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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2월호

오늘, 우리라는 이름의 자리를 찾아서 무브먼트 당당 〈20년 후〉

무브먼트 당당의 〈20년 후〉는 크게 강, 해안, 숲 등지에서 촬영한 단체 영상과 이미지컷, 화이트큐브 스튜디오 개별 인터뷰 영상 등으로 구성됐다.

‘무브먼트 당당’(이하 ‘당당’)이 최근 또 하나의 새로운 극장을 열었다. ‘온라인 당당극장’이라고 명명된 이 극장이 자리한 곳은 이름 그대로 온라인이며, 여기서 발표한 작품의 제목은 다름 아닌 〈20년 후〉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에 처음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영상연극을 선보인 이들은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을 받아 상시 관람이 가능한 방식의 온라인 연극을 제작·발표하게 됐다.
작품 소개에 따르면, 관객은 “(인간의 정의가 달라진 가상세계에서) 폐허가 된 채 버려진 ZONE9991을 발견한 최후의 인간 N이 남긴 보고서·영상·이미지·사운드 기록물이 저장된 온라인 극장을 방문하고, 그 자료를 통해 가상세계를 상상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조직한다.” 이 같은 SF적 서사의 특징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온라인 당당극장’을 방문하는 관객은 공연 관람에 앞서 각자에게 중요한 연도, 떠오르는 이름의 알파벳 이니셜, 자신이 태어난 날짜 등을 조합한 코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며 극장에 입장한다.
관객이 저마다 과거의 특정 시점, 타자의 이름, 그리고 자신의 탄생일로 구성된 하나의 임의적 복합체Kompositum로 스스로를 정체화한다는 것은 극장 입장 직후 마주하는 초대 글귀, 즉 “고립되고 개별화된 우리의 타자 인식 체계를 느슨하지만 단단하고 거대한 하나로 얽히게 하려는 흐름에 당신을 초대하고자 한다”는 ‘당당’의 창작 의지와 긴밀히 연동된다. 타자-되기가 불러올 수 있는 낭만적 관념 상태에 함몰되지 않고 그저 서로 다른 어체語體가 모여 이루는 일종의 합성어처럼 내가 아닌 누군가의 어떠한 상태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처럼 친숙한 듯 낯선 상태와 교감의 망을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당당’이 이번 작업에서 ‘타자 인식 공명망’이라고 명명한 세계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공명하는 네트워크 안에서 ‘우주 하위주체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느슨하게 이어진 관객 개개인은 배제된 채로 폐기되거나, 순종적인 까닭에 절멸해 버린 또 다른 하위주체의 발화되지 못한 말들을 찾아 나선다.
이번 〈20년 후〉에서 관객이 접하는 자료는 최후의 인간 N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온라인 당당극장’ 에 따르면 그는 ‘우주 하위주체 동맹’이 일으킨 3차 혁명 당시 ZONE9991에 접근해 (아마도 그곳에서 발생한 특정 사건에 관한 아카이브일지도 모를) SECTOR 909EK와 SECTOR 912EK에 잠입한 후 그곳에 보관돼 있던 자료를 필사적으로 모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극장에 접속한 관객은 크게 첫 번째 섹터의 자료로 구성된 파트 1, 두 번째 섹터의 자료로 구성된 파트 2, 마지막으로 ZONE9991에서도 오작동을 이유로 폐기될 수밖에 없었던 Pro-A.H 10인의 인터뷰로 구성된 파트 3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무브먼트 당당의 〈20년 후〉는 크게 강, 해안, 숲 등지에서 촬영한 단체 영상과 이미지컷, 화이트큐브 스튜디오 개별 인터뷰 영상 등으로 구성됐다.

각 파트는 크게 강·해안·숲 등지에서 촬영한 단체 영상과 이미지컷, 그리고 화이트큐브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개별 인터뷰 영상 등으로 구성됐으며 각 영상 상영 시간은 주제와 패턴에 따라 20~30초부터 6~7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배분돼 있다. 파트 3 인터뷰 영상만 해도 자그마치 10편에 이를 만큼 다수의 시청각 자료를 바탕으로 창작했는데, 일견 다소 산만한 듯한 구성을 취하면서도 동시에 유기적이지만 통일적이지는 않은 맥락을 구축해 낸다는 점에서 그동안 ‘당당’이 시도해 온 무대 작업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20년 후〉의 중심인물로 설정된 N에게는 접근 불가능한 폐쇄구역인 ZONE9991에 다다르자 입이 사라지고 신체 부분이 녹아버리는 자기 궤멸을 겪는 서사가 부여됐다. 어쩌면 ‘당당’의 시도는 언제나 이처럼 궤멸하는 것을 향해 있으므로 결코 일사불란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궤멸하는 것에 대한 재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손옥주_공연학자.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연극학·무용학 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춤의 감수성과 문학적 상상력은 서로 맞닿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도 춤을 닮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 사진 제공 무브먼트 당당


dangdangtheater.com/20yearslater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홈페이지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됐습니다. 원문은 웹진 [연극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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