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은 2014년부터 매년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설문응답자들을 대상별로 만나 어떻게 문화생활을 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리를 새롭게 마련했다. 설문통계뿐 아니라 직접 들은 삶의 이야기를 모아 연말에 ‘서울시민 문화생활 리포트’로 정리해 낼 예정이다. 지금까지 세대별 1인가구, 베이비부머, 육아맘(전업주부) 등을 만났고 이번에는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3040 직장맘들을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진행 |
- 남미진_ 서울문화재단 정책연구팀장
- 참여 |
- 방수영(30대, 강남구), 오은경(30대, 성북구)
- 임은희(40대, 관악구), 정희경(40대, 강남구)
- 박은주(30대, 금천구), 신은아(40대, 도봉구), 허수정(30대, 관악구)
- 일시 |
- 2017년 5월 16일 오후 7시
- 장소 |
- 종로 마이크임팩트
오늘은 일하면서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직장맘들을 모셨습니다. 사실 저도 초등학생과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가 있어서 오늘 이야기가 어느 때보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 어느 동네에서 몇 살 아이를 키우고 계신지 소개해주세요.
임은희 저는 관악구에서 살고 있고 딸만 셋입니다. 큰 애는 6학년, 둘째는 4학년, 막내는 이제 1학년 들어갔고요. 개인적으로 대중적인 문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에 관심이 많아요.
오은경 성북구에 살고 있고요. 초등학교 2학년 딸이 하나 있는데 너무 활동적이에요. 제가 어릴 때는 부모님이 문화행사에 잘 데려가 주지 않았어요. 아이가 하나이다 보니 제가 자랄 때와는 다르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서 자주 데리고 다녀요.
방수영 저는 6살 된 아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인천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했는데 서울은 이런 부분이 너무 잘되어 있어요. 서울시에서 보내주는 메일을 체크하면서 ‘이번 주에는 어디 가면 되겠다’ 하고 있어요. 아이랑 같이 뭔가를 하러 다니는 게 너무 좋아요.
신은아 저는 도봉구에 살고 있고요. 4살 된 아들이 한 명 있어요. 시골에서 살다가 20대 중반에 올라왔는데요. 서울에 오니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너무 많았는데 결혼하고 애 낳고 나니 여유가 없어지더라고요.
정희경 현재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있어요. 2010년생인데 조기 입학시켜서 키우고 있습니다.
박은주 저는 금천구에 살고요. 초등학교 5학년 딸과 6살 딸, 둘을 키우고 있어요. 큰애를 키울 때 주말마다 나름 비싼 뮤지컬 등에 비용을 써가면서 문화생활을 했는데요. 서울시나 국립극장에서 무료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좋다는 걸 알게 되어서 주말마다 시민청에 간다든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간다든가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허수정 저는 관악구에 살고 9살 된 딸과 7살 된 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직장 때문에 거의 강서구에서 생활하고요. 아이 낳고 나니 비싼 문화생활은 잘 못하게 되더라고요. 국공립 시설과 문화재단을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직장 일이나 집안일을 하지 않을 때 여가시간이 얼마나 되고 주로 무얼 하면서 지내세요?
방수영 시간이 거의 없죠. 직장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해야 하는데.
박은주 아이들 재우고 난 후에 그냥 자기 아까워서 TV를 본다거나 스마트폰을 한다거나, 어디 나갈 수는 없으니까 그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오은경 저는 남편과 협의를 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저녁시간에 남편이 아이를 봐주면 퇴근하고 나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있어요. 주말에는 딸이 방과후 학교에서 ‘방송 댄스’를 하는데요, 데려다 주고 나서 저는 바로 산에 올라가요. 2시간 반 정도 걷고 남편이 딸을 데리고 오면 제가 집에 와서 밥을 차려주는, 그런 정도의 여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방수영 저희는 시댁이 시골에 있어서 가끔 아들만 보내요. 그러면 제 세상이 오는 거죠. 책 보고 영화 보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여가를 즐겨요.
허수정 저는 개인적으로 배우는 악기가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개인 레슨을 받고요. 레슨 없는 날에는 혼자서 연습하는 게 유일한 여가예요.
정희경 저는 계획을 많이 세우는 편이거든요. 남는 시간 있으면 리스트 뽑아놓은 것을 봐요. 혼자 가기보다는 가까운 데라도 아이와 남편과 같이 가려고 해요.
최근 기억에 남는 문화활동이 있으신가요?
임은희 작년에 10개월 과정으로 매주 토요일 국립국악원에서 아이들이 국악을 배웠어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국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어요. 마지막에는 아이들이 다 같이 공연을 했는데 그 기억이 가장 좋았고요. 국가나 시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우선적으로 참여하려면 엄마의 스피드와 정보가 중요하죠. ‘내가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했어요.
