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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1월호

현상과 관점에 ‘몸’을 부여하는 안무가, 허윤경“내가 나보다 더 큰 공간과 흐름의 일부임을 몸으로 실감합니다”

1.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프리랜스 안무가이자 퍼포머, 무용수로 활동하는 허윤경입니다. 작품을 만들고, 무대에서 직접 몸으로 움직임을 구현하거나, 여러 가지 맥락에 맞는 움직임을 고안하는 일을 합니다. 몸은 세상과 관계 맺는 하나의 관점이자 어떤 가능성에도 열려 있는 기본단위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공연을 ‘현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스스로 설명해봅니다. 이것은 어떠한 현상과 관점에 ‘몸’을 부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춤을 보고 있는 관객의 몸 안에서 불러일으켜지는 내적인 춤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2. 당신에게 이곳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는 경기도에 살지만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동서남북 전역을 골고루 다니는 편인데, 이곳은 집에서 나와 어딘가로 갈 때와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 걸어서 ‘지나가게’ 되는 여러 길목 중 하나입니다. 저는 극장부터 미술관, 야외 돌바닥에서 나무 위까지 다양한 무대에 서왔습니다. 이 길 주변만 해도 제가 서본 ‘무대’들이 많이 있습니다. 공연을 할 때, 공간을 생각하고 장소에 대한 리서치가 많이 필요한 작업도 있다 보니, 각 공연 장소들에 대한 정보는 꽤 남아 있지만, 도리어 거의 매일 다니는 이 길에 대해서는 지나쳤던 게 많습니다.

3. 이곳에서 춤은 어떻게 발견되나요?

하지만 사실 이 짧은 시간 동안 제 안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압니다. 여기가 아닌 저기서 일어날 다음 일에 대한 생각과, 맥락 없는 멍 때림과, 바쁘게 지나가는 만큼 빠르게 닥쳐오는 지금 당장의 감각들이 마구 섞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각자 몸 안에 이러한 소용돌이를 가지고 있겠지요? 지나쳐가기에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형언할 수 없는 의미들과 감정과 작고 큰 목소리들이 피부를 때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4. 이곳에서 춤은 어떤 모양인가요?

내가 나보다 더 큰 공간과 흐름의 일부임을 몸으로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극을 만날 때, 몸을 여미고 지나가기도 하고 마음먹고 머무르면서 서로 몸이 맞닿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는 모두가 ‘지나가는’ 곳을 지나가지 못하고 공간의 일부가 되고, 절실한 외침 그 자체가 되기도 합니다. 그 사이를 목적지를 향해 가는 가능태의 몸들이 빠른 걸음으로 각자 지나갑니다. 수많은 무대가 서고 없어지고 다시 서면서, 퍼포머와 관객도, 그들이 만든 공간의 지형도 계속 바뀌며 이 장소의 역사가 됩니다.

아티스트 소개
허윤경은 꾸준히 다양한 작업에서 퍼포머와 안무가로 활동해오고 있으며, 몸과 움직임을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점으로 만나게 되면서부터 공연예술을 시작하게 되었다. 몸 대 몸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무대 언어가 지닐 수 있는 다양함을 발견하는 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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