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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아시아·오세아니아 공연계

6월 5일은 유엔인간환경회의가 제정한 ‘환경의 날’이었다. 롯데콘서트홀은 가급적 인쇄물 대신 QR코드로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방침을 소셜 미디어에 게재했다. 여수에코국제음악제는 새 음악감독으로 첼리스트 김민지를 임명하고 탄소중립을 전면에 내세웠다. 코로나19를 겪은 이후 국내 공연계가 기후 변화 대응에 동참하는 흐름이 보이지만, 선진국과 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의 각성에 비하면 아직 미약한 편이다.
생태주의자들은 사스·코로나19 등 전염병의 창궐을 기후 변화의 부작용으로 인식한다. 전염병 유행이 극심했던 홍콩과 동남아시아,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과감하게 국경을 장기간 차단한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음악과 문화, 자연은 삼위일체’라는 생태주의 관점의 환경음악학Ecomusicology 이론에 눈뜨고 있다. 공연 산업은 점점 친환경적으로 변화하는데, 우리도 아시아·오세아니아 주변국과 보조를 맞출 때다.
축제를 열고 공연단체가 투어를 떠나면 탄소 배출량이 증가한다. 밴드나 오케스트라 인원과 장비를 비행기로 나르고 뮤지션과 스태프를 먹이고 재우고 악기와 앰프에 전원을 공급하고 공연 부지에 조명과 사운드를 넣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가 쓰인다. 영국 내 라이브 공연만 집계했을 때 매년 약 4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통계도 있다. 영국의 인기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신보 <Everyday Life>의 홍보를 위한 월드 투어를 취소한 배경이다. 콜드플레이의 선언적인 행동으로 막대한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공연을 살리는 방안에 지혜를 모으고 있다.
홍콩이 선도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미술계 움직임을 공연계가 이어받는 모양새다. 동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Art Basel 홍콩은 파리협정(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최소 50퍼센트 저감하고 폐기물 제로화를 약속했다. 홍콩발레단이 아트 바젤 홍콩의 트렌드를 참조해 2022년 ‘비욘드 카본Beyond Carb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 시대 가장 시급한 문제가 기후 변화인 점을 부각하는 온라인 축제 ‘M+ 라이브’가 핵심이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긴장, 인간이 지구에 남긴 물질의 흔적을 주제로 안무가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맛보는 영상 축제다.

홍콩발레단×M+ Live Art: Beyond Carbon ⓒKeith Hiro/Hong Kong Ballet

같은 해 비욘드 환경 아트 페스티벌Beyond Environmental Arts Festival이 출범했고, 린지 매컬리스터Lindsey McAlister 연출의 연극 <Time4Change>를 통해 기후 변화 대응을 촉구했다. 아시아 최대 공연 축제인 홍콩 아트 페스티벌은 2024년 축제를 준비하면서 공연장 운영과 연주 단체의 운송 및 이동에 홍콩 특별행정구의 2030+ 기후 변화 계획Hong Kong’s Climate Action Plan 2030+을 따를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공연장 부스를 100% LED 조명으로 전환하는 것부터 아티스트와 스태프를 위한 케이터링에 친환경 인증을 거친 계약자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이 마련되고 있다. 홍콩에서 사스와 코로나19의 피해가 극심했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동남아시아의 행동 변화도 극적이다. 세계 최대의 팝 음악 제작자 연합, 라이브 네이션 엔터테인먼트Live Nation Entertainment는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동남아 공연 산업의 기후 변화 대응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구에 힘 실어주기Empowering the Earth’ 캠페인을 통해 라이브 공연장 환경을 관리하고, 관객의 친환경 행동 변화를 유인하는 게 핵심이다. 공연 도중에 지켜야 할 행동에 우선순위를 매긴 것도 특징이다. 폐기물 감소, 재사용, 재활용, 에너지 회수 및 폐기를 순서로 제작자와 관객이 친환경 행동을 함께하는 계획이다. 각종 축제도 함께한다. 태국의 원더프루트Wonderfruit, 카르마클리크Karma Klique, 싱가포르 가든 비츠Garden Beats, 베트남 에피조드 Epizode가 캠페인에 동참했다. 싱가포르 아트 페스티벌Singapore International Festival of Arts 역시 팝음악 산업의 변화를 주시한다.
관광업에서 청정 자연을 자랑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지난해, 화재와 기록적인 홍수로 야외 팝음악 축제 운영에 곤욕을 치렀다. 호주는 여름 시즌 40도를 웃도는 날씨가 지속되면서 야외 팝음악 페스티벌 장소를 바꾸는 초강수를 준비한다. 워매들레이드WOMAdelaide나 우드포드 포크 페스티벌Woodford Folk Festival 같은 전통 있는 축제에 지역 농산물 애용, 재생에너지 사용 같은 완화 전략으론 기후 변화 대응에 역부족이라는 점을 자성한다. 공연 산업의 친환경 접근을 단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그린 뮤직 오스트레일리아Green Music Australia가 중심이 돼 세심한 방침을 마련했다. 뉴질랜드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네트워크Sustainable Business Network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오클랜드 스플로어Splore와 웰링턴 쿠바두파CubaDupa 축제에서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시험했다. 스플로어 페스티벌을 기준으로, 2010년대 중반에 비해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 수준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한정호 에투알클래식&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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