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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상담소

1월호

별자리 운세도 신통치 않을 때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립니다
“똑똑똑… 여기가 ‘예술적 상담소’ 맞나요?”
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온라인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립니다. 서울문화재단 페이스북 탭에서 ‘예술적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답니다. 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문화+서울]을 1년 동안 보내드립니다.

하루 업무가 끝나도 휴식에 집중하기 힘듭니다. 일에 대한 고민 없이 온전히 휴식 시간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업무가 끝난 후에도 그날 했던 일과 내일 할 일을 되새기고 떠올리며 휴식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업무가 잘못될 것만 같은 강박증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이런 제 자신이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라도 하니 실수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휴식 시간에 쉬지도 놀지도 못하고 일에 얽매여 있는 건 여전히 스트레스입니다. 저 때문에 덩달아 고통스러워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데 그것 또한 스트레스입니다. 저와 주변 사람들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해결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휴식 시간을 알차게 보낼 만한 즐길 거리를 찾으면 괜찮아질까요? 평소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으니 문화예술과 관련된 즐길 거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휴식을 즐기지 못하는 당신에게

업무도 직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라는 존재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 중에는 ‘일’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시킬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합니다. 동료애와 우정과 사랑을 비롯한 인간관계, 취미와 취향을 비롯한 문화적 요소들,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시간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보내는 시간들, 그리고 여러 가지 고민과 생각할 거리를 끌어안고 잠 못 이루는 밤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이루는 소중한 요소들입니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회적 자아’(Ego)와 ‘내면의 자기’(Self)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현대인들은 내면의 셀프를 보살피는 시간보다는 타인에게 보여주는 사회적 에고에 마음을 쓰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용히 혼자서 자신만의 시간을 슬기롭게 보내는 길을 자꾸만 소홀히 하게 되지요.
‘일’은 ‘사회적 자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에만 몰두하면 심각한 번아웃 증상이나 스트레스가 올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일만 생각하는 나’ 때문에 피곤해한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내가 느끼는 부담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진다면, 내 생각을 먼저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일에 대해 생각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그것을 표현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업무 시간이 끝나면 ‘일’에 관련된 그 어떤 사람과도 연락하지 않는 연습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업무 시간’과 ‘휴식 시간’을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진정한 마음의 휴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합니다. 업무 시간이 끝나는 순간, ‘일’에 관련된 연락 자체를 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어떤 ‘상징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업무 시간이 끝나는 순간, 바로 이어폰을 꽂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한두 곡씩 듣는 연습을 해보세요. 저는 바쁜 일이 끝나면 고전문학 작품을 오디오북으로 듣는 취미가 있는데요.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일만 끝나면, 내가 좋아하는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위안이자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업무가 끝나는 시간, 일단 짐부터 싸서 업무공간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공간을 바꾸는 것’이 기분전환에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거든요. 업무 시간이 끝나면 ‘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즐거운 엔터테인먼트가 기다리고 있다’는 정보를 매일 반복적으로 같은 시간에 주면, 뇌는 어느 순간 적응하면서 일에 집착하는 마음의 습관을 자연스럽게 벗어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완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면, ‘일이 아닌 다른 것들’에서 즐거움을 찾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막연히 꿈만 꾸던 취미활동을 시작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악기를 배운다든지, 꽃을 키운다든지, 요리를 해본다든지, 그림을 그려보는 취미활동도 좋습니다. 일이 아닌 다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는 순간, 삶이 풍요로워지고 스트레스가 완화되기 시작합니다. 인문학 강연이나 북콘서트에 참여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터넷 화면을 켰을 때 시작화면이 포털 사이트로 되어 있다면, 시작화면을 아예 다른 것으로 바꿔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저는 시작화면을 인터넷 서점으로 바꾸어보았는데요. 포털 사이트가 아닌 인터넷 서점을 시작화면으로 설정해두면, 뉴스 중심의 인터넷 기사가 아닌 ‘책’에 대한 정보를 늘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업무가 아닌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주말엔 저 책을 사서 읽어봐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주면 뇌는 업무가 아닌 새로운 관심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내면의 오두막’을 지어보세요

물론 우리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숲속에 나만의 오두막을 지을 수는 없지만, ‘마음속에 나만의 월든’을 지을 수는 있습니다. ‘내면의 오두막’을 지어보는 것인데요. 질문자 분의 마음속 오두막에는 어떤 것들을 챙겨놓고 싶은지요. 저는 내면의 오두막에 제가 좋아하는 책들과 음악들, 좋아하는 영화와 가고 싶은 여행지들, 그리고 죽기 전에 꼭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속 버킷리스트들을 저장해놓았습니다. 조금씩 그 내면의 오두막을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놓기 시작한다면, 일에 집착하는 마음, 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도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업무 시간을 넘어서까지 일에 대해 걱정하는 분이라면, 지금 맡고 있는 일을 잘해내고 있는 분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스스로를 따뜻하게 칭찬해주고, 배려해주세요. 1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보면서, 더 행복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일만 생각하는 에고(사회적 자아)가 아니라, 일을 빼고도 충분히 조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또 하나의 셀프(내면의 자기)를 보살피는 삶을 시작해보기 바랍니다. 일에만 집중하느라 미처 돌보기 어려웠던 내면의 오두막을 조금씩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들’로 채워 넣는 연습을 해보기를 권합니다. 우리 마음속에 결코 부서지거나 무너지지 않는 내면의 오두막을 짓는 연습을 통해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꿈꾸어보기 바랍니다. 스스로를 더 많이 아끼고 보살피고 칭찬해주세요.

답변 정여울_작가.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을 펴냈으 며, KBS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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