정희경 저도 연말에 국립국악원에서 송년 음악회를 한다는 걸 보고 부리나케 전화해서 예약을 했어요. 가까이 살고 있음에도 처음 가보았는데, 좋은 공연을 무료로 보면서 가족과 뜻깊은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어요.
허수정 저는 국립국악원 유료회원으로 가입했거든요. 여름에 6월말부터 토요일마다 잔디밭에서 무료공연을 해요. 식구들끼리 돗자리 펴놓고 간식 먹으면서 공연을 볼 수 있거든요. 진짜 좋아요.
신은아 저는 회사가 시청 근처여서 서울시립미술관이 가까운데요.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는 <예술가의 런치박스>를 신청해 직원들하고 갔는데 좋더라고요.
엄마의 정보력과 스피드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보통 어디에서 정보를 얻으시나요?
오은경 저는 유스네비(www.youthnavi.net)1)를 많이 봐요. 최근에도 그곳을 통해 ‘우리옛돌박물관’을 알게 되어서 갔다 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사람도 별로 없었어요.
정희경 저는 일하면서 알게 된 인맥과 회사들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접해요. 그분들이 클릭한 ‘좋아요’라든가, 교육 관련 정보에 들어가면 처음 접하는 정보들이 있어요.
문화활동은 정기적으로 하는지, 비정기적으로 하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오은경 학교에서 학사력을 나눠줘서 쉬는 날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런 것을 하면 좋겠다’라고 리스트를 작성해둬요. 평일에는 못해주니까 휴일에는 나가려고 무언가를 계속 찾아보고 있습니다.
방수영 저는 일단 제가 계획을 세우고 아들에게 물어봐요. 아직 6살이기 때문에 좋으니까 무조건 끌고 가서 보라고 하면 남는 것도 없고요. 간다고 하면 가고 아니면 아들이 가고 싶다고 하는 곳에 가고요.
자녀를 위한 활동 말고 본인을 위한 문화활동을 계획해서 하는 경우도 있으신가요?
임은희 저는 문화생활에 갈망이 많았어요. 지금은 같이 근무하고 있는 분들과 문화코드가 맞는 편이에요. 상사나 동료들 중 누가 이거 좋다고 하면 회식의 일환으로 같이 예약해서 저녁을 먹고 가요. 사실 저는 집이 멀어서 불만이 많았어요. 항상 밤늦게 끝나니 집에 가는 것을 걱정해야 해요. 집근처에도 참여할 만한 문화 프로그램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럼 주로 집 근처보다는 좀 더 알려진 곳에서 문화활동을 하시나요? 아이들과 함께할 때는 어떠신가요?
박은주 첫애가 어릴 때는 저도 에너지가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매주 토요일 국립극장에서 하는 연극 프로그램을 들었던 생각이 나요. 지금은 왜 안 하는지를 생각해보니 거기까지 갈 에너지가 없어요. 1시간 30분 거리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문화생활을 돌이켜보니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가요.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걸어서 갈 수 있는 정도에 있는 걸 이용하게 되더라고요.
허수정 되도록 지출을 줄이려고 생각하다 보니까 큰 기관에서 하는 질 좋고 저렴한 프로그램을 찾아가는 편이에요.
임은희 저는 힘들더라도 아이들을 모두 데려가고 싶은데 그러다 보니 꼭 다자녀 할인을 알아봐요. 다자녀 할인이 없으면 손을 놓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가족이 5명이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오은경 저는 비용을 좀 쓰는 편이에요. 맞벌이를 하고 애가 하나다 보니 뮤지컬 같은 것은 돈을 주고 봅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라고 생각하니까요.
박은주 저도 돈을 좀 쓰는 편이에요. 뮤지컬도 뒷자리보다는 기왕 보는 거 앞자리에서 보고요. 처음에는 애랑 같이 공연을 보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근데 애가 몸을 비비꼬면서 힘들어하는 거예요. 그러면 본전 생각이 나요. 그 뒤로는 친구와 다니거나 혼자 다녀요.
정희경 저도 아이가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저학년이고 어리다 보니 비싼 공연보다는 조금은 저렴해도 알찬 공연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국립어린청소년도서관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낭독하면서 클래식 음악 공연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좋았어요. 공연 시간이 애매한 평일 4시라, 다른 시간에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임은희 평일이라도 며칠에 걸쳐서 하거나 여러 번 하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있어요.
방수영 제 아들은 6살이다 보니까 정말 10초도 가만히 못 앉아 있어요. 공연 보러 가면 ‘엄마 언제 끝나? 언제 집에 가?’만 계속 이야기할 때도 있어요. ‘그냥 집에 가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공연에 집중하기 어렵죠.
