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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2월호

2018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 문화학교지역 공공극장과 공연예술 생태계 -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을 중심으로 -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이하 상주단체 지원사업)은 공연장과 공연예술단체 간의 상생 협력을 통해 공연예술단체가 안정적인 창작환경에서 우수한 작품을 제작해 창작역량을 강화하고, 공연장 운영 활성화를 도모하며 지역주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문예진흥기금을 재원으로 하며 서울문화재단은 서울 지역 운영기관이다. 이번 토론회는 ‘2018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 문화학교’의 일환으로 상주단체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공연예술 생태계 순환구조에서 지역 공공극장의 역할을 살피고자 마련되었다. 2009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10년 이상 지속된 상주단체 지원사업의 결실과 발전을 위한 진통을 함께 나눈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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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소연 연극평론가
발제 및 토론
이규석 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
고강민 극단 마방진 대표
박혜숙 은평문화재단 문화정책소장
조형준 안산문화재단 지역문화부장
천재현 정가악회 대표
민새롬 마을담은극장협동조합 이사장, 극단 청년단 대표
일시
2018년 12월 13일(목) 오후 3시~6시
장소
평화문화진지 세미나실
주최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이규석 고강민 박혜숙

이규석

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

고강민

극단 마방진 대표

박혜숙

은평문화재단 문화정책소장

조형준 천재현 민새롬 김소연

조형준

안산문화재단 지역문화부장

천재현

정가악회 대표

민새롬

마을담은극장협동조합
이사장, 극단 청년단 대표

김소연

연극평론가

1부.
지역 공공극장의 정책 환경
발제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의 제도적 쟁점
이규석(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

공연장 상주단체는 공연장과 공연단체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으로 전속 단체, 입주단체의 상대적인 개념이다. 상주단체 지원사업은 1999년 공연법 전면 개정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예술진흥기본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게 되면서 언급한 제도 중 하나이다. 2008년 문예진흥기금 지원방식이 ‘선택과 집중’, ‘사후지원’, ‘간접지원’, ‘생활 속의 예술’ 4가지 방향으로 개편되면서 ‘선택과 집중’과 ‘간접지원’이 상주단체 지원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2009년부터 논의가 구체화되어 경기, 인천, 서울 3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2009년에는 공공 공연장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공연장을 대상으로 했다. 공연장을 먼저 선정하고 공연단체를 모집해 공연장과 공연단체가 사전 협의를 거쳐 매칭하면 이를 최종 심사해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2010년에는 예술위의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의 일부가 지역협력형 사업으로 이관되면서 상주단체 지원사업도 여기에 포함되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2011년에는 공연장과 공연단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매칭해 신청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공연단체가 문예회관의 선택과 결정 없이는 참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012년부터는 민간 공연장 참여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고 2016년에는 2년에서 단년 지원으로 바뀌었고, 민간 공연장 참여가 배제되었으며 물리적으로 완전한 상주 형태만 지원했다. 사업추진 주체가 공연단체에서 공연장으로 변경되면서 지원사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되었다. 아쉬운 점은 지원제도의 변경이 충분한 협의와 소통 과정 없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제도적으로 재편이 필요한 시기이다. 문예회관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자생력이 필요하다. 문예회관은 스스로 사업을 추진할 예산이 없다. 상주단체 지원사업 외에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의 방방곡곡 문화공감과 공연예술 유통활성화사업 등 각종 사업을 따와야 한다. 문예회관이 기본적으로 기획, 제작, 유통에 참여할 수 있게 자체예산을 출연금으로 편성해야 한다. 최소한 현재 관련 사업만이라도 통합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 복권기금, 문예진흥기금 등으로 하는 예술위 소관사업은 한문연으로 이관해 통합하고, 개별사업이 아닌 단위사업으로 묶어서 문예회관이 종합 계획을 세워 신청하게 해야 한다.
상주단체 지원사업에서 공연단체는 구조적 약자이다. 협력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전체 문예회관의 협의체, 상주단체와 개별 문예회관의 상시적 협의구조가 필요하다. 공연장과 공연단체의 협력은 예를 들어 자치구 문예회관과 서울시립극단과 민간 극단, 세종문화회관과 민간 공연단체와 시립 공연단체, 민간 공연장과 민간 공연단체와 지역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모델이 있다. 제도 운영과 관련해서는 다년간 지원으로 복귀해야 하고 민간 공연장의 참여도 가능해야 한다. 상주단체 전담 인력의 양성과 배치에 대한 문예회관의 의지도 있어야 한다.
일몰제를 시행하는 단체가 지속적으로 해당 문예회관과 협력할 수 있는 후속 지원제도도 필요하다. 물리적 상주로만 제한하지 않고 관계와 협력 중심으로 해야 한다. 평가는 지역 간 경쟁을 부추기는 순위부여 방식이 아닌 타 지역 간 교류와 협력을 장려하는 인센티브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공연단체는 상주단체 지원사업으로 실질적인 협력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확보한 예산 수준으로만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공연단체가 최선의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었으면 한다.

