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던 예술인들의 삶이 코로나19로 더욱 위협받는 상황 속에, 지난 5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12월 10일부터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가 시행된다. 눈앞으로 다가온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으로 생길 변화를 짚어보고, 주요 쟁점과 대안, 재난 상황에서 예술인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7개 문화예술기관 공동 주최로 12월까지 총 7회에 걸쳐 열리는 ‘코로나19 예술포럼: 예술의 가치와 미래’의 2회차 행사였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온라인으로 중계된 제2회 코로나19 예술포럼 현장
- 일시
- 2020년 7월 28일(화) 오후 2시
- 장소
- 블루스퀘어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차민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 이씬정석 뮤지션유니온 前위원장, 싱어송라이터
- 정안나 연극인복지연구소 대표, 연극연출가
- 진형민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운영위원장, 동화작가
- 김용제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
- 양영미 근로복지공단 적용확대추진TF팀 팀장
- youtu.be/lf1wu6IZsvc
박소현
진형민
김용제
정안나
이씬정석
차민경
양영미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 배경에는 예술인 노동 형태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예술인은 프로젝트 단위의 단속적 활동을 합니다. 용역 계약을 하고 계약직 또는 임시직 형태로 일합니다. 다음 프로젝트가 확정될 때까지는 준비 기간을 가집니다. 또 다른 특징은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겁니다. 용역 계약은 4대 보험 가입 의무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계에서는 예술인 고용보험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고, 2014년부터 자발적인 임의가입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2018년 7월부터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위원회를 개최하고 특수고용직과 예술인 대상의 당연가입 방식 추진을 의결했고, 지난 5월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해 12월 10일 시행됩니다. 의무가입이 특징이며, 적용 대상은 용역 계약을 하는 프리랜서 예술인입니다. 고용보험요율은 근로자와 같은 1.6%로, 예술인과 사업주가 각각 0.8%를 분담합니다. 가장 큰 혜택은 비자발적인 이직 상황에서 구직급여와 출산급여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아직 해결할 과제가 많습니다.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계약서상에 기간과 용역비가 명확히 표시되고, 실제 노무 제공 기간과의 괴리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또 다른 어려움은 예술계의 팀계약 관행입니다.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스태프는 제작사와 각각 용역계약을 맺기보다는 1명이 대표로 일괄수주계약을 하고 나눠 갖는 구조를 취합니다. 문제는 계약서상에 참가하는 모든 인력의 인적 사항이 표시되지 않고, 각각의 참여 기간과 비용이 표기되지 않습니다. 고용보험료의 50%를 지불할 사업주가 누구인지의 이슈도 발생합니다. 이 경우 대표 계약자에게 사업자등록증과 스태프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건설업을 참고해 원청을 사업자로 하는 방향을 계획하고 있는데, 향후 이러한 관계를 명확히 하는 계약이 필요합니다.
프로젝트별로도 매우 다양한 형태의 노동과 계약이 발생합니다. 표준화된 형태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며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또한 고용이 발생하지 않는 장르에는 적용이 어렵고, 구직급여 최소 수급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용보험과는 별도로 창작준비금 지원 같은 예술인 복지 사업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서면계약 체결 문화 조성과 행정에 대한 제도 지원이 필요하고, 소규모 사업체의 저소득 가입자 대상의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이 예술계에 효과적으로 지원되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용보험 가입이 스스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최소한의 투자임을 인식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시행 예정인 고용보험이 담고 있는 내용과 안고 있는 과제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제 4분의 패널께서 예술인으로서 직접 체험하거나 동료들과 나눴던 쟁점을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첫 번째는 예술인들이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경험해 온 위기 상황을 코로나19로 얼마나 더 체감하는지에 관한 부분입니다.
예술인들은 불안정한 노동을 하는 구조적 취약계층이고, 코로나19로 강제 실업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첫 번째, 한국의 사회보장체계는 불안정한 노동 자체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예술인은 단속적인 계약 관행과 소수를 제외한 저임금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또 하나 서면계약조차 일반화되지 않아 존재증명이 어렵습니다. 지금도 예술활동증명을 하지 못하는 현장의 다른 장르, 형태의 종사자가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존 협·단체의 예술인 인증과 공모 지원 방식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 실험이 이뤄지는 공간의 활동이 위축되고, 음향·조명·무대 운영을 해온 회사나 엔지니어가 고사하고 있습니다.
