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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책 <당선, 합격, 계급>과 <양심고백>,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새로운 시대의 글쓰기
최근 몇 년간 가장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보여준 이를 꼽자면 아마도 소설가 장강명과 작가 김동식일 것이다. 기자 출신의 장강명 소설가는 사회적으로 화제가 될 만한 소재를 ‘야마’(독자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주제를 뜻하는 언론계 용어)로 잡아 소설을 써왔다. 그는 최근 <당선, 합격, 계급>이라는 논픽션 책을 수년간의 조사와 집필 끝에 냈다. 한편 주물공장 노동자 출신의 김동식 작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들을 모아 지난해 말 세 권의 책을 펴낸 데 이어 최근 <양심고백>과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를 펴냈다.

당선,합격,계급

소설가의 저널리즘<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민음사

장강명 작가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나는 문예창작과나 국문과를 나오지 않아 소설 쓰기의 방법론을 누구에게서 배운 적이 없다. 나 스스로 찾아야 했다. 내가 처음 쓴 방식은 ‘기자처럼 글쓰기’였다. ‘야마’를 잡아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상하고 등장인물을 만들고 끼워 넣었다”고 말했다. 사회가 알고 싶어 하는 이슈를 잡아 추적하는 그의 방법론은 최근에 펴낸 책에서도 어느 정도 적용된 것처럼 보인다.
대기업 공채, 공무원 시험, 사법고시 등의 존폐와 영향은 젊은층에게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논쟁 주제였다. 책 속 한 축인 문학공모제는 2015년에 문단권력을 유지시키는 한 축으로 지목되었던 제도다. 장 작가는 문학공모제와 공채 시스템의 뿌리에 봉건질서의 근간을 이루었던 과거제도가 있다고 본다. 과거제도처럼 공채를 통해 실생활과 별 관련 없는 지식을 달달 외우는 능력에 따라 신입사원과 공무원을 선발해왔다는 것이다. 문학공모전에 대해서도 작가는 비슷한 관점을 가진 듯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거나 억지로 끼워 맞추는 대신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려 애쓴다.
문학지망생들이 생각하듯 ‘공모전용 작품’이 실제 있는지를 지망생과 심사위원의 입장으로 들여다보고 자신의 문학상 심사 경험도 이야기한다. 문단권력에 대해서도 실제로 젊은 작가들이 문예지 편집위원들인 ‘선생님’들에게 술자리 등에서 자신을 부각시키려고 하는지, 인터뷰와 실제 경험 등을 통해 검증한다. 결론적으로 작가는 “지금 한국 사회와 한국 소설이 역동성을 잃어가는 건 상당 부분 그 제도(공채, 공모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없애기보다는 이를 보완할 다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떤지 묻는다. 장편소설 공모전을 ‘출판인과 평론가들의 문예운동’이라고 부르는 그는 대신 이를 보완할 ‘독자들의 문예운동’을 제안한다.
기존의 문단권력에 대한 비판서들이 일종의 ‘가설’이었다면 이 책은 ‘실증’이다. 간간이 너무 이른 결론으로 느껴지는 부분, 작가가 객관적인 결과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해석(또는 해설)에 대한 강박을 느끼는 것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책 곳곳에서 보이는 유머 감각과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작가의 건실한 태도는 소설 분야에서 그랬듯 저널리즘 분야에서도 독특한 입지를 만들 가능성이 높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양심고백, 정말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소설이란 무엇인가?<양심고백>,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김동식 지음, 요다

김동식 작가는 어떤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읽은 책이 10권도 되지 않는다는 김 작가는 중학교 중퇴의 학력에 20살 이후부터 줄곧 주물공장에서 일했다. 그러니 제도권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소설이란 무엇인가’, ‘누가 소설임을 인정하는가’부터 ‘과연 소설이란 이름이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까지 폭넓게 제기한다.
그의 글은 전통적인 소설과 달리 순전히 재미와 교훈의 측면에서만 승부수를 던진다. 소재 자체도 복수, 로또, 완전범죄, 시간 되돌리기, 행복 등 독자들을 매혹시킬 수밖에 없다. 읽는 이들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같이 서서 작가가 던진 질문에 저도 모르게 같이 답한다. 사회 밑바닥에서, 단조로운 노동을 견디면서, 인터넷에서 ‘좋아요’를 받는 소박한 즐거움을 동력으로 써온 그의 글 속 상황은 대부분 매우 극단적인데, 그만큼 놀라울 정도로 현대인의 병증을 잘 잡아내고 있다.
문제는 김동식 작가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점이다. 더 정교한 인물 묘사와 독창적 문체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보이면서도 그것이 도리어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주는 작가의 소박함을 없애버리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지금의 문학판에서 장강명과 김동식의 글은 가장 새롭고, 역동적이라는 점이다.

글 권영미 뉴스1 기자
사진 제공 민음사, 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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