토론 1 극단 마방진의 사례를 중심으로
고강민 극단 마방진 대표

마방진은 경기도 구리아트홀 상주단체로 2013년부터 활동했다. 2005년 창단했고 인원은 50명 정도이다. 대학로에 지하 연습실이 있었고 극장으로 개조해 운영하다 2011년 재정적인 이유로 문을 닫았다. 당시 서울 시내에서 중대극장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40평 이상의 연습실을 구하기는 힘들었다. 2012년 공사 중이었던 구리아트홀의 담당 직원이 상주단체를 제안했고 2013년 공모를 통해 2년 협약을 맺었다. 2014년 처음으로 공동 제작 작품 <홍도>를 올렸다. 경기문화재단의 지원금에 구리아트홀에서도 별도 제작비를 출연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6년에는 사업 주체가 공연장으로 바뀌고, 연차별로 공연장의 자부담 비율이 늘어나는 구조로 바뀌었다. 여러 변화가 생기면서 사업자 등록 주소지를 구리시로 변경했다. 2017년에는 재공고를 통해 2년 연장했고 이후 담당 직원은 퇴사했다. 여러 외적 요인과 10년 차에 자부담이 40%로 늘어나면서 2018년까지만 하기로 했다.
2016년 이전에는 공연단체가 직접 지원서를 작성하고 지원금을 받아 집행하는 시스템이었다. 주체가 변경되면서 주도권이 공연장으로 넘어갔다. 구리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넣어달라고 해서 4년 차부터 공연 내용이 바뀌었다. 2016년에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청소년 대상의 공연을 제작했다. 5년 차에는 <토기전>이라는 어린이 대상의 공연을 올렸고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공연장의 자부담 비율은 지금도 유효하다. 극단은 자부담을 해서라도 여러 작품을 만들고 싶지만 일정 비율을 극장에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극단은 왕성하게 활동하고 싶은데 극장에서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외적 요인으로는 시의회의 압력이 있다. 구리아트홀은 시 직영극장이라 시의회의 의결이 필요하고 예산과 프로그램에 대한 압박이 들어온다. 초기부터 구리시 활동 단체의 저항도 받았다. 마방진은 창작과 유통이 주 활동이고 세계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극단인데 지원사업은 지역민을 위한 단체로 제한한다. 이 상황에서 극장과 파트너십을 맺고 장기적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기 프로젝트로 한 극장과 한 작품을 개발하는 형태로 지원사업이 변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많은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지만 취지에 맞게 기능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각 단체들의 성격에 맞는 형태로 유연하게, 단체가 좋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형태로 변했으면 한다.