예술인의 사회보장과 감염병 위기에 대응할 대책기구나 매뉴얼이 문체부에 있는지 질문해 보고 싶습니다. 예술인 실태조사의 한계나 모집단의 문제를 극복하면서 기초나 작은 단위 중심으로 현실에 맞는 실태조사가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직접 지원 방안으로 예술인 기본소득을 지급해서 예술인들이 생계를 이어가면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또 하나, 예술인 스스로가 권리를 찾기 위해 주체를 형성하고 네트워크·연대·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당사자 운동을 실현해 갈 때 사회적 인정과 예술인의 노동권 증진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예술인 당사자 운동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예술인이 직업적으로 인정받고 사용자 측과 협상력을 갖는 노조 활동이 연계될 수 있는 지점까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빈사 상태였던 공연계는 비대면 시대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연극인들은 물류창고에서 일하고 배달과 대리운전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이 일을 더는 할 수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현재 코로나19로 피폐해져 있습니다. 그나마 창작준비금, 코로나 지원금으로 연명하고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극장 감염이 단 1건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국공립 극장들은 상반기를 보내고 나서야 문을 열었습니다. 민간 소극장에서 얼마나 철저하게 감염 예방 관리를 해온지 아십니까. 100석 극장에 25명 앉혀놓고도 공연하는 게 어디냐며 행복해했습니다. 언제 갑자기 취소될지 모르는 공연을 준비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런 시기에 공연한다고 매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연극은 과연 잉여의 것일까요. 이 일은 직업입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겁니다.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행정 용어 까다롭고, 사회보장보험 내용 어려워도 복지 주체로 성장하려고 합니다. 예술지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임을 보여주고, 예술이 공공재임을 알릴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어린이·청소년책 작가들은 두 가지 양상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먼저 절대적인 수입 감소입니다. 자체 조사 결과 70%가 전업 작가이고, 인세와 강의 수입이 절반씩을 차지합니다. 강의 수입은 일회성 예술교육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도서관이나 학교 운영이 중단되면서 작가 강의가 모두 연기 혹은 취소되었지요. 창작 관련 피해는 48.6%, 강의 관련 피해는 76.4%에 이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교에 온라인 수업이 급히 도입되면서 저작권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습니다. 많은 작가가 온라인 수업에 책을 읽어줘도 되느냐는 교사들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다수의 작가들은 학교 온라인 수업 지원과 같은 공익 목적이라도 저작물이 사용된 경우 반드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단체에서 문체부에 질의서를 보냈는데,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라 보상이 불가능하고 법 개정 계획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이는 온라인 수업이 극히 예외적이던 시절에 마련된 ‘저작권법 제25조 4항’에 근거한 것입니다. 달라진 시대에 맞는 기준과 법률 개정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 긴급지원금보다 더 긴급하게 필요한 것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보장받는 일입니다.
저는 공연예술계를 중심으로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연 단체는 1·2인 기업이 다수고, 많아도 10인을 넘지 않습니다. 공연 콘텐츠 제작은 창·제작진이 모여서 하는 특수성이 있고, 고용보험 가입률은 26.1%에 불과합니다. 민간 기업은 공연을 하지 못하면서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공연을 준비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콘텐츠를 준비하기 위해선 최소 1~3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내년, 내후년에 우리나라 공연 콘텐츠는 사장될지 모릅니다. 대학로 공연장의 가동률은 30% 미만입니다. 적자 폭이 커지면 고용을 하지 않습니다. 고용보험에 대해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예술인을 고용할 수 없다면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제작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준다면 고용보험의 형태도 선순환 구조로 발전하리라 믿습니다.
이제 고용보험 도입의 의미와 과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주제로 다뤄보려고 하는데요. 먼저 양영미 팀장님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먼저 고용보험법에서 적용 대상 예술인은 ‘문화예술 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한정합니다. 판단은 ‘예술인 복지법’에 근거하며, 해석 권한을 가진 문체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적용 대상 판단 후 계약 기간 1개월 이상은 일반 예술인, 1개월 미만은 단기 예술인으로 관리합니다. 연령과 소득 기준을 두어 65세 이상은 제외하고, 소득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에 따라 적용 제외를 합니다. 단기 예술인의 경우 소득 기준에 관계없이 적용합니다. 고용보험에 가입되면 실업급여 사업 중 구직급여와 출산 전후 급여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구직급여의 수급 요건은 5가지이고, 단기 예술인은 1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24개월간 피보험 단위 기간이 9개월 이상이고, 근로나 노무 제공 의사가 있음에도 취업하지 못한 상태여야 합니다. 수급자격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야 하는데, 예술인은 일부 소득 감소에 대한 이직까지 인정합니다. 3개월 이상 피보험자격을 유지하고, 재취업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단기 예술인은 1개월 동안 노무제공일수가 10일 미만이거나 14일간 연속으로 일한 사실이 없어야 합니다.