허수정 저는 또래 친구들이 거의 다 아기엄마라 자연스럽게 딸을 데리고 가게 되더라고요. 결혼하고 나서도 ‘신랑하고 VIP석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기 한 명 태어나니 5만 원, 둘째까지 태어나니 3만 원 이내의 공연을 찾게 되더라고요.
방수영 제가 신해철 씨를 좋아해서 팬카페에 가입했는데요. 1년에 한 번씩 팬들이 추모 공연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아들을 꼭 데리고 가요. 처음에는 가서 그냥 자더니 이제는 같이 드럼 두드리는 흉내를 내더라고요.
팬클럽뿐만 아니라 문화생활을 위해 동호회라든지, 지역 모임에 참여하기도 하시나요?
방수영 인천에 살 때 엄마들 카페가 잘되어 있었어요. 거기서 이런저런 정보를 얻고요. 저는 자동차를 좋아해서 신랑도 자동차 동호회 활동하면서 만났어요.
박은주 저는 큰애 초등학교 친구 엄마들이랑 영화를 같이 볼 때도 있어요. 5학년이니까 이제 자기들끼리 있을 수 있잖아요. 같이 있으라고 하고 엄마들끼리 영화 한 편 보고 와요.
임은희 아무래도 직장맘끼리 모이게 되더라고요. 저희는 유치원 때 같은 반 친구 엄마들과 친해지면서 동네 근처에서 텃밭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빠들까지 참여하고 있어요. 지금은 멤버가 12명이에요. 해마다 캠핑도 같이 가고 문화생활도 같이해요. 좋은 정보가 있으면 먼저 이야기해서 같이하고요.
결혼하기 전의 문화생활과 비교해서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지, 제약이나 좋은 점을 이야기해주세요.
허수정 일단 제약이 먼저 떠오르네요. 저는 어릴 때 직장인이 되면 해외여행을 다니고 탱고를 배워야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직장인이 되자마자 홍대에 가서 동호회에 가입하고 춤을 추기 시작했고요. 결혼하고 나니 못하는 게 많고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요.
신은아 저도 시간이 부족한 게 제일 그래요. 아이가 4살이다 보니 아직은 계속 지켜봐야 하잖아요.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아기를 위해서 책을 좀 많이 읽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방수영 저는 고향이 울산이거든요. 문화적인 혜택이 거의 없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서울에 오니 눈 돌아가게 좋았어요. 수입의 40%는 공연 보는 데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그러다 신랑을 만났는데 문화에 무지한 사람인 거예요. 제약이 너무 컸지만 많이 바꿔갔고요. 이제는 신랑이 아이와 저를 데려다주거나 아이를 봐주든가 해요.
오은경 저는 남편이랑 취미가 달라서 그게 부딪치더라고요. 저는 여행을 좋아해서 결혼 전에 여행을 진짜 많이 다녔거든요. 남편은 재즈를 듣거나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해요. 애는 다행히 활발해서 저랑 같이 다니는 게 맞는데 남편이 힘들어해요.
임은희 결혼 전에는 제가 원하는 걸 언제든 할 수 있고 같이해줄 수 있는 친구도 있었어요. 결혼하고 나서 큰애가 어릴 때는 많이 다녔는데 둘째, 셋째 낳고 나서는 움직이는 데 제약이 많아졌어요. 좋은 거 보여준다고 데리고 갔는데 애들은 쓰러져서 자고 있거든요. ‘내가 여기 왜 왔나’ 싶다가도 아이 마음에 뭔가 하나 남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또 갑니다.
문화생활에 있어 주변의 전업주부들과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장점과 단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은경 일단 둘이 버니까 외벌이보다는 좀 더 향유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아닐까 싶고요. 단점이 있다면 내 몸이 부서진다는 것.
임은희 매번 좋은 공연을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번 선택할 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박은주 저는 아이들이랑 나갈 때면 그 시간만큼은 좀 더 아이들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주중에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과 안타까움이 있어서요. 제 주변 전업맘들이 본인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이야기해요. 직장맘들과 아이들의 결속력이 강한 것 같다는 말에 굉장히 위로를 받아요.
오은경 저도 공감합니다. 질적으로 집중하는 것 같아요. 뭐든지 아이의 입장에서 눈높이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요.
임은희 평일에 엄마들끼리 모임을 하면 아이들도 같이 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참석할 수 없으니 개인적으로 미안하더라고요.
지금 하는 문화생활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일상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질문 드리고 싶어요.
오은경 열심히 일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휴가이자 여유라고 생각해요.
정희경 일해서 돈을 벌고 모으는 게 그런 것들을 누리기 위함인데, 저는 사실 그게 잘 안 되고 있었어요. 지금 이야기하면서 ‘나만을 위한 문화생활을 별로 못하고 있구나, 항상 애를 중심으로 생각해왔구나’ 하는 점을 스스로 깨우치고 있어요.