토론 2 제도적 쟁점과 개선 과제 발제의 제안을 중심으로
박혜숙 은평문화재단 문화정책소장

상주단체 지원사업을 지역과 연동했을 때의 의미와 개선점을 고민해왔다. 사업의 재편은 예산의 출처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민, 구의회, 행정 등 은평구 내에서는 상주 단체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명도가 낮고 관객이 모이지 않는다. 역으로 상주단체도 지역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공연예술 창작기금 마련의 방편으로 지역, 공간과 결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역을 소상히 알 여유가 없다. 사업운영 방식의 재설계를 통해 지역의 결합력과 적응력, 확산력을 다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광역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지자체별로 운영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한문연은 공연유통보급기관으로 인식된다. 전국적으로 공연의 성격과 내용을 획일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문연이 모든 권한을 가지면 공연이 더욱 획일화될 우려가 있다. 예술위 사업들은 공연창작과 지역문화 사업으로 이분화되었다. 은평구의 상주단체(정가악회)가 만든 공연이 공연예술창작품인지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그램인지 애매하다. 공연 형식이지만 내용이 지역 커뮤니티에 가까우면 다른 곳에서는 공연할 수 없다. 공연단체는 창작품을 순회공연할 기회가 없어진다.
현재 e나라도움 시스템은 상주단체 지원사업 예산운영의 걸림돌이다. 예전 시스템으로는 공연장이나 공연단체 간의 협업과 논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스템 공유가 되지 않고 협력해서 방향과 내용을 수정할 수도 없다. 사업 재편과 무관하게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상주단체를 선정할 때 지금은 서울문화재단의 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지역의 자율성이 확대되어야 한다.
제도의 운영과 세부 운영 규칙 면에서는 3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하나는 지역에서 최종 선발해 서울문화재단에서 승인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상주단체는 이미 전문성이 있다면 지역단체들은 전문성을 향해가는 단체이다. 지역 내에서 거점으로 활동하면서 성장하고 싶어 하는 단체를 발굴해 육성하는 것도 상주단체 지원사업으로 봐야 한다. 지역 내에서 추천할 경우 서울문화재단에서 최종 선발하고, 지역 거점이 아닌 경우 지역에서 최종 선발하고 서울문화재단에서 최종 확인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단체와 지역의 성격에 맞게 매칭 방식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1부에서는 상주단체 지원사업이 나오게 된 정책적 배경과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짚어보고, 지원사업을 직접 경험한 단체와 공연장을 통해 전개 방식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김소연 사회자는 “사업의 기획 단계에서는 지역, 극장, 예술단체의 이상적인 협력 모델이었을 것이다. 현실은 각자의 목적과 미션이 달라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중앙정부, 지방의회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문연 사업 이관 제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플로어의 질문에 이규석 전 본부장은 “새정부 예술정책에서 상주단체 지원 사업은 창작활성화형, 지역커뮤니티형, 문화나눔형 3가지로 구분해 추진한다고 한다. 예술위의 사업예산 구조는 재편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문연의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면서 문예회관 사업이 통합형 사업 구조로 재편되면 굳이 지금처럼 광역을 거칠 필요가 없다. ‘한문연-문예회관’, ‘공연단체-지역’으로 정비하면 좋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2부.
사례 발표
비전과 미션 공유를 바탕으로 한 지역 공공극장과 예술단체 협업
조형준 안산문화재단 지역문화부장

안산문화재단은 2009년부터 극단 북새통과 극단 몸꼴 등 연극단체를 중심으로 운영했고, 2018년에는 극단 걸판,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협업하고 있다. 시립 국악단과 극단 북새통 남인우 연출이 어린이 공연을 만들던 중에 시범 사업에 참여했고 4년 정도 같이 활동했다. 당시 <재주 많은 다섯 친구>라는 작품을 만들어 순회공연을 했고 저작권은 공연단체에 있다. 극단 몸꼴과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준비 과정에서 리서치와 창작을 협업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2013년 문래예술공장의 몸짓 페스티벌을 통해 연결되어 상주단체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같이 가게 되었다. 극단 걸판은 지역 민간단체로 지역 어린이극단 별꼴, 청소년연극반 고등어, 청년극단 청어와 교류하며 활동하고 있다.
상주단체 지원사업은 2006년 ‘공연예술전문단체 집중육성지원사업’에 근거를 둔다. 공연장이 아니라 공연장과 상주단체의 협업이 사업의 지원 대상이어야 한다. 협업의 조건은 비전과 미션의 공유이며 근본적인 자세는 역지사지이다. 상주단체와는 공동 사업을 필수적으로 추진하고 책임과 권한을 나눠야 한다. 안산문화재단은 실제 필요한 사업부서에서 상주단체 지원사업을 맡아서 진행한다. 공연단체는 창작역량 강화, 공연장은 지역문화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지만 안에서는 합쳐진다. 극단 북새통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다니며 활동했고, 극단 걸판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청소년 공연단체를 지원했다. 안산에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무용을 배우는 분들이 많다. 안산문화재단은 지금 당장 성과를 내는 사업보다 공연장과 예술단체가 스스로 미래 기반을 만드는 사업으로 관점을 공유했다.
상주단체 지원사업은 오래할수록 자부담이 늘어 부담이 된다. 3년 정도 하면 협업이 익숙해지는데 이 시기에 자부담이 높아진다. 기회균등 차원이라고 하지만 돌아가면서 기회를 주는 사업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본다.
안산문화재단은 상주단체 지원사업이 기회로 작용한 것이지 사업을 목적으로 단체를 만난 것은 아니다. 모든 지역에서 공모를 하다 보니 광역문화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아 기초에서 지역단체를 지원하는 제도로 비친다. 미래에 대한 소통 없이 거의 공연단체의 계획을 따라간다. 공연장의 계획과 의지도 심사의 중요한 대상이어야 한다. 이 사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심사위원 풀제도를 운영하고 심사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사업의 근본적인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공모 과정에서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서 창작하기
천재현 정가악회 대표

