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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상담소

5월호

별자리 운세도 신통치 않을 때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립니다
“똑똑똑… 여기가 ‘예술적 상담소’ 맞나요?”
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온라인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립니다. 서울문화재단 페이스북 탭에서 ‘예술적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답니다. 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문화+서울]을 1년 동안 보내드립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가 두렵습니다.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화해 두려움을 느끼는 1인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스마트 기기가 나오고 있는데 얼리 어답터는 고사하고 3~4년씩 같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새로운 기기나 물건에 대한 흥미가 전혀 없습니다. 변화에 발 빠르게 반응하는 회사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볼 때면 문득 이러다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이 좋고 디지털 카메라보다는 필름 카메라가 좋고 손편지에 감동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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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는 세상 속, 우리는 더 고독해졌다

이상하다니요. 오히려 빠르게 변화하는 차가운 디지털 시대에 인간 냄새가 풀풀 나는, 감성적이고 멋진 분이시네요. 저는 대중문화평론가로 활동하기 전에는 20년 동안 일간지 사진기자로 일했습니다.
제가 기자생활을 시작한 1986년은 필름 카메라 시절이었죠. 인터넷과 디지털 카메라가 없었던 당시, 사건 현장에서 취재한 사진을 마감하려면 필름을 수동으로 현상해 전화 라인을 통해 전송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아날로그 시절 고가의 사진 장비와 첨단 전송기는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폼이 났지만, 기계치에 가까운 저를 비롯한 동료들은 새로운 장비에 적응하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였습니다. 컴퓨터 세상은 사진 전송을 위한 복잡한 과정에서 해방시켜주었지만 실시간 마감 시대가 시작되면서 오히려 업무 환경은 더 열악해졌습니다.
IMF로 인한 국가 환란을 지나 밀레니엄 시대가 개막되면서 세상은 완벽하게 디지털 인터넷 세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유산들은 낡고 불편한 고물 대접을 받으며 퇴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현실 세계가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소통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악도 노래가 담긴 음반 소장하던 시대에서 디지털 음원을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무거운 LP는 버려야 할 물건 중 1순위가 되어 난지도로 향했습니다. 전국의 방송국은 아날로그 시절의 LP들을 모두 처분해버렸습니다. 종이책, 종이신문도 전자책과 인터넷, SNS에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세련되고 편리한 디지털 세상이 우리들의 삶과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준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왜 과거보다 편리해진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고독하고 불안할까요? 아날로그 시절은 소통과 공유가 중요한 단체문화가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은 사람의 자리를 기계와 인터넷이 대신하는 무인 시스템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거리에 나가봐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보다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아날로그 시절의 많은 것들이 사라졌습니다. 모든 것이 빨라지고 정확하고 세련되게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신속하고 편리한 세상이 도래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 과거보다 더 행복해야 정상인데 왜 사람들은 더 고독을 느낄까요? 디지털 세상은 인정이 메마르고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되는 부작용을 불러왔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불경기로 인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에 자연스럽게 정이 넘쳤고 따뜻한 마음과 낭만이 숨 쉬었던 아날로그 시절의 삶과 문화에 대한 그리움이 생성되면서 탄생한 문화가 복고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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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따뜻한 감성이 전하는 위로

행복했고 좋았던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다 보니 7080 시대의 음악이 부활하고 키치적인 과거 분위기를 재현한 광고와 인테리어 등이 산업적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는 시공을 넘나드는 시대극이 넘쳐나고 디지털 기기들도 기능은 첨단이지만 외형은 빈티지로 꾸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소위 ‘디지로그’가 상업적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각종 TV 오디션 프로그램이 과거의 명곡들을 소환하면서 아날로그 시절의 많은 노래들이 젊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고 있습니다. 복고문화는 세대 간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며 기적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과거 이사철이면 쓰레기 취급당하며 경쟁적으로 버려졌던 2000년대 이전의 근현대사 물건들도 인터넷 포털과 경매 사이트를 통해 고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새롭고 편리한 디지털 문화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도 요즘은 과거 아날로그 시절의 문화와 삶의 방식에 점차 호기심과 관심을 보입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낡은 것으로만 생각했던 아날로그 시절의 삶과 문화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디지털 음원으로만 음악을 듣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상징이었던 LP가 인기를 끄는 것도 그 같은 변화를 증명합니다. 그들에게 아날로그 문화는 낡은 것이 아닌 전혀 새로운 뉴웨이브 같은 것입니다. 주변의 다른 친구들이 알지 못하기에 그 문화를 향유하는 자체를 차별적이고 ‘힙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생성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불편하지만 아날로그적인 삶을 고집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직장인이라면 급속하게 변화되는 환경에 뒤처지는 것이 두려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과거 아날로그 시절의 문화가 왜 다시 각광받을까요? 디지털 문화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그 시절의 따뜻한 감성 때문 아닐까요? 고집스럽게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태도는 시대에 뒤처지거나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잃어버렸던 정서적 편안함과 따뜻한 감성을 안겨줍니다. 부디 디지털의 편리함과 아날로그의 편안함을 모두 누리게 되시길.

답변 최규성_대중문화평론가,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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