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업의 사회공헌을 상징하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대체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 가치 창출) 개념이 출현한 것이다.2) CSV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요식행위가 아닌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가치의 상호조화를 이루는 진정성 있는 기업가 정신이다.3) 이러한 변화에 따라 서울문화재단(이하 재단)은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한 제휴사업 추진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 주철환 대표이사와 함께 서울시 사회공헌대상을 수상하는 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진 제공_ 서울시복지재단
2~5 <서울메세나 무역센터 Special 트랙>에 선정된 공연들. 마방진 <홍도>, 극단 차이무 <원파인데이>, 연희단거리패 <길 떠나는 가족>, 류장현과 친구들 <갓 잡아 올린 춤>.
서울문화재단과 기업의 파트너십 사례
이런 흐름 속에서 재단은 2012년 ‘메세나 추진TFT’를 조직하고 곧 ‘문화제휴팀’으로 정규 조직화했다. 문화제휴팀을 주축으로 재단은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제휴사업을 추진했다.
초창기 대표 사업으로는 <서울메세나지원사업>과 <서울메세나아츠워크>가 있다. 서울메세나 지원사업은 기업과 예술단체의 결연을 통한 창작지원사업으로, 예술 프로젝트에 기업 기부금과 재단의 지원금을 매칭하여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진행 중으로, 2012년 이후 132개의 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했으며 누적 지원금이 52억 6,400만 원에 달하며 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다.4)
특히 2016년 재단은 한국무역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메세나무역센터 Special 트랙>을 개설했다. 선정된 예술단체는 한국무역협회의 기부금과 재단의 매칭 지원금뿐 아니라 코엑스 공연장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2016년에는 무료 대관을 2일 제공했으나, 올해는 총 대관 일수를 4일로 늘려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서울메세나아츠워크>는 <서울메세나지원사업>의 출범을 기념하는 행사로 2012년 시작됐다. 이후 이 행사는 2013년, 예술의 힘과 가치를 서울시민과 나누기 위해 기업, 재단, 예술단체가 함께하는 페스티벌 형태로 발전했다. <광화문 문화기업 “로비를 열고 예술을 채우다”>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이 행사는 광화문에 위치한 4개 기업5)사옥 로비를 개방하고 공연과 전시를 펼쳤다. 그리고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와 경희궁공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부스를 열었다. 그야말로 민관이 협력한 풍성한 문화행사였다.
<서울메세나지원사업>과 <서울메세나아츠워크>를 통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노하우와 자신감을 얻은 재단은 다양한 기업의 사회공헌, 마케팅 담당자와 접촉하며 협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기존의 문화제휴팀을 대표이사 직속 ‘제휴협력실’로 격상시켜 협력 파트너십 유치에 더욱 힘을 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재단은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소중한 파트너 기업들을 만났다.6)
매년 서울시에서는 민관협력 우수 기업 시상식을 개최하는데, 2014년 이후로 재단과 협업한 기업들이 한 해도 빠짐없이 이 상을 수상했다. 여담이지만 재단도 진정성 있게 함께한 기업이 수상할 수 있도록 여러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단순히 기부에 대한 감사를 넘어서 기관 대 기관으로 지키는 ‘의리’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사회공헌대상과 명예시민 위촉 등 기업들이 협업 사업 추진을 통한 장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서울문화재단의 시민 기부금 모금 사례
재단은 기업의 기부뿐 아니라 시민을 대상으로 예술에 대한 기부의 필요성을 알리는 예술후원캠페인을 전개하고 시민의 소액기부를 통한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응원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아트서울! 기부투게더>를 운영한다. 이 플랫폼은 타 크라우드펀딩과 유사하나, 참여 예술단체가 일정 목표 금액을 달성했을 경우 재단이 추가 지원금을 매칭해주는 장점이 있다. <아트서울! 기부투게더>를 통한 모금액은 2016년 약 3,242만 원을 돌파했다.
재단은 시민에게 예술후원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예술후원캠페인을 진행한다. 예술후원캐릭터 ‘기부로’를 활용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접근으로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기부금을 모금한다. 그리고 CMS와 스마트 모금함7) 등 다양한 루트로 기부를 유치하고 있다.
시민 기부금은 소액이지만 말 그대로 티끌 모아 태산이다. 2016년 새로 출범한 <최초예술지원사업>은 수년간 누적된 시민의 기부금을 통해 탄생했다.8) 올해에는 정규 사업으로 편성되어 사업의 수혜자는 2016년 54명에서 2017년 620명(예산 기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시민의 기부금이 청년예술가 지원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이다.
1, 3 2016, 2017년 예술후원 캠페인 모습.
2 최초예술지원사업에 지원한 예술가가 동료 예술가들 앞에서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전문성
재단이 기업과 협업하는 방식은 명확하다. ‘갑과 을’이 아닌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제휴사업의 유의미한 성과가 쌓이고, 이에 관한 언론 보도가 늘면서 재단에 협업을 제안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감사한 일이지만 재단을 일종의 대행사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돌아보면 기업과 재단의 담당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정성 있는 방향을 고민하며 서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치열함이 있었다. 이 치열함 자체가 파트너십의 원리이다.
사회공헌 파트너십에 대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업과 비영리기관의 파트너십 성공 요인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기업 욕구에 대한 이해와 신속한 대응. 둘째, 전문 역량. 셋째, 원활한 의사소통,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전문성이다.9) 재단의 제휴사업은 위의 요인을 모두 만족시켰고 결국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자부한다.
최근 기부금을 둘러싼 각종 사회적 이슈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기부 활동이 많이 위축되기도 했지만 재단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이 올해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했고 어떤 기업은 내년에도 함께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재단과 함께한 수많은 파트너 기업들, 그리고 작은 티끌이었지만 태산을 이뤄 서울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한 수많은 시민 기부자들에게 감사드린다.
1) <박원순 후보 정책자료 모음집> p.84, 2011.
2) CSV란 기업의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 창출과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행위이다. 이를테면 다국적 식품회사가 아시아 지역 저소득층의 영양 상태를 고려해 영양가 높은 제품을 저가격, 소포장의 보급형 상품으로 출시하는 것이다.
3) <트렌드 지식 사전>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2013.
4) 2017년 10월 23일 기준.
5) 씨티카드,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교보생명.
6) 제휴사업의 다양한 사례와 내용은 [문화+서울] 2016년 12월호 ‘이슈 & 토픽’에 수록된 ‘기부로 ‘잇다’, 예술이 비로소 ‘있다’'에 소개되어 있다.
7) 카드 결제로 기부할 수 있는 모금함으로 현재 시민청, 서울연극센터, 남산예술센터에 있다.
8) 최초예술지원사업은 ‘예술가(단체) 생애주기별 지원체계’에서 가장 앞에 위치한 사업으로 공공 지원금 수혜를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청년예술가를 대상으로 한다. 정산과 같은 복잡한 행정절차가 없고, 함께 사업에 참여한 동료의 평가를 통해 지원이 결정되는 수평적인 지원 구조로 화제를 모았다.
9) <기업과 비영리기관 사회공헌 파트너십에 관한 연구: 파트너십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에 대한 탐색>, 방대욱 외, 한국사회복지행정학, 2013년, 15권, 3호, pp.217~241.
- 글 이승주_ 서울문화재단 제휴협력실
- 사진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