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더다이즘, 아홉 번째 다시, 벚꽃
“벚꽃놀이와 불꽃축제. 둘 다 꽃인데 벚꽃은 자연의 선물이고 불꽃은 문명의 산물입니다.
문화라는 것도 사실은 벚꽃과 불꽃 사이에 피어난 꽃(文花)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동물원 2집 음반의 타이틀은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입니다. 불멸의 가수 김광석이 불렀죠. 1988년에 나온 그 음반에는 다른 멤버가 부른 노래들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최근 드라마를 통해 부활했습니다. 원래 제목은 <혜화동>인데 배경이 쌍문동이어서인지 요즘은 ‘혜화동 혹은 쌍문동’으로도 불립니다. 노래가 있는 마을로 한 번 떠나가 볼까요?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택(박보검)이 바둑대회 우승 후 쌍문동 친구들과 함께 피자를 먹을 때, 그리고 나중에 아내가 되는 덕선(혜리)을 처음 끌어안는 장면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이제부터 제 이야기입니다. 직장을 여러 번 옮기다보니 후배들도 다양해졌습니다. 보고 싶은 얼굴들도 많지만 제가 먼저 연락을 취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혹시라도 저를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노파심 때문입니다.
<혜화동> 노래 가사처럼 잊고 지내던 이름이 액정화면에 뜨는 순간 가슴에 아스라한 추억이 번집니다. 최근에 연락을 해준 후배는 유해진입니다. 연기파 배우 유해진과 동명이인이죠. <휴먼다큐 사랑>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PD입니다. “형 이번에 제가 영화를 만들었는데 시사회 때 와주실 수 있어요?” “와주다니? 당연히 가야지.” 장르는 주특기인 휴먼다큐, 제목은 <다시, 벚꽃>입니다. 음원깡패라는 별명을 가진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의 일과 사랑을 그린 영화였습니다. 봄만 되면 전국에서 울려 퍼지는 바로 그 곡 <벚꽃엔딩>에서 제목을 따온 거죠.
극장은 여의도에 있었습니다. 여의도는 제가 PD생활 17년을 불사른 곳이죠. 사실은 그전에도 여의도는 제게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6살 때 어머니를 여읜 후 저는 고향 마산의 형제들과 떨어져 고모님이랑 서울에 살았습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작은형은 고등학교를 마친 후 곧바로 공수부대에 자원입대했죠. 편지로 안부를 주고받던 형은 저를 이따금 여의도로 불러냈는데 거기서 제게 ‘거액’의 용돈을 준 겁니다. 왜 굳이 여의도였을까요? 그 단서를 찾기 위해선 은방울자매가 부른 <마포종점> 2절 가사가 필요합니다.
“여의도 비행장에 불빛만 쓸쓸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하면 무엇 하나”
작은형은 당시 비행장이었던 여의도에서 (목숨을 건) 낙하훈련으로 받은 월급을 어린 동생에게 용돈으로 준 겁니다. 눈물의 가족사이자 감동의 형제애죠.
여의도는 1년에 두 번 사람들로 꽉 찹니다. 바로 벚꽃과 불꽃이 한창일 때죠. 벚꽃놀이와 불꽃축제. 문화재단 대표로 온 후 저는 거기서 묘한 상관관계를 발견했습니다. 둘 다 꽃인데 벚꽃은 자연의 선물이고 불꽃은 문명의 산물입니다. 제 명함 속에 웅크리고 있는 문화라는 것도 사실은 벚꽃과 불꽃 사이에 피어난 꽃(文花)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노래여행의 마무리는 안치환밴드에게 맡기겠습니다. 혜화동을 거쳐 마포를 지나서 여의도까지 오면서 줄곧 문화는 사람이고 사람은 벚꽃이나 불꽃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택(박보검)이 바둑대회 우승 후 쌍문동 친구들과 함께 피자를 먹을 때, 그리고 나중에 아내가 되는 덕선(혜리)을 처음 끌어안는 장면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이제부터 제 이야기입니다. 직장을 여러 번 옮기다보니 후배들도 다양해졌습니다. 보고 싶은 얼굴들도 많지만 제가 먼저 연락을 취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혹시라도 저를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노파심 때문입니다.
<혜화동> 노래 가사처럼 잊고 지내던 이름이 액정화면에 뜨는 순간 가슴에 아스라한 추억이 번집니다. 최근에 연락을 해준 후배는 유해진입니다. 연기파 배우 유해진과 동명이인이죠. <휴먼다큐 사랑>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PD입니다. “형 이번에 제가 영화를 만들었는데 시사회 때 와주실 수 있어요?” “와주다니? 당연히 가야지.” 장르는 주특기인 휴먼다큐, 제목은 <다시, 벚꽃>입니다. 음원깡패라는 별명을 가진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의 일과 사랑을 그린 영화였습니다. 봄만 되면 전국에서 울려 퍼지는 바로 그 곡 <벚꽃엔딩>에서 제목을 따온 거죠.
극장은 여의도에 있었습니다. 여의도는 제가 PD생활 17년을 불사른 곳이죠. 사실은 그전에도 여의도는 제게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6살 때 어머니를 여읜 후 저는 고향 마산의 형제들과 떨어져 고모님이랑 서울에 살았습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작은형은 고등학교를 마친 후 곧바로 공수부대에 자원입대했죠. 편지로 안부를 주고받던 형은 저를 이따금 여의도로 불러냈는데 거기서 제게 ‘거액’의 용돈을 준 겁니다. 왜 굳이 여의도였을까요? 그 단서를 찾기 위해선 은방울자매가 부른 <마포종점> 2절 가사가 필요합니다.
“여의도 비행장에 불빛만 쓸쓸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하면 무엇 하나”
작은형은 당시 비행장이었던 여의도에서 (목숨을 건) 낙하훈련으로 받은 월급을 어린 동생에게 용돈으로 준 겁니다. 눈물의 가족사이자 감동의 형제애죠.
여의도는 1년에 두 번 사람들로 꽉 찹니다. 바로 벚꽃과 불꽃이 한창일 때죠. 벚꽃놀이와 불꽃축제. 문화재단 대표로 온 후 저는 거기서 묘한 상관관계를 발견했습니다. 둘 다 꽃인데 벚꽃은 자연의 선물이고 불꽃은 문명의 산물입니다. 제 명함 속에 웅크리고 있는 문화라는 것도 사실은 벚꽃과 불꽃 사이에 피어난 꽃(文花)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노래여행의 마무리는 안치환밴드에게 맡기겠습니다. 혜화동을 거쳐 마포를 지나서 여의도까지 오면서 줄곧 문화는 사람이고 사람은 벚꽃이나 불꽃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