정가악회는 2000년 창단해 20여 년간 여러 지원제도를 거쳤다. 예술계 지원제도와 지형에는 예술작품, 예술가와 예술단체, 이들이 소속된 사회 3가지가 있다. 상주단체 지원사업은 이 모두를 포함한 예술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정가악회는 남산골 한옥마을과 남산국악당을 3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은평구에 상주단체로 들어가면서 큰 작품보다는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상상했다. 은평구는 시민사회조직이 활발하고, 알아볼수록 쉽지 않은 지역이었다. 재개발 이슈와 원주민과 이주민 문제를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해보기로 했다. 은평구의 원주민 합창단과 이주민 합창단, 마을 노래패, 3개 합창단을 대상으로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올렸다. 지역주민들에게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무대에서의 좋은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은 은평구에서 벌어지는 이주민과 원주민, 재개발 문제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다. 은평구는 600여 명을 수용하는 고아원이 있고 대학 진학률도 낮다. 지역에 환원되는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작업도 펼쳤다.
예술단체가 예술밖에 모르면 세상과 소통할 수 없다. 지역 현안을 바라보고 깨우치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더 나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전통 분야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기준과 철학적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세상과 소통하기 힘들다. 정가악회는 예술가의 성장을 통한 사회의 성장을 중요하게 보고 이에 따라 지역과 그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극장의 미션과 필요한 상황에 맞춰 단체 스스로 조정하면 서로에게 필요한 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상주단체 지원사업을 예술 생태계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전환해서 살펴보았으면 한다.

민관협력형 지역 공공극장 운영 실험
민새롬(마을담은극장협동조합 이사장,
극단 청년단 대표)

성북구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의 협력 운영 주체이자 민간 창작자 입장에서 지역 공공극장과 만난 과정을 발표하겠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예술적 경향과 특색을 선보이기 좋은 발표 장소를 찾기 마련이다. 공연장에 단순한 발표 장소 이상의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공공 영역의 지원사업 이외에도 창작자들이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작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활동을 시작한 시점부터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민간 소공연장과 민간 예술단체의 협업과 상생을 시도하면서 운영 구조가 열악한 민간 공간의 한계를 실감했다. 3년 전 성북구의 ‘공유성북원탁회의’에 참석해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을 만나면서 소모임을 통해 극장을 공부했다.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은 30여 년 전 성북구의 배수시설에서 활인소극장, 아리랑소극장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연극협회를 거쳐 성북문화재단이 운영을 맡아 현재에 이르렀다. 10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의 위탁 운영 주체가 계속 바뀌었고 한계를 넘지 못했다. 이에 스스로 도전하고 실천하기 위해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성북문화재단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역구의 공공극장들은 전문 문화시설로 인식되고 운영되지 않는다. 자치구 문화재단 중에는 문화시설을 운영할 시스템과 예산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최소 인력만으로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건강한 일터가 되지 못하고 강당으로 전락한 지역 공연장의 현실에 좀 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성북구는 예술가와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운영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시도했다. 공유성북원탁회의 안에서 시작된 소모임이 협동조합으로 발전했고 2017년 4월 성북문화재단과 MOU를 체결했다. 100회 이상의 회의를 진행하면서 지역구 소공연장을 준 전문 인력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만 3년간의 실험과 고민 끝에 극장 매니저, 기술감독, 무대감독, 협력운영 총감독의 업무 체계로 운영 중이다.
지역 공연장들은 지역에서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자치구들이 전문 인력과 지역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전문 공연장의 맥락을 쌓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자치구나 지역 안에서 활동하는 단체는 보조금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자생 역량을 갖춰야 한다. 자치구와 민간 주체가 자립할 수 있는 운영 구조에 대한 실험과 도전이 필요하다.

