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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2월호

지금, 웹툰 · 웹소설
평론가·칼럼니스트가 추천하는 ‘이 작품’

침대에 누워 정주행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세상이다. 어떤 작품이 재미있을까. 일반인보다 조금이라도 많은 웹툰·웹소설을 봤을 세 명에게 물어봤다.

멋있는 무기를 가진 남자
<시간을 돌리는 회사원> 정주행


최근 웹소설에서 ‘회귀’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전 장르에 걸쳐 시간을 되돌려 환생하는 것은 웹소설의 유행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중 <시간을 돌리는 회사원>은 대개 판타지나 역사극인 여타 ‘회귀물’과는 조금 성격을 달리한다. 대성중공업의 계약직 사원 이재혁은 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하려다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이를 저승사자께서 어여삐 여겨 목숨을 건질 뿐만 아니라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까지 얻는다. 애초에 정교한 설정일랑 필요 없다. 그저 시곗바늘을 돌리는 것만으로 그는 시간을 10분 전으로 되돌릴 수 있게 됐을 뿐. 능력은 하루에 딱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그 10분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정말로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사수와 심하게 대거리를 벌인 재혁은 시간을 되돌려 좀 더 세심한 작전을 세워 사수의 실책을 팀장에게 알린다. 게다가 단 10분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주식으로 돈을 벌기는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다. 이후 재혁은 출세를 위해 인맥을 만들고 다른 이의 흉중을 캐는 등 10분 회귀를 이용해 단칸방 비정규직 인생에서 비로소 도약을 꾀한다.
그럼에도 무대는 온전히 회사다. 그래서일까? 주식은 단지 거들 뿐, 실언을 해도 10분 전으로 되돌아가면 그만이기에 어느 자리에서도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당당함이야말로 그가 가진 진짜 무기처럼 보인다. 소심한 성격을 딛고 한 발씩 성공에 다가서는 재혁의 허무맹랑한 성장을 기꺼이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그야말로 판타지의 소품을 빌린 판타지이자, 회사원의 환상을 완벽히 대리하는 판타지다.
글 강상준_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문피아
나의 살던 고향은 / 퍼펙트 게임

(같은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선우훈

어릴 때 친아빠가 돌아가신 뒤 재혼한 엄마를 따라 서울에서 정읍으로 이사한 열 살 훈이는 할머니·아빠·누나·형·삼촌까지 자신과 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대가족 일원이 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 훈이는 선우훈 작가이고, <나의 살던 고향은>은 정읍에서 자란 그가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한 뒤 분주한 20대를 거쳐 30대 만화가가 된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미디어에 대도시 중심의 삶이 주로 재현되는 사회에서, SNS가 발달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 지방 소도시 청소년의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적지 않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무작정 도보 여행을 떠나거나 재미 삼아 영화를 만드는 등 이력서에는 남지 않지만 추억 그 자체로 소중한 에피소드 역시 미소를 띠게 한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아기자기하게 구현한 시골집,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한 정읍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광 또한 인상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의 살던 고향은>의 가장 뛰어난 점은 작품 전반에 유지되는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태도다. 그것은 작가가 결핍 없는 삶을 누렸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과 주위 도움으로 빈 곳을 채우며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자기연민이나 냉소에 빠지지 않도록 깊이 성찰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가족·친구·성장에 관한 개인적인 기록인 동시에 보편적 서사로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오랫동안 자신의 ‘뿌리’에 관해 생각해 왔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가족을 만든 작가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가족이 누구인지는 성씨 같은 걸로 정해지는 게 아닐 것이다.”
글 최지은_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누룩미디어

시끄러운 아저씨들의 야구 <퍼펙트 게임> 장이

추운 겨울이면 난롯가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것에서 유래한 ‘스토브리그(Stove League)’는 야구팬이 아닌 사람들에겐 드라마로 잘 알려진 단어다. 겨울에는 야구를 볼 수 없으니 야구팬은 스포츠 뉴스 페이지를 새로고침하며 새로운 소식을 기다린다. 하지만 프로리그만이 전부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직접 뛰고, 구르며 우리를 흥분시키는 사회인 야구를 그린 만화가 있다. ‘하늘시’의 사회인 야구팀 ‘블루 엔젤스’의 이야기로 꾸민 <퍼펙트 게임>은 시끄럽다. 아저씨들이 운동장에서 소리 지르는 모습이 뭐가 그렇게 재밌을까 싶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크롤을 내리게 된다. 돈 받고 운동하는 것도 아니면서 공 하나에 울고 웃는 아저씨들의 삶은 그들이 사는 하늘시 재래시장을 닮았다. 새로운 대형마트가 등장하면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저씨’들과 재래시장이 함께 겪는 갈등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삶의 터전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존 위협,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던 야구단 존속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이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시끄러운 아저씨들의 이야기’라는 말은 블록버스터와 거리가 멀다. 하지만 <퍼펙트 게임>에는 공 하나에 울고 웃는 사람들, 그라운드에서 자신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글 이재민_웹툰평론가 / 사진 제공 북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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