방수영 제가 아들을 계속 데리고 다니는 이유가 저처럼 공연 보러 다니는 것이 그냥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신은아 신랑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주말에 야구를 하러 다니거든요. 처음에는 ‘나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나가서 놀 거야’ 그랬는데 생각해보면 애 보느라 나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뭔가 찾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은희 저는 친구들과 한 달에 만 원씩 모아 연말에 뮤지컬을 보러 가고 밥도 먹어요. 사실 애가 생기면 친구들도 잘 못 만나잖아요. 애가 크고 나니 이런 것도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집안일 하랴, 회사일 하랴 바쁜 직장맘들의 삶에 문화생활이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세요?
허수정 정신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무얼 하나 보고 오면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개인적으로 첼로를 배운 지 4년 정도 됐어요. 업무는 잘 안 풀릴 때가 있지만 악기는 연습하면 되거든요. 내가 노력한 만큼 풀리는 게 있으니까 마음이 안정되더라고요.
박은주 그 시간만큼은 뭔가에 집중하게 되고 나를 돌아볼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직장맘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요?
방수영 아이를 돌봐주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오은경 아이와 같은 시간대에 엄마도 무언가를 따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요. 아이와 엄마가 다른 미술 수업에 들어가도,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이 같으면 함께 즐길 수 있으니까요. 특히 평일 밤이나 주말에요. 영화도 그렇게 보거든요. 애들끼리 넣어주고 엄마들은 같은 시간대에 하는 엄마들 눈높이에 맞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 만나요.
임은희 평일 저녁에 동네에서 할 수 있는 문화생활이 많으면 좋겠어요. 퇴근하고 밥 차려주고 나와서 참여할 수 있는 동네 합창단이나 악기 수업 같은. 엄마들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서 그런 곳에 가는 경우도 있거든요. 어떤 프로그램에 가면 아이들을 넣어놓고 엄마들은 밖에서 그냥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제는 나도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일 중 하루는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어요. 보는 문화에서 참여하고 활동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그에 비해 우리는 아직까지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재단에서 ‘서울시민예술대학’이라는 성인들을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평일 저녁 직장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뮤지컬을 만들고 공연도 했어요.
허수정 확대해주셔야 해요. 변두리에서는 가기 힘들어요.
방수영 어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그 프로그램이 단계별로 계속되고, 다른 구로 이사를 가도 연결할 수 있으면 해요. 똑같은 과정이 있어서 그대로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문화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삶의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오은경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요? 제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자꾸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게 되고 무기력해지잖아요.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맑아지니까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애한테도 집중할 수 있어요.
방수영 주말에는 저도 뭔가를 하기 위해 아침부터 일찍 눈뜨고 준비해요. 어제 난 분명 회사에서 아팠던 것 같은데, 그 시간만큼은 정말 에너지 넘치게 같이 뭔가를 하고요. 나중에 아이가 ‘엄마 언제 어디에서 뭐 했잖아’라고 말할 때, ‘내가 아이한테 뭔가를 해줬구나’ 하는 기쁨이 계속 그걸 하게 만들고 삶을 살아가게 만들죠.
정희경 오늘 말씀을 듣다 보니 자신만을 위한 문화생활 정보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가까운 곳에 있는 것부터 찾아서 즐겨야겠습니다.
박은주 전 늘 갈까 말까 고민을 하는데 다녀오면 후회는 안 하는 것 같아요. 뿌듯하고 성취감이 들고 제 스스로 느끼는 게 많아져요. 저한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그게 만족감으로 연결돼요.
마지막으로 서울시나 서울문화재단, 혹은 공공영역에 바라는 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방수영 솔직히 <예술가의 런치박스>에 가고 싶었거든요. 근데 평일 점심시간이라 못 갔어요. 그런 좋은 프로그램은 매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와 엄마가 함께, 혹은 혼자 할 수 있도록 주말에도 하면 좋겠어요. 회사 마치고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는 저녁 7시도 힘들 때가 많아요.
오은경 <예술가의 런치박스>는 시립미술관에서만 하잖아요. 직장맘들이 평일 점심시간을 할애해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여의도나 강남에도 있으면 좋겠어요. 시청 쪽에서 일할 때는 점심시간에 혼자 시립미술관에 가기도 했는데, 회사가 여의도로 옮기면서 그런 일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어요.
임은희 집 근처에서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 많으면 동네에 애착이 생길 것 같아요. 시간을 할애해서 다녀와도 후회는 안 되지만,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 볼 수 있는 걸 우리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제는 문화가 일상생활로 확대됐으면 해요.
회사 끝나고 집에 가도 일이 이어지지만, 문화생활이 있기에 숨통이 트이고 아이와도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같이 나눌 수 있어 즐거웠고 제안해주신 이야기들은 앞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리 전민정_ 객원 편집위원
- 사진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