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거리예술축제 2020> & <거리예술 캬라반>
<서울거리예술축제 2020>과 ‘거리예술 시즌제’에서 올해부터 <거리예술 캬라반>으로 바뀐 두 거리예술 축제가 9월과 10월에 진행된다. 이번 축제는 낯선 일상을 마주한 우리에게 축제의 본질을 알려주는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축제의 열기는 번지되 전염병은 번지지 않길 바라며….
서울시 대표 거리예술축제 서울거리예술축제 2020
‘낯선, 일상’ <서울거리예술축제 2020>
낯선, 일상. <서울거리예술축제 2020>의 주제다. 올해 서울거리예술축제는 9월 18일(금)부터 10월 4일(일)까지 서울 도심 일원(종로, 을지로 등)에서 열린다. 기간은 길어지고, 장소는 확장됐다. 안전한 축제를 위해 내린 결정이다.
일상의 변화, 축제의 변화
2020년은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한 해다. 외출할 때 꼭 챙겨야 하는 마스크,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으로 대체되는 일터와 교실, 쉽지 않은 외출, 올해는 기약할 수 없는 해외여행 등 일상이 낯설어졌다. 이런 변화로 일상은 불편해졌고, 미래는 불안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낯설어졌기 때문에 일상을 되돌아보게 됐고, 주변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게 됐다. 두 가지 면을 가진 ‘낯선, 일상’은 거리예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거리예술은 일상의 공간을 예술로 낯설게 만들어 그 시간을 특별하게 한다. 올해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일상을 낯설게 다시 보고 이를 공감하며 거리예술의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그럼에도 축제는 계속된다
코로나19로 올 초부터 많은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축제도 예외일 순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축제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고, 축제에 변화를 줘야 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축제의 본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 우리는 왜 서울거리예술축제를 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거리예술’은 생활 공간을 무대로 바꾼다. 일상과 예술 사이의 벽을 허물고 무심히 지나던 장소를 새롭게 만든다. 그렇게 함께 어우러져 공간을 누리고 기억을 나눈다. 거리예술은 ‘일상의 공간에서 예술로 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축제’는 정해진 기간에 축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밀도 있게 공유하는 시간이다. 이것을 지키면서 축제의 방향성을 찾는다면 안전하게 축제를 진행하는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4일이던 일정을 17일로 늘리고, 장소는 기존 서울광장·청계광장에서 그 주변으로 확대했다. 종로, 을지로와 같은 인근 지역 일대와 성곽이 보이는 창신동, 한강에 있는 선유도 등 다양한 장소에서 약 3주 동안 서울의 공간을 재발견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1 <아직, 있다!>(프로젝트 외)
2 <지게: 꾼>(아이모멘트)
서울은 긴 역사만큼 공간마다 여러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새로운 장소를 찾으면서 우선 고민한 곳은 서울의 지난 시간과 현재가 공존하는 ‘종로와 을지로’다. 역사적으로도 줄곧 서울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광복 이후 가장 먼저 개발된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세운-대림-인현-진양상가로 이어지는 중구 일원은 바쁘게 살아온 생활의 터전에 켜켜이 시간의 때가 묻어 있는 곳이자, 오늘날 도시의 모순을 드러내는 장소다. 200L 쓰레기봉투를 통해 인간의 쓸모와 노인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200 LITTER>(로맨틱용광로), 커다란 짐을 짊어진 배우들의 여정에서 도시인들 삶의 무게를 들춰내는 <지게: 꾼>(아이모멘트), 지금은 존재하지만, 미래에는 사라질 것들에 대한 엉뚱한 상상을 관객과 소통하며 그려보는 <미래, 도시>(우주마인드프로젝트), 전염병 시대에 한없이 연약하고 위태로운 우리 스스로에게 위안과 치유의 경험을 건네는 <셀프 마사지사>(비쥬얼씨어터 꽃) 등 우리의 현재 모습과 마주할 수 있는 주제를 담은 공연을 주로 선보인다.
깎아지른 듯한 화강암 채석장 절벽 풍경이 인상적인 ‘창신동’은 동대문시장과 가까워 봉제산업이 발달해 온 곳으로, 높다란 언덕 사이에 돌고 도는 재봉틀 소리와 원단을 실은 오토바이 소리가 아직 골목을 채우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주민들의 삶과 소리를 기록하고 세대별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창신동 곳곳을 여행하는 <아직, 있다!>(프로젝트 외), 깎여 나간 돌산 아래 사람들의 환희와 비애를 노래에 담아내는 <돌멩이 캔디>(제너럴쿤스트)를 비롯해, 종로와 낙산을 중심으로 서울시민의 이야기를 담은 거리 콘서트 <서울살이>(음악그룹 더튠) 등 동네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까이에서 담아낸 공연을 만날 수 있다.
3 <200 LITTER>(로맨틱용광로)
4 <도시벌집>(문화로 도도다)
이번 축제를 통해 시민에게 선보이는 사직동 ‘캠벨 선교사 주택’은 구한말 서울에 파견된 선교사 조지핀 캠벨이 살던 주택으로 석재 건축물과 넓은 정원이 인상적인 곳이다. 여기에서는 ‘안녕! 우리집’을 소주제로 극단 사다리의 <내 친구 양말목> <고재경 마임>(마임공작소 판), 테이블 오브제극 <무니의 문>(작은극장H), 1인 관객을 위한 관객 참여형 팝업북 연극 <몬몬 읽기>(정결) 등 인형극·무용·서커스 등 다채로운 장르와 형식의 가족 대상 공연이 관객을 맞이한다.
재난 이후, 거리예술의 방향성에 대한 예술가들의 고민이 담겨 있는 기획 공모 ‘아주 가까운 거리’의 다양한 프로젝트인 <이미터> (신현아), <우리 도시 좀 봐>(Bruno & Loic), <그림자 산책> (이이난), <표류백화점>(허나영), <피켓라인>(제너럴쿤스트), <거리예술기록보관소>(위워크인투) 역시 주목할 만한 올해 축제의 한 축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일부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다. 상세 정보는 9월 초부터 서울거리예술축제 누리집(ssaf.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글 최성희_서울거리예술축제 추진단 홍보PD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5 <피켓라인>(제너럴쿤스트)
6 <숨, 자장가>(보이스씨어터몸MOM소리)_2020 거리예술 캬라반
2020 거리예술 시즌 프로그램 거리예술 캬라반
- 글 최호범_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축제의 일정이 변경, 연기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