 재단에서 운영·추진하는 사업에 필요한 연간 총예산 계획을 세우고, 정부가 정한 규칙에 따라 예산을 사용·관리하고, 이후 일 년 사용 내역을 보고하는 것이죠. 이 과정은 일 년 단위로 매년 반복됩니다. 예산 편성 작업은 보통 전년도 6~7월에 시작합니다. 그리고 12월까지 서울시·서울시의회와 조정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시의회 승인을 받아 확정하고요. 일 년간 예산을 사용하고 사업이 종료되면 이듬해 2월까지 사용액과 잔액을 산출해 결과를 보고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산 집행이 기준과 규칙에 맞게 적절히 이뤄졌는지 감사를 받아요. 2023년 기준으로 서울문화재단이 일 년간 사용하는 예산은 1,560억 원에 달하고, 300여 명 직원이 51개 사업을 운영하며 예산을 집행합니다.

눈에 보이는 사업 이면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네요.

재단의 사업이 예술 현장과 시민에게 도달하기까지 꽤 많은 행정 업무가 존재하지요. 그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경영 부서이고요. 예산 담당자인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할’은, 각 사업에 예산이 필요한 이유를 사업 담당자의 입장에서 이해한 뒤 세부 내용을 잘 모르는 서울시 예산 담당자에게 재단의 예산 담당자 입장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해당 사업의 필요성과 명분을 서울시의 입장에서 필요한 성과와 숫자로 설명하는 과정이랄까요. 그리고 예산 담당자로서 제가 가장 잘해야 하는 ‘기능’으로 여기는 것은, 숫자를 틀리지 않는 것(!)입니다. 숫자 6과 9는 왜 자꾸만 섞이는지, 744와 774는 틀린 그림 찾기처럼 어려운 것인지….(웃음) 저는 지난해부터 이 업무를 맡았는데, 이해도 되지 않고 너무 어려워서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참 많았어요. 또 제 업무의 주 파트너는 서울시 공무원분들인데요. 이분들이 굉장히 일을 잘하셔서, 함께 일하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수많은 숫자와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비결이 있나요.

예산 업무는 기본적으로 법령과 지침에 따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어요. 그런데 달리 생각하자면 서울문화재단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꼭 맞는, 필요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 때면 최대한 준용하거나 참고할 기준을 찾고, 불가하다면 우리만의 기준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때에 따라, 사람에 따라, 관점에 따라 적용 기준이나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 지속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부서를 거쳐 오셨어요.

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한 만 9년 중 연극 분야에 몸담은 시간이 5년 반 정도 돼요. 일을 잘하고 싶고 연극에 관해 잘 알고 싶어서 가능한 연극 공연을 많이 보려고 노력했는데요. 반년 동안 60편 정도 보고 나니 정말 연극을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서울연극센터에서 남산예술센터로 옮긴 후에는 ‘제작PD’라는 이름을 달게 됐는데,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깊게 관여하며 창작자를 향한 존경의 마음을 품게 된 것 같아요. 그들의 세계는 늘 신기하고, 함께하는 과정은 언제나 버라이어티지요. 이후 삼일로창고극장 개관 작업에 함께하며 결국 모든 일의 자산으로 남는 것은 그 과정을 경험하고 수행한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작품을 올리는 극장은 많으니, 적어도 삼일로창고극장은 사람에게 열린 극장이 되고자 했고요.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금요일 퇴근 후의 시간이요. 업무와 관련해서라면 일이 또 다른 일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으로 연결될 때 보람을 느껴요. 일에서 비롯하는 성과와 보람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겠으나, 지속되는 보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내가 한 일이 계속해서 의미 있게 남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괴로울 것 같고요. 하지만 내가 한 일이 계기가 돼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거나 경험이 연결돼 무언가 이뤄진다면 보람 있지 않을까요.

최근 관심을 두는 주제가 있나요.

예전부터 ‘사람’과 ‘인류’에 관심이 많았어요. 개인이나 집단, 사회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이나 선택, 행동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지, 어떻게 정반합을 만들어가는지 제게는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예요. 인간은 정말 미스터리하고 흥미진진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정당성’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요. 타인으로부터 나의 정당성을 획득하거나 정당성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이 요즘 사회 전반에 각양각색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일상에 영감을 주는 것들을 소개해주세요.

영감이랄까, 안정감이랄까요. 여덟 살, 세 살인 조카와 놀 때 가장 행복하고 마음이 충만해져요.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 느낀 소중함, 순결함, 고귀함 같은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고요. 머릿속이 복잡하다가도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람’ 하고는 그저 아이들이 원하는 것에 충실하게 되죠. 아이의 성장을 보고 있으면 스스로의 나이듦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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