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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7월호

경계를 넘나들어 공유할 때

서울무용센터의 변화와 도약

무용 전문 지원 공간이자 무용예술가를 위한 플랫폼으로,
또 예술가와 동행하는 교류의 장으로 나아가는 서울무용센터의 오늘에 관하여.

서울무용센터는 2011년, 장르에 국한하지 않는 다양한 예술을 실험하는 홍은예술창작센터로 시작했다. 그리고 무용 전문 지원 공간의 필요성에 관한 예술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2016년, 지금과 같은 국내 유일의 무용 장르 특화 창작공간으로 거듭났다.

처음 서부도로교통사업소로 사용되던 건물을 무용 장르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활용하기에는 낮은 천장, 움직임을 제한하는 기둥 등 리모델링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세심한 자문을 반영해 입주예술가를 위한 개인 작업실 6실, 쇼케이스는 물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스튜디오(블랙·화이트) 2실, 단체 연습이 가능한 무용연습실 3실, 그리고 개인 연습 공간인 예비연습실이 만들어졌다. 입주예술가를 위한 개인 작업실 외의 모든 공간은 예술가라면 누구나 소정의 대관료를 지불하고 사전 예약한 후 사용할 수 있다.

서울무용센터는 초기부터 무용예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창작을 지원하고자 국내외 여 러 무용기관 및 예술가와의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또한 예술계 내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수렴하 고 이슈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서 무용계와 동행하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입주예술가 프로그램이 있었다.
입주예술가 프로그램, 보완하고 강화해나가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고도 불리는 입주예술가 프로그램은 일정 기간 거주와 작업 공간을 지원 해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돕는 지원사업이다. 홍은예술창작센터로 불리던 시절에는 무용과 시각예술 장 르의 예술가를 균형 있게 지원했지만, 서울무용센터로의 재개관을 준비한 2015년부터는 무용예술가만 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 프로그램은 ‘한국 무용예술의 국제 교 류 기회 제공’이라는 목적 아래 해외 안무가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입 주 후에는 워크숍·쇼케이스 등 진행을 위한 연습실을 제공하고 소정의 사례비를 지원해 서울무용센터 내 창작 활동 발표 기회를 마련했다.

2016년에는 해외 거주 한국 국적 안무가와 외국 안무가로 그 대상을 조정했다. 이로써 해외에 장기간 체류하고 있는 한국 국적 안무가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해 국내 무용계로의 복귀를 지원하고, 국내 외 무용예술 네트워크를 확장하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현재까지 교류를 지속해오고 있는 독일 K3 안무 센터의 탄츠플란 함부르크Tanzplan Hamburg는 물론 미국 뉴욕의 무브먼트 리서치Movement Research, 일본 의 교토아트센터Kyoto Art Center 등 해외 무용 전문 기관과 입주예술가 교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2018 년까지 해외 기반 무용예술가를 위한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운영해왔고,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서 울아트마켓PAMS 쇼케이스 개최 등 다채로운 국제 교류 프로그램과 협력하며 지원 체계를 정비해나갔다.

2019년부터는 해외 거주 예술가에게 한정된 입주예술가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국내 예술가로 확대하면서 국내 기반의 무용가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2020년에는 입주예술가 프로그램의 국내 예술가 비중을 늘리면서 국내 9팀(명)·해외 3팀(명) 등 전체 12팀(명)을 선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해외 예술가의 입국이 불가해지면서 2021년 국제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버추얼virtual(온라인) 레지던시를 통해 해외 무용예술가를 지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2021년에는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병행해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맞춰 입주예술가 프로그램을 지속했다.