구직급여는 산정된 기초 일액의 60%를 받습니다. 예술인은 사업소득과 기타소득에서 비과세 금액과 경비를 공제한 금액을 ‘보수’라 하고, 이를 일 단위 보수로 환산해 기초 일액으로 삼습니다. 이 보수에 60%을 곱해 구직급여 일액을 책정하는데, 상한액은 근로자와 같은 6만 6,000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한액은 근로자는 최저임금의 80%지만 예술인은 보수가 일정 금액 이하인 경우 하한액을 별도로 두어 보험료를 납부하고 구직급여 일액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기준보수·하한액·상한액은 대통령령이나 고시를 통해 알려집니다. 지급 기간은 근로자와 같은 수준(120~270일), 출산 전후 급여는 평균 보수의 100%, 3개월 이내로 검토 중입니다.
고용보험제도에 사업소득이나 기타소득자의 진입은 예술인 당연 적용이 처음이다 보니 제도 안착을 위한 협조가 상당히 필요합니다. 피보험자격 관리와 보험료 납부의 의무를 지는 사업주의 신고가 절실합니다. 서면 계약 체결이 정착되고, 용역 대금 지급과 수령이 투명해야 하고, 기여분에 대한 보장 혜택이다 보니 0.8%의 본인 부담에 대한 이해도 공유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도 시행을 위한 하위 법령을 꼼꼼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두 번째 토론에서는 예술인 고용보험 시행의 의미,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필요한 것, 위기 상황에서 향후 필요한 제도·정책, 3가지를 나눠보겠습니다.
일단 예술인 고용보험 자체가 예술인 직업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점이라고 봅니다. 구두로 진행되던 계약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자 사용자성을 명확히 하고 전근대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예술활동증명의 범주가 장르별로 구체적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포함되면서 재구성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주요 쟁점은 우선 ‘대상’입니다. 건별 소득 기준 아래의 예술인은 들어갈 수 없고, 단기 예술인은 월 9일만 일하면 합산이 안 됩니다. 기준 보수가 월 100만 원이면 구직급여는 60만 원인데 사실 이걸로 생활하긴 힘들죠.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하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문화예술계 주요 원청인 정부와 공공의 사용자성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또 하나 예술인들이 겪게 될 혼란한 계약관계를 예술인 고용보험지원센터를 구성해서라도 조정해 주어야 합니다. 다중활동에 대한 보험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제도, 협의와 운영이 필요하고, 예술인 당사자가 고용보험위원회 하위법령 논의 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문체부도 의견만 전달할 게 아니라 이해 당사자와 토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고용보험을 시작하는 시기가 정말 안 좋습니다. 코로나19로 고용보험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요. 국가 주도로만 진행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현행 고용보험이 피보험자의 30%만 혜택을 받아서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용보험 재정이 취약해진 점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오히려 현시점에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실업부조 제도가 합리적이고요.
대안으로 노동조합이 실업보험 기금을 관리하는 북유럽의 ‘겐트 시스템(Ghent System)’을 제안합니다. 덴마크는 정부 인가를 받은 30개의 노동조합이 경쟁 방식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실업보험료 외에 행정 운영비를 별도 징수합니다. 노동조합이 실업자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자발적인 실업보험 제도인 거죠. 예술인 관련 노조가 초기 단계인 우리에게는 시기상조라지만 그래서 더욱 필요한 제도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에게는 실현 가능한 실업급여, 당사자의 참여와 역할, 고용·훈련·복지가 연계된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당사자 없이 어떤 제도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능력 있고 책임 있는 노동조합이 다양하게 생겨야 이 안에서 활동하는 모두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북유럽의 제도를 참고해 노동조합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을 검토해 보자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작가의 창작 환경과 출판계 관행에 비춰봤을 때 구직급여 조건을 충족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작가는 출판사와 출판권 설정 계약을 체결하고요. 계약서에는 원고 양도와 출간 날짜, 인세의 비율, 계약금액 등이 적혀 있습니다. 작가가 고용보험에 가입하려면 출판사와 별도의 노무 계약 혹은 작업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노무 계약 내용을 정식 문서로 남기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할 때 저작권자가 아닌 피고용인의 입장으로 대응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거죠.
