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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서울에서 즐기는 해외 거장들의 매력 전시 <달리에서 마그리트까지: 초현실주의 거장들>과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고 해외여행은 ‘그림의 떡’이 된 지도 어느덧 3년 차.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해외 미술관 소장품전은 세계적 거장들이 펼치는 예술의 매력을 통해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달랠 기회가 될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 <삽화가 된 젊음>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꿈길을 산책한 사람들 <달리에서 마그리트까지: 초현실주의 거장들>
| 2021. 11. 27~2022. 4. 24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백성희장민호극장

1920년대, 전후 유럽에는 전위적 미술 운동가들이 모여들었다. 기존 체계와 관습적 예술에 반대하는 다다이즘의 시작이다. 자발성과 본능을 강조한 이 사조는 곧 초현실주의로 이어졌고, 인간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무의식에서 비롯한 기묘한 세계가 펼쳐졌다.
<초현실주의 거장들> 전시에선 예술사적으로 중요한 초현실주의의 흐름과 특징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초현실주의 상징과도 같은 살바도르 달리를 포함해 르네 마그리트, 마르셀 뒤샹, 막스 에른스트, 맨 레이 등 수많은 작가의 원화가 소개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세계적 박물관 보이만스 판뵈닝언의 소장품 180여 점으로 이뤄져 풍성하다.
우연과 비합리성, 꿈 등은 초현실주의에 큰 영향을 미친 개념이었다. 이들은 무의식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으며, 서로의 꿈을 기록하고 환각을 추구했다. 사랑과 욕망 역시 중요한 주제였다. 작가들은 성에 대해 얌전한 체하는 대신 관능적이고 기이한 물건을 통해 욕망을 묘사했다.
특정 작가들은 여성의 몸을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라고 봤는데, 이런 시각은 여성을 자주 도구화·대상화하는 이미지로 이어졌다. 한스 벨머의 <인형> 연작이 대표적이다. 나무·금속 등으로 이뤄진 구체 관절 인형은 끔찍하게 뒤틀린 자세를 통해 가학적인 판타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을 주목한다. 레오노라 캐링턴, 에일린 아거, 우니카 취른, 메레 오펜하임, 엘사 스키아파렐리, 셀린느 아놀드 등 여성 작가 6명의 작품 14점이 함께 소개되고 있다. 이들은 초현실주의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전 세계로 확산할 때까지 결정적 역할을 한 예술가였는데도 남성 작가의 ‘뮤즈’로만 소비되는 데 반기를 들었다. 캐링턴은 1980년대에 연인 에른스트의 뮤즈가 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헛소리라 생각한다. 나는 내 가족에게 반항하고 예술가가 되는 법을 배우느라 너무 바쁘다”고 답했을 정도다. 작품들은 하나의 이미지로 끝없는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망상을 공유하고, 환상적이지만 악몽 같기도 한 세계를 내보인다. 기이한 꿈의 세계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낸 그림을 훑다 보면 마치 꿈길을 걷는 듯하다.

존 브렛 <도싯셔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 ⓒTate
깊이 파고들어 ‘빛’을 고민한 작품들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 2021. 12. 21~2022. 5. 8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

태초에 빛이 있었다. 빛과 어둠, 낮과 밤, 태양과 그림자. 눈에 보이지만 잡을 수 없고, 일순간 사라지기도 하는 빛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은 에디슨 같은 과학자뿐 아니라 종교인·철학자·예술가들의 오랜 탐구 대상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특별전은 지난 200년간 빛을 탐닉한 작가 43명의 작품 110점을 선보인다. 18세기 영국부터 오늘날 전 세계 각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와 매체, 작가를 아우르며 빛의 광활한 스펙트럼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건 철제 TV 케이스 안에 초 1개가 놓인 백남준의 <촛불 TV>다. 촛불, 빛에 의한 인류 문명의 시작과 디지털 정보화 시대를 아우른다는 뜻이 담겨 있는데, 직원들이 매일 의례처럼 새 초를 갈아 끼우고 불을 붙인다고 한다.
윌리엄 블레이크, 애니시 커푸어는 종교적 의미의 빛을 탐구한 작가들이다. 성경에서 빛은 선과 순수, 어둠은 파멸과 악을 상징한다. 18세기 말부터 영국에서 인기를 끈 종교화에서 빛은 중요한 주제였다. 커푸어의 조각 <이쉬의 빛>은 유리 섬유와 수지 조각에 래커로 칠한 작품인데, 암적색 내부의 어둠과 그 중앙에서 반사되는 빛의 대비를 통해 근대 종교화와 비슷한 힘을 발휘한다.
‘빛의 화가’로 불린 윌리엄 터너는 직관적이면서 과학적 빛을 표현하려고 했다.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을 대립한 작품과 함께 빛의 반사와 굴절, 그림자 형성을 보여주기 위해 터너가 직접 만든 도안도 볼 수 있다. 19세기 후반의 급격한 기술 발전과 사회적 변화는 예술가들이 다시 자연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클로드 모네, 카미유 피사로, 알프레드 시슬레 등의 화가는 작품을 야외에서 그리며 빛이 뿜는 순간적 효과를 그림으로 영원히 남기려고 했고, 이들의 방식은 인상주의로 이어졌다. 올라퍼 엘리아슨, 제임스 터렐 등 현대 예술가들에겐 빛 자체가 재료로 쓰인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빌처럼 매달린 엘리아슨의 <우주 먼지입자>는 빛이 비치는 조건과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작품이다. 끊임없이 부유하는 빛의 조각을 눈으로 좇다 보면 우주의 광활함과 덧없음, 인간의 유한함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김정화_《서울신문》 기자 |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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