2022년 서울무용센터 레지던시 작업공유회 아하 무브먼트 <배속인간>

2022년에는 국내 무용예술가 중심으로 전환된 입주예술가 프로그램(단기)의 입주 기간을 기존 최대 2개월에서 4개월로 확대했다. 국내 무용예술가의 연구 활동 장기 지원이라는 새로운 요구를 반영해 좀 더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하고 작업 완성도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 것이다. 더불어 싱가포르 댄스 뉴클리어스Dance Nucleus와 같이 해외의 실험적인 무용단체를 직접 초청해 워크숍을 개최하거나 독일 함부르크 K3 같은 해외 무용기관과 안무가 교환 프로그램을 재개해 국내 중심으로 재편된 입주예술가 사업을 보완해나갔다.
2023년 입주예술가 프로그램의 변화
이처럼 서울무용센터는 지난 3년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로 예술계가 혹독한 시련을 겪는 상황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국내외 무용예술가의 창작을 위한 연구와 연습을 지원하는 입주예술가 프로그램을 꾸준히 지속해왔다. 나아가 팬데믹 이후를 대비하며 국내 무용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 무엇일지 다시 고민하는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2023년 회복의 시대에 발맞춰 기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국내 입주예술가를 위한 4단계 인큐베이팅 지원 방식으로 새롭게 개편했다. 올해부터는 입주 기간을 4개월에서 1개월 늘려 상·하반기 각각 5개월간 각 4팀(최대 2인 1팀 구성)의 국내 무용예술가를 지원한다. 또한 그동안 단순히 입주 공간과 연습실을 제공하고 쇼케이스·워크숍 개최 시 소정의 사례비를 지원하던 단편적인 수준에서 새로운 체계로 확대했다. 선정된 예술가에게는 연습실·호스텔, 소정의 활동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창작 활동의 추가 유통을 위한 소극장 공연과 작업 아카이빙 등 리서치부터 작품 발표까지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무용치료 프로그램 ‘댄스 포 피디’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획 지원(1단계)에서는 입주예술가가 최초에 제안한 작업의 시작으로 전문가와의 일대일 자문, 자발적 연구 모임인 워크숍 개최, 다양한 분야 예술가와의 만남이 가능한 교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과정 지원(2단계)은 3개월 정도 진행한 연구 결과물을 처음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서울무용센터 공간 내에서 과정공유회를 개최한다. 파일럿 프로듀싱 지원(3단계)은 과정공유회에 이어서 최종 작업공유회를 서울무용센터 공간이 아닌 외부 소극장에서 선보일 기회를 추가로 제공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무대·조명·음향 등 전문 인력을 통한 종합적인 기술 지원을 병행한다.

올해는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에서 6월과 11월 각각 상·하반기 작업공유회를 진행한다. 이때 동료 예술가뿐만 아니라 공연예술 관계 기관 및 전문가를 초청해 작업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은 물론 입주 기간 창작한 결과물의 새로운 유통 가능성을 발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 마지막 아카이빙 지원(4단계)은 5개월에 걸친 작업 과정을 인터뷰·사진·영상·비평 등 다양한 형태로 담은 종합 기록물을 발간하는 것으로, 이 결과물은 추후 입주예술가의 개인 포트폴리오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2023년 서울무용센터는 새로운 지원 체계에 맞춰 1기 입주예술가 8팀(상반기-권효원, 서태리, 아하 무브먼트(하지혜), 주희&박유라, 하반기-손나예, 이가영, 정다슬, 최기섭)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일련의 지원 과정은 무용예술가가 좀 더 온전하게 창작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고안됐다. 다시 말해, 서울무용센터는 입주예술가들이 5개월 동안 휴식과 연구와 연습을 반복하는 수행의 과정 그대로를 담을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만들고자 했다.

서울무용센터의 이러한 시도가 단번에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현재 진행형으로 존재하는 예술가들의 꾸준한 노력이 단순히 결과에 가려지지 않는 창작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궁극적으로 목표한다. 앞으로도 무용예술가들이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실험 기회를 얻고, 경계를 넘나들어 교류하며, 확장성 있는 공유의 장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무용센터에서 열린 국제 교류 프로그램 현장

남궁태윤 서울문화재단 서울무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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