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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문화+서울]을 1년 동안 보내드립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은 취업 준비생입니다. 관련 전공자도 아닌데,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 살고 있는 26살 여자 취업 준비생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춤을 좋아했고 중학교 때부터 고 3 전까지 댄스팀으로 활동했어요. 고 3이 되어서야 춤으로 대학을 가야겠다 싶어
학원을 다니며 입시 준비를 했지만 집안의 반대와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일반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죠. 그래도 춤은 놓지 않겠다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대학 진학 후 회의감 때문에 휴학까지 했지만 여러 이유들로 제가 다니고 있는 일반 대학에서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겼고 복학 후 전과를 해 가정복지학을 전공했습니다.
복학 이후로는 춤을 추지 않았고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졸업을 하니 진로, 직업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제 안에 숨겨놓았던 춤, 예술에 대한 마음이 다시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전공과 관련 없는
카페 일을 하며 예술적인 부분을 녹여내자고 스스로와 타협했고 수입이 생기면 춤 수업을 들으며 직업은 아니더라도 춤을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수입에 있어서 안정을 찾기 전에 남자 사장님들의 정신병력과 부적절한 언행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일을 계속할 수 없었어요. 그러면서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었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돈을 벌면서 예술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니 대부분 경력이 있어야 하거나 문화예술 관련 전공자여야 하더라고요.
지금의 제 상황에서 문화예술 관련 일을 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문화기획자 양성과정 같은 것들을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제가 지원해서 그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혹은 구체적으로 다른 어떤 정보들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서울에서 하는 예술 관련 축제의 자원봉사자에 지원해볼까 하는데 아무래도 보수가 없는 일이다 보니 지금은 경험 삼아 한다지만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관련해서 여러 정보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누군가의 시작에 감히 제가 조언을 드리게 되네요. 조언이라는 무거운 단어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아주 조금 먼저 활동한 언니(?)의 짤막한 수다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어요. 애정을 담아,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그게 시작이에요
“음, 예술이잖아? 일단 해보지 뭐.” 저는 이 단순한 생각으로 첫 이력서를 써내려갔어요. 현재 몸담고 있는 거리예술축제 홍보 분야로의
시작이었지요. 중·고등학교에 이어 대학에서도 순수예술을 전공한
저에게는 미지의 세계였지만 단지 ‘문화예술’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전했습니다. 제 이야기가 어쩌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좋아서 시작해 10년을 넘게 이어온 전공이, 전공 이상의
존재감으로 느껴질 때 조금씩 멀어지더라고요. 그래도 약간의 미련과 과한 애정으로 온전히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기에, 딱 지금의 질문자님처럼 문화예술 분야의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축제에서 홍보를 하고 있고 전공이었던 ‘춤’을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서두가 꽤 길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수다를 시작해볼까요? 어떤
분야든 내 마음이 원하는 출발선을 선택하는 것, 그게 시작입니다.
질문자님은 문화예술이라는 종목을 선택하셨어요. 그럼 출발선에
서서 살짝 뒤를 돌아볼게요. 그리고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보세요. 아마 작은 것에서 시작된 애정과 관심이겠지요? 이 길을 선택하게 만든 그 애정을 잊지 않으면 좋겠어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어려운 결정 속에 선택한 분야에서는 애정으로 버텨나가게 되더라고요. 업이든, 취미로든요.
다음으로 내가 잘하는 것, 남들과의 차별점이 무엇인지도 고민해보세요. 관련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좋습니다. 가정복지학을 전공해 문화예술을 업으로 하려는 것 자체가 색다른 이점이 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질문자님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내면의 소리에 계속 귀 기울이는 것은 정말 잘하고 있는 겁니다. 이 모든 게 나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니까요.
어떻게 나아갈까요?
한걸음 더 나아가볼게요. 문화예술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춤추는 것을 업으로 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가요? 아니면 그와 관련된 공연이나 행사를 만들어내는 기획자가 되고 싶은가요? 혹은 문화예
술 행정가나 교육자는요? 구체적이지 않아도 좋으니 먼저 떠오르는
것들로 가지를 내려볼까요? 그렇게 나온 여러 방향의 길에 자신의
역량과 지금의 관심, 현실적인 문제를 더하며 우선순위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제 현실적인(금전적인) 문제를 얘기해볼게요. 무시할 수 없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천천히 가도 괜찮다면 파트타임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공연장 같은 문화예술 기관에 살짝 몸을 두어
끊임없이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지요. 비슷하게 기관의 인턴, 행정스태프 등으로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깊진 않더라도 곁눈으로 배우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답니다. 혹은 일반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거나
현재의 전공을 살린 직업으로 수입을 얻고 공공기관의 문화기획자
양성과정, 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배움터에 지원하셔도 좋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서울문화재단이나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문화예술기관의 뉴스레터를 받아보면 나에게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홍보마케터 캠프, 축제워크숍 등에 참가했었고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거리예술비평 아카데미에 지원하며 축제 속 홍보인의
길을 다져나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예술단체, 관련 스타트업, 커뮤니티 등을 통해 무겁지 않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도 많으니 취미로든 또 다른 업으로든 문화예술과의 접점을 만들어내길 바랍니다.
이상 문화예술 분야 초년생의 수다가 끝났습니다. 제 방식대로 길을
알려드렸지만 이 무엇도 정답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능을 막 끝낸 예비대학생이 들려주는 따끈한 기출문제와 후끈한 시험장의 온도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한마디만
하고 마치겠습니다. 어디서든 일하면서 겪는 부당한 대우들, 절대 그냥 넘기면 안 되는 것 알죠?
- 답변 이나래_ 서울거리예술축제2017 추진단/홍보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