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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전시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과 <플랫랜드 Flatland>전통과 현대를 공유하는 이상향
한국미술의 고유한 조형성과 흐름을 해석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사간동에 나란히 위치한 갤러리현대와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랑과 사립미술관이라는 상징성에 더불어 한국미술의 고전미와 현대성을 조명한 두 곳의 전시는 한국미술의 뛰어난 조형성을 해석할 수 있는 맥락적 구성으로 눈길을 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조선시대 민화의 독특한 표현양식은 시대와 장르를 넘어 한국인의 독자적인 미의식을 표출한다. 내용과 형식이 다른 두 전시가 태생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유전적 형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미의식을 관찰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한국 전통예술의 추상적 관념<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 7. 4~8. 19, 갤러리현대

한국 현대미술사에 중요한 흐름을 형성했으나 최근에야 그 의미를 주목받은 ‘단색화’의 조형성은 간결하면서도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구성과 고유한 사유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단색화를 포함해 추상미술이라고 하면 일단 몬드리안, 칸딘스키 등 해석하기 어려운 작가들의 작품들을 떠올린다. 대개 무슨 이미지인지 형상을 알 수 없으니 시쳇말로 아이들 장난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이런 추상미술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풀어줄 단초가 이번 민화 전시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민화의 이미지는 ‘속화’(俗畵)다. 상류층과 서민 할 것 없이 즐기던 광의의 문화인 민화가 ‘아마추어 예술’, ‘백성의 그림’이란 이미지로 제한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전시에는 어린이가 그린 것 같은 ‘아르 브뤼’(아마추어의 다듬지 않은 거친 형태의 미술을 가리키는 말)적 매력이 넘치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궁중 화원의 솜씨가 아닌가 싶은 정교한 작품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일반적인 ‘민화’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에 대해 전시를 공동 기획한 고연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민화’라는 용어 때문에 민화에 대한 오해가 생겼고 민화의 대중화에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한다. “민화는 배우지 못한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라는 오해가 ‘포크 아트’(folk art)로 번역되는 ‘민화’라는 단어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민화에서 보이는 상상력과 상징성은 추상미술을 연상케 한다. 사전적 의미로 추상미술이란 비구상미술, 비대상미술이라고 불리는데, 자연물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 미술이다.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대상(사람, 꽃, 동물 등)을 그리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을 듣는다. 추상미술은 결국 색채, 질감, 선, 창조된 형태 등의 추상적 요소로만 작품을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상이 없는 형상을 추출하는 방식은 곧 무의식에 잠재된 형상들을 새롭게 발굴하는 과정과도 같다. 민화의 형식과 내용은 마치 달리의 그림처럼 초현실적이며, 몬드리안의 절제된 구도에서 보이는 함축적인 상징성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 민화는 파격적인 실험성과 대담한 표현에 더불어 새로운 형식을 구현했으며, 한국 현대회화의 원류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는 평소 민화와 백자를 애장했다. 그의 추상적 태도는 이러한 모습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김환기가 추구한 한국 현대미술의 태생적 뿌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비정형의 구도와 여백의 미를 간직한 조선의 미의식에서 기인했다.

민화 꽃그림의 장식성은 패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깊이 있는 공간보다는 평면 위를 향유하는 얇은 공간을 선호했고, 아라베스크 문양처럼 전통적으로 꽃과 줄기로 이뤄진 구성적인 특색이 강하다. 민화 꽃그림은 회화와 디자인의 장르를 넘나드는 이미지 세계를 보였다. 패턴은 민화 꽃그림을 감상하는 중요한 패스워드다. _ 정병모(경주대 교수)

관련된 이미지

1 <낙도> 8첩 병풍, 종이에 채색, 각 91×38cm, 19세기 말~20세기 초, 개인 소장.

2 <화훼도> 종이에 채색, 각 54×65cm(4점), 19세기, 개인 소장.

3 최선, <나비 Butterflies> 캔버스에 잉크, 각 160×914cm(6점), 2014~2017.

한국 현대미술의 조형적 원류<플랫랜드 Flatland> 6. 1~9. 2, 금호미술관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플랫랜드>는 한국 현대미술의 조형성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작가들을 통해 다차원의 공간을 맥락적으로 해석하는 전시다. <플랫랜드>는 도시와 사회를 이해하려는 시도로서 추상이 지니는 동시대 미술의 의미를 살펴본다. 기하학적 형태를 탐구하거나 일상의 사물을 조형적 요소로 변환하는 등, 작가들은 미술의 전통적 과제인 ‘재현’의 문제에서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을 나름의 방식으로 포착하고, 추상화해 보여준다. 전시장 1층에 설치된 최선의 대형 회화작품 <나비>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숨결로 완성된 살아 숨 쉬는 나비이다. 민화의 주요화제로 등장하는 나비를 이 시대의 방식으로 완성한 현대적 민화라고 할 수 있다. 원작자의 오리지널리티에 함몰되지 않고 대상을 표현하는 민화의 조형성처럼, 과정을 중시하며 편견과 차별 없는 세상을 표현했다. 인종과 세대를 아우르는 관객 참여형 아카이브 작업이다.
지하 1층에 설치된 차승언의 작품은 씨실과 날실의 짜임으로 구성된 격자의 그리드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섬유를 직조하는 구조는 태생적으로 기하학적 구성을 만들지만, 직조된 화면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물감을 덧입히는 과정에서 새로운 패턴을 구성하는 전통자수의 유연한 조형성을 연상할 수 있다. 2층에 전시된 김규호의 영상작업 <잔광>은 빛으로 그려낸 일상의 풍경이다. 구체적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재된 형상을 빛의 흐름에 따라 재해석해 자유로우며 절제된 민화적 조형미를 보여준다.
3층 전시장을 구성하는 조재영의 작품은 조각보와 책거리에서 보이는 기하학적 패턴과 추상적인 공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단위 개체로 구성된 유니트가 모여 전체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버려진 천조각을 모아 만든 조각보의 조형성과 다차원의 소실점이 구성하는 책거리의 공감각을 연결한다.

글 양찬제 AK갤러리에서 전시를 기획하며, 을지로에 위치한 ‘상업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갤러리현대, 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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