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준성
원래 있던 공간을 재발견하다
건축가 김준성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이 주변 분위기와 함께 어우러지는 ‘장소’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가 동숭동을 대표하던 동숭아트센터 리모델링 공모(2018)에 선정돼 동숭아트센터를 현재의 서울문화재단대학로로 탈바꿈시켰다. 직접 설계한 공간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김준성은 브라질 상파울로 마켄지 대학교 도시·건축대학, 미국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건축대학을 졸업했다. 뉴욕 ‘Mayers & Schiff’ 와 포르투갈 포르투 ‘알바로 시자’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히고 1991년 국내에서 자신의 사무소를 개소했다. 2000년 헤이리 예술 마을 건축 코디네이터를 맡았고, 2006년 ‘핸드플러스건축사사무 소’를 설립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로 있다.
Q 핸드플러스건축사사무소hANd+Architects소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서울문화재단대학로 리모델링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A 예전에는 제가 주로 외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건물도 지었어요. 동숭아트센터가 1989년에 개관하고 2년 후인 1991년에 서울에 들어왔을 때, 당시 동숭동을 대표하는 건물이니까 찾아와 봤어요.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더라고요. 저는 건축가니까 나름대로 이런저런 모습을 머릿속에서 설계했죠. 제대로 계획하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생각만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2018년에 리모델링 공모 사실을 알고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응모했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생각했나요?
A 첫 방문 당시에 제가 상상한 동숭아트센터는 마당도 있고 여러 퍼포먼스가 일어나는 공간이 많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상상과 달랐죠. 마당은 이번 건축의 핵심 구성입니다. 설계 핵심 키워드가 뭐냐면, 파운드 스페이스Found Space인데요. 연극극장에서 쓰는 건축용어입니다. 무심히 지나치던 원래 있는 공간을 찾았다는 개념이에요. 많이 쓰는 공연장 말고, 지하 기계실·복도·마당에서 공연하면 그곳이 곧 극장이 되는 거죠. 정해진 극장에서만 공연이 열리는 게 아니라, 어느 곳이든. 특히 이곳은 마당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예술 행위를 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관객도 열린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잖아요. 사람들이 마당 주위를 빙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거죠. 2층에서도 바깥마당을 내려다보도록 문을 활짝 열고 닫을 수 있어요. 마당에서 연극을 하거나 행사가 열리면 위에서 아래를 보는 형태예요. 가장 큰 행사는 마당에서 일어날 것 같아요. 마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연계되지 않을까요.
Q (구)동숭아트센터에서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새롭게 구성하셨나요?
A 저희는 많이 남기고 싶었어요. 마당과 관련된 초입 정도만 바꾸고 되도록이면 옛것을 지키고 싶었어요. 기본적으로 무엇을 보수하는 행위는, 그곳에 무엇이 있었으니까 보수하는 거예요. 그 ‘있음’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디자인을 잘해도 시간의 때를 재생할 수 없잖아요. 너무 소중한 가치라 저희도 그것은 지키고 싶었죠. 건물을 자세히 보면 1층과 2층, 3층의 일부만 바뀌었고, 이외는 원래 모습대로 있어요. 창호는 너무 옛것이라 단열이 안 되니까 옛날 모양만 갖추면서 고쳤고, 1층 마당 정도만 대수선을 했죠. 지금 와서 보니까 군데군데 더 살릴 부분이 보여서 아쉽네요.
서울문화재단대학로 초기 설계도
Q 공간 작업에 직접 참여한 입장에서 서울문화재단대학로가 어떤 역할을 하는 건물이 되길 바라나요?
A 대학로니까 젊은 사람들이 실험하는 장소가 되기를 원했어요. 새로이 스타트업을 꾸리거나 실험적 공연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아까 말한 파운드 스페이스와 맥락이 맞아요. 잘 기획된 공연도 물론 좋지만,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리 선보일 수 있는 공연을 서울문화재단 건물에서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관객에게는 “이 장소에 가봤어” 라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건물에 대한 기억보다 장소에 대한 기억이라 할까요. 낮이든 밤이든 이곳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경험하면 머릿속에 선명하게 기억될 것 같아요.
Q 일반 시민, 예술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A 편하게 즐기는 시설이 됐으면 좋겠어요. 경력이 짧은 예술가에게는 어떤 경계가 있어서 항상 마루 위로 올라가는 데 몇 년이 걸린다고들 하잖아요. 요즘 세상은 달라졌으니까, 경계를 없애고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모두에게 열린 곳이 되길 바라요. 예술청 공동운영단에서도 이 건물을 그렇게 운영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추가로 건축가 입장에서 1년에 한 번씩 건축 입찰을 진행해 꾸미는 설치 작업이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뚫려 있는 천장에 그물망을 설치 하는 등 추가 작업하기 알맞은 건물이거든요. 구조물을 설치하는 상상을 하면서 설계했기 때문에 뭐든 꾸미기가 용이해요. 정식으로 개관하고 여러 행사가 진행되면서 건물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씩 자리매김하겠죠. 실사용자들이 잘할 겁니다.
글 장영수 객원 기자 | 사진 공간느루 | 사진 제공 핸드플러스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