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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6월호

주화(鑄貨)의 등장동전의 유통이 가져온 변화
신용카드 사용이 많아지면서 곧 ‘동전 없는 사회’가 도래할 거라는 요즘이지만, 국내에 처음으로 주화가 통용된 당시에는 학생들이 ‘동전 감상문’을 쓸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동전 유통과 함께 공중전화 또한 동전 투입식으로 바뀌었고, 위조주화가 발견되는 등 주화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남겼습니다.

손바닥에 놓인 동전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할아버지

<사진> 손바닥에 놓인 동전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할아버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국내에 처음 주화가 통용된 때는 1959년 10월입니다. 한국은행은 6·25전쟁 이후 계속 급등하던 물가가 1958년에 이르러 안정되고, 화폐 가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자 화폐 체계의 정비와 화폐 제조비 절감, 소액 거래의 편의 등을 위해 최초로 주화를 발행했습니다. 이때 발행된 주화는 니켈로 만든 100환짜리를 비롯해 50환짜리 백동화, 10환짜리 청동화 등 세 종류로 모두 미국 필라델피아 조폐국에서 제조됐습니다. 당시엔 한국의 주물기술이 뒤떨어져 미국에서 주화를 수입했다고 합니다. 애초 그해 광복절에 맞춰 발행하려 했으나 미국 조폐국의 제조 지연으로 두 달가량 늦게 나왔습니다. 주화에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초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주화가 발행되자 사람들은 낡은 지폐를 새 동전으로 교환하기 위해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섰습니다. 발행 첫날 준비해놓은 동전이 모두 동났다고 합니다. <사진>은 동전을 한 움큼 받아든 할아버지가 신기하면서도 헷갈리는 듯 손바닥에 놓인 동전을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동전은 중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에서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동전에 대한 감상문’을 모집했다고 하네요.
동전이 유통되며 전화소에서 통신원에게 지폐를 내고 사용하던 서울시내 공중전화가 통전 투입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체신부는 주화 발행 계획에 맞춰 그해 5월부터 공중전화기를 보도에 설치된 박스형 전화실에 놓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또 동전 투입식 자동전화기의 국내 시험 생산에 성공해 예산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서울시에 공중전화 400대를 설치하려면 당시 돈으로 1억 환이 필요했습니다. 주요 부품은 외국에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일반인이 사용하는 공중전화기는 1902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전화기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전화소라는 특정 장소에 가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는 마포, 도동, 시흥, 경교 등 네 곳에 전화소가 있었습니다. 전화소에는 교환시설과 통신원이 있었고, 통신원의 재량으로 통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5분 통화하는 비용이 50전이었고, 호출을 할 경우 1리에 2전을 더 내야 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면 1인당 10분의 시간제한이 있었지만 한산할 때는 길게 통화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1960년대 위조주화 사건

동전이 나온 후 위조주화가 속출했다고 합니다. 1962년 신문기사에 “요즈음 서울에는 갑자기 100환짜리 위조주화가 쏟아져 나와 매일같이 발견되고 있다. 작년 1년 동안 한국은행에 신고된 것만도 38개였다. 100환짜리가 33개, 50환짜리가 4개, 10환짜리도 1개 있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에 경찰은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조폐공사에 위조주화 분석을 의뢰했다고 합니다. 또 출처를 알려고 수사를 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고 하네요.
위조주화는 보통 구멍가게나 담뱃가게에서 사용됐고, 버스와 택시 요금으로 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은행이나 관공서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범인이 겁이 많았나 봅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서울에서 발견된 위조주화는 세 종류로, 납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쉽게 판별되는 ‘엉터리’ 위조주화 두 가지가 유통됐고, 진짜와 비슷하지만 색이 짙어 구별이 쉬운 한 종류가 있었다고 합니다.
대규모 위조조직은 없었다고 하네요. 경찰은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만들거나 지능범이 대규모로 유통하기 위해 시험 생산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은행에서는 진짜는 무겁고 납색이며 떨어뜨리면 금속성 소리가 나는데 가짜는 ‘푹’ 하고 둔한 소리가 난다며 위조주화 구별법을 소개했습니다.

사진 김천길 전 AP통신 기자. 1950년부터 38년 동안 서울지국 사진기자로 일하며 격동기 한국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글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대중문화팀장으로 영화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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