김소연 (연극평론가)

김소연 사회자는 “안산문화재단은 지원사업과 무관하게 단체와 극장의 협업이 먼저 이뤄졌다. 사업별로 세분화된 예산을 극장이 미션에 따라 통합해 사용한 사례이다. 두 번째는 극장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의 장소성이 예술단체에게 새로운 실험의 토대가 된 사례이다. 중앙에서 만든 정책이 지역으로 흩어질 때는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의 사례가 중요하다.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극장 운영에 참여하면서 협업의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이후에는 발표자 간 상호질의 시간을 갖고 문예회관을 운영하는 참석자들의 고민과 의견을 들어보았다. 민새롬 연출은 “현재 공연장이나 예술단체에게 운영기관인 서울문화재단의 목표나 취지가 구체적으로 인식되지 못한다. 단체 입장에서는 자치구마다 다른 상황에 대한 섬세한 프로그래밍이 절실하다. 사업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서울문화재단 안에서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면서 다른 기관에서 다시 0점부터 시작하면 상주단체 입장에서는 무력감이 들 것을 우려했다.
이에 이규석 전 본부장은 확정안이 아닌 상상적 제안이고 지금처럼 개별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보다는 적극적인 합의를 통해 전면적인 개편을 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문연이 혁신하지 못하면 전국 문예회관의 자생력을 담보할 수 없다. 지금처럼 시설만 만들어놓고 구체적인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소연 사회자는 “지역 공공극장들의 실핏줄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 위에서 오는 예산으로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최전방에서 역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동문화재단 정책기획팀 김민정 팀원은 “2016년 상주단체의 지원사업 전담 인력으로 시작해 재단에서 일하게 되었다. 실제 공연장 안에서의 이 사업의 비중과 위상이 궁금했다. 서울문화재단은 공론장 형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단체 입장에서는 목소리를내면 탈락할까봐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정책기획팀에서는 이 사업을 공연장의 일로 치부하는데 다른 재단에서는 어떻게 이해하고 소화하는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다.
강북문화재단 홍철욱 문화사업팀장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강남문화재단 기획팀에서 일했다. 2009년에는 상주공간이 없어도 참여 가능해 3개 상주단체와 행복하게 일하면서 재미있는 기획도 많이 했다. 수원문화재단 축제기획단으로 이직해서는 공연장이 없어서 상주단체 지원사업을 못했다. 2017년 5월 강북문화재단으로 왔는데 강북도시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문예회관을 리모델링해 2020년부터 재단에서 운영할 예정”이라고 소개한 후 육성이나 지원은 관주도형 표현이지만 그동안 공연예술단체와 공연장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지원사업이었다면서 계속 잘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표현했다.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을 담당하는 성북문화재단 문화지역협력팀 유희정 팀원은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는 2016년부터 상주단체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지원사업을 위해 단체를 만난 것이 아니라 죽어 있는 극장을 어떻게 살리고 지역예술가들의 삶의 터전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중에 ‘청년단’을 만났다. 공연장 운영과 상주단체는 떨어지려고 해도 떨어질 수 없다”면서 극단은 공연장에 남아 같이 살 방법을 연구하는 동료이자 팀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김소연 사회자는 “극장의 활성화와 창작단체 역량 강화는 별개의 미션이 아니지만 정책에서는 별개의 사업으로 구분한다. 사업의 최전선에 있는 지역극장에서부터 이를 어떻게 통합할지에 대한 질문을 시작한 토론회였다. 당장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고민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가 이어졌으면 한다”는 말로 행사를 마무리지었다.

정리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사진 손홍주
※ 외부 행사의 토론 내용은 서울문화재단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며 [문화+서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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