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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월호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지속될 흐름 찾기
2020년 트렌드 키워드에 대한 제언

왜 유독 연말연시만 되면 트렌드에 관심이 갈까? 불안해서다. 미래도 불안하고, 급변하는 현실도 불안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는 트렌드를 잘 아는 것이 기회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기에 우리 모두 트렌드에 대한 관심을 점점 높여간다.

2020년 트렌드를 전망하는 다양한 도서들이 출간됐다.

트렌드와 특이한 현상은 다르다. 트렌드는 수년간 이어질 흐름을 말한다. 잠깐 반짝이다 마는 특이한 현상이나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되는 흐름이 되려면 우리의 보편적 욕망에도 부합해야 하고,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맥락과도 연결되어야 한다. 이런 트렌드를 이해하면 어떤 직업을 가질지, 어떤 산업이 더 유망할지,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의식주는 어떻게 변화할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바뀔지, 어떤 상품이 유행할지 등의 여러 문제들을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트렌드는 소비 트렌드만을 뜻하지 않는다. 물건 빨리 안 산다고 손해도 아니고, 우린 소비하려고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다. 소비자는 그냥 기업이 자기 방식대로 우리에게 붙인 이름일 뿐이다. 하지만 사회 트렌드, 문화 트렌드, 산업 트렌드, 기술 트렌드를 몰라서 손해 보는 사람은 꽤 많다. 우리가 소비 트렌드 중심으로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편협성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느슨한 연대’와 ‘지속가능성’에 주목

2020년 가장 주목하는 트렌드 키워드는 ‘느슨한 연대’(Weak Ties)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 연결된 사람들을 느슨한 연대로 부르기도 했지만, 이제 그 범위를 확장시켜 결혼과 가족제도 대신 대안 가족을 선택하고, 셰어하우스나 소셜살롱에서 어울리며 연결되는 것까지 포함한다. 아울러 끈끈한 직장문화에서 벗어나 긱(Gig) 노동과 원격 근무, 겸직 등이 보편화되어 직장에서의 관계를 바꾼다. 우린 외로움이 좋아서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끈끈하게 연결된 가족제도가 싫어서 독신을 선택한 이들이, 이젠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지만 각자 독립성을 유지하는 사이를 지향한다. 우린 관계나 연대가 싫은 게 아니라 끈끈함이 주는 과도한 간섭이나 부담이 싫은 것이다. 역대 최저 혼인율과 출생률은 끈끈한 가족제도에 대한 불만의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보다 출생률이 두 배나 높은 프랑스에서 신생아의 60%가 결혼하지 않은 동거 상태의 부모에게서 태어난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비율은 영국과 미국도 40~50%나 되고, 주요 유럽 선진국들은 대부분 50% 내외다. 우린 1.9%에 불과하다. 결혼과 동거, 출산을 둘러싼 느슨한 연대는 중요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될 수 있다.
주목할 또 다른 트렌드 키워드로는 ‘지속가능성’(Sustainable)이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 지속가능한 라이프, 지속가능한 디자인, 지속가능한 리빙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우리에게 ‘지속가능성’은 이제 일상의 소비이자 의식주의 화두가 됐다. 지속가능성은 환경, 윤리, 젠더 등 사회적 가치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변화를 담고 있다. 공해와 환경문제에 민감한 ‘안티폴루션’(Anti-pollution)이 주거문화를 비롯한 의식주를 어떻게 바꾸고, 스웨덴에서 촉발되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플뤼그스캄’(Flygskam)이 비행기 타는 문화를 어떻게 바꿔놓을지도 관심 가져야 할 트렌드 키워드다.
취향 소비의 일상화가 낳은 취향 심화와 취향 과시 문화가 만든 ‘취향 인플레이션’ 트렌드, 그리고 안티에이징이 나이에 대한 거부감을 만들었다면 ‘에이지리스’(Ageless) 트렌드가 나이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와 함께 뷰티와 패션 산업의 관점을 어떻게 바꿀지도 지켜볼 일이다. 극심해지는 양극화 시대에 돈에 대한 주눅을 떨치고 일상의 풍요를 지향하는 ‘우아한 가난’ 트렌드, 그리고 SF가 주목했던 2020년답게 혼합현실과 공존현실이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베리칩을 자기 손에 심거나 바이오해킹하는 것이 일상이 되는 시대도 트렌드의 맥락에서 더 심도 있게 살펴야 한다.

트렌드의 홍수 속 중심 잡기

2011년부터 2025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알파세대라고 일컫는데, 아직 이들 일부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이들 중 주력층도 5~9세에 불과하다. 하지만 IT 기업들이 가장 공들이는 대상이며,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와 로봇 시장의 중요한 미래 소비자다. 알파세대는 에잇포켓(Eight Pocket,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까지 지갑을 연다는 의미)의 주인공이기도 한데, 알파세대 트렌드는 앞으로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0년은 우리나라의 총선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많이 실시되는 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갈등,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다자 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올해 올림픽을 치른다. 애국심 마케팅이 번성할 것이다. 애국의 관점이 바뀌는 새로운 애국주의(New Patriotism) 트렌드도 주목해야 한다.
SF 장르에서 숫자로만 보았던 2020년을 이제 직면하게 되었다. 모두가 우주로 날아가지도 못하고, 일상에서 로봇과 살아가지도 않지만, 우리의 2020년은 꽤 역동적인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트렌드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트렌드에 휩쓸리지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도 말고, 트렌드의 여러 물결 앞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글 김용섭_트렌드 분석가,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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