작가가 출판사로부터 받는 돈은 계약금과 인세입니다. 계약금도 선인세 개념이라 결국 모두 인세인 셈이죠. 인세는 정해진 비율의 저작권 사용료를 받는 것입니다. 글쓰는 일이 분명한 노동임에도 작가는 고용노동자가 될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점이 공연·실연 예술가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입니다. 프랑스는 저작권 수입을 소득원으로 하는 작가, 화가, 작곡가를 별도의 제도로 분리해서 관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저작권 수입 그룹의 창작자들을 예술인 고용보험이라는 하나의 그릇에 담아버렸습니다.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편법 동원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낫고요. 창작자 그룹에 맞는 새로운 정책을 정확히 요구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용역 계약과 저작권 계약은 구별돼야 한다는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공연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정말 고용하고 싶습니다. 고용을 해야 고용보험도 있습니다. 상반기 공공기관에서 약속된 공연은 일방적 통보로 취소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준비 과정에 발생한 비용은 고스란히 제작자가 부담하고요. 규모가 큰 공연을 하면 100명 이상의 창·제작진이 함께합니다. 수많은 피고용인은 일정 시점에 시작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중간중간 수많은 행정절차가 발생합니다. 고용보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코로나와 함께하는 시대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겁니다. 공연예술 분야의 사업주들은 고용의 창출·유지를 통한 시장 확대를 간절히 바랍니다.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는 각 분야별 피보험자와 고용주별로 판단하고, 비용부담을 줄이면서 확대해야 실행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용보험이 문화예술계에 큰 선물이 될 수 있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책·행정 영역과 예술 현장 사이의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험료징수법’에서는 사업주가 모든 신고 또는 보험료 납부에 대한 부담을 하도록 설계돼 있는데요. 이 상태에서 예술인 고용보험이 들어오다 보니 사업주가 예술인의 전체 소득을 합산할 자료 취합의 근거나 소득 정보를 활용해 신고할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징수법을 검토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의미에서 사업주의 행정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 보험사무대행기관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도 예술인 적용 특례를 가져오면서 근거를 마련했고, 규모나 소득 기준은 향후 정해질 예정입니다.
저는 서면계약을 디지털로 하는 부분에 대한 제도적 준비나 검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보수 지급 형태도 에스크로(escrow) 방식 등 보험료를 원천공제하는 식으로 운영하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현재 예술인 고용보험 트랙 안에서 적용 가능성이 있을까요.
서면계약을 전자로 하는 형태의 문제라 계약은 유효하다고 봅니다. 보수 관련해서는 국세청 자료를 연계하더라도 현재로서는 바로 적용하기 어려워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서면계약 문화를 확대하는 노력과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중요하고요. 예술인 고용보험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려면 장기적인 입장에서 봐야 합니다. 예술인 복지정책에서 실업부조 개념의 사업이 좀 더 만들어질 필요가 있고요. 예술인 고용보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청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일단 당사자들이 나서서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위해 계속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예술 활동은 사회와 소통하면서 예술적 성취를 나와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국가·정부가 예술인의 생계와 삶의 조건을 깊숙이 배려해 주기를 바랍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니 환자 역할을 하는 출연자들이 전부 연극배우더라고요. 드라마를 살아 숨 쉬게 하고, 보는 이가 진짜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연극배우한테 거대 자본은 박수 몇 번, 광고 1~2건, 개인 개런티 올리는 보상으로 끝냅니다. 적어도 2000년 이후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한국 연극에 거대한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빚을 연극계에 단 한 번도 갚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이 갚을 적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엑스트라들이 어설프게 연기하던 환자 역할을 월 30만 원도 못 벌고 10년을 하루같이 연기하던 연극배우들이 아프게 해내는 겁니다. 드라마 보고 웃고, 영화 보고 박수 쳤던 모두가 연극인들한테 빚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연극이 남아 있지 않은 순간이 오기 전에 기초예술을 지원하고 도와주십시오. 살아갈 수 있게 복지 시스템에서 지원해 주십시오. 극장 문을 열고 거기에 있는 사람들한테 마음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예술인 복지정책은 보편복지로 기본 방향을 잡아야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유네스코에서 채택한 ‘예술가 지위에 관한 권고’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예술가의 삶이 빈곤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전문인력으로 공공선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이들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문체부 내 여러 부서가 통합적 시각으로 같이 논의해야만 고용보험이 안정화되고 시행에 있어 충분히 가치를 발휘할 거라 생각합니다.
제도가 소개되면 정확한 안내·홍보·교육 등이 필요할 것 같고요. 제도 시행 이후에는 행정을 맡은 기관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고 확실하게 수행해서 조기에 정착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이제 시작점에 있고 앞으로 완성해 나가야 하는 제도입니다. 그렇기에 예술인이 내는 의견과 문제 제기가 제도 개선에 중요한 자료로 기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포럼의 주제가 ‘예술의 가치와 미래’입니다. 유네스코에서 리질리아트(ResiliArt)운동을 하는 것 역시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예술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측면도 강합니다. 그러한 공감대를 포럼이 개최되는 동안 확대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 정리 전민정_객원 편집위원
사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유튜브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