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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거울로 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시대를 비추는 연극 연극<엔젤스 인 아메리카 -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와
<두산아트랩 공연 2022>

20세기 최고의 희곡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을 쓴 미국의 작가와 2022년 오늘날 한국의 젊은 창작자를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계절이다. 1993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현대연극의 대표 극작가 토니 커슈너 <엔젤스 인 아메리카 -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와 공연예술 분야 젊은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두산아트랩 공연 2022>가 바로 그것이다. 초연을 기준으로 약 3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있는 두 작품에는 닮은 점이 있다. 시대의 이슈와 문제를 깊게 들여다보고 마주해 무대 위로 소환하는 창작자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 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
용서와 화합의 순간으로 향하는 여정 <엔젤스 인 아메리카 -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션> | 2. 25~3. 27 |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엔젤스 인 아메리카 -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이하 ‘파트 투’)는 2021년 한국 초연에서 연일 기립박수와 함께 약 8,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 - 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이하 ‘파트 원’)의 다음 이야기를 다룬다. 두 작품은 모두 각각 1993년과 1994년에 걸쳐 토니상과 드라마데스크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하나의 작품이자 개별 작품이기도 한 두 편의 극은 작품의 완성도를 인정받아 지금까지 전 세계 26개국 언어로 공연되고 있다.
파트 원이 1980년대 보수적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동성애자·흑인·유대인·몰몬교인·에이즈 환자 등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정체성을 다뤘다면, 파트 투는 천사와 인간, 백인 보수주의 환자와 흑인 간호사, 동성애자와 독실한 종교인 등 다른 신념을 가진 캐릭터들이 자신의 삶을 대변하며 치열하게 논쟁하고 때론 연대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분열의 역사를 영리하게 포착했다는 평을 받았다.파트 투의 부제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는 1980년대 구소련이 시도한 개혁 정책을 의미한다. 낡은 질서의 붕괴와 희망을 암시하는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극은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서는 절대 안 돼!”라는 대사로 시작돼 초반부터 몰입으로 이끈다. 전편을 통해 연극 무대에 데뷔한 정경호가 프라이어 역을 맡고,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역을 박지일이 맡는 등 파트 원의 출연진 모두가 합류해 7개월간 쌓은 호흡을 선보이는 점도 전편을 본 관객에겐 반가움을 선사한다. 작가 토니 커슈너는 파트 투를 일종의 희극이라고 표현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재치 있는 대사와 신랄한 유머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20세기를 지나 21세기를 마주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전염병과 전쟁, 불평등, 이상기후까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시대에서도 여전히 이 작품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편에 이어 연출을 맡은 신유청은 “파트 투는 우리 사회의 혐오와 편견, 갈등과 분열의 장벽을 허물고 용서와 화합의 순간으로 향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유리의 연극 <(겨)털>
극장에서 발화하는 오늘의 이야기 <두산아트랩 공연 2022세> | 1. 27~3. 26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2022년, 젊은 예술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매해 두산아트센터가 잠재력 있는 40세 미만의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두산아트랩 공연’에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3월 2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펼쳐지는 무대엔 총 8팀의 예술가가 소개된다. 지난 1월 27일, 너나들이의 음악극 <어느 볕 좋은 날>로 시작한 무대에선 김도영의 연극 <낙지가 온다>, 김유리의 연극 <(겨)털>, 김유림의 연극 <공의 기원>이 차례로 관객과 만났다. 3월부턴 얄라리얄라의 연극 <GV 빌런 고태경>(3.3~5), 김민정·안정민의 연극 <유디트의 팔뚝>(3.10~12), 여기에서 저기로의 연극 <한남 제3구역>(3.17~19), 연지아의 연극 <일분위 고독인>(3.24~26)이 무대에 오른다.
이미 공연을 마친 4팀의 예술가와 3월 한 달간 관객을 만날 4팀의 면모를 들여다보면 시대를 읽는 작은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가려진 여성의 목소리를 찾거나 불안한 주거, 고독 등의 생존 문제를 주목하고, 다양한 매체가 범람하는 시대에 연극만이 할 수 있는 감각을 선보인다.
이민자·난민·여성·청년 등이 겪는 사회문제에 주목한 김유리는 연극 <(겨)털>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권하고 있는 제모에 대해 유쾌한 질문을 던졌다. 가야금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김민정과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활동하는 안정민은 <유디트의 팔뚝>에서 여성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인식된 시절, 종교화와 역사화를 그린 여성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그림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를 모티프로 한 극을 선보인다.
끊임없이 떠나는 삶에 대해 탐구하는 프로젝트 팀 여기에서 저기로는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서울 보광동을 무대로 실제 보광동에 살고 있는 예술가·어린이·외국인 등과의 인터뷰와 리서치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지구 온난화, 젠트리피케이션, 갑질 등 동시대 사회문제에 주목하는 연지아는 현대인의 고질적 질병인 외로움을 소재로 제도적 모순을 짚는다.
쏟아지는 콘텐츠와 다양하게 변주되는 플랫폼 홍수에서 극장이라는 특정 공간에 모인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지금 우리를 직면해 보는 좋은 기회다.

김영민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 | 사진 제공 국립극단,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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