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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6월호

인문예술교육과 서울형 예술가교사 예술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알파고의 충격은 미래사회에 달라질 인간의 삶과 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자기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지적 노동까지도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는 인공지능이 대신하기 어려운, 미래에도 여전히 살아남을 직업으로 손꼽힌다. 예술적 경험은 상상력 계발과 창의성 획득 등 미래교육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대중적 이해에서 보면 예술교육은 여전히 예술전문가를 키우는 교육이거나 남는 여가시간에 즐기는 값비싼 취미교육쯤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예술교육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예술교육은 사람다움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인간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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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예술교육의 성장과 현주소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 공공지원의 역사는 1999년 ‘국악강사풀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점차 다른 장르로 확대되기 시작했고, 2002년 ‘창의한국’을 기조로 내세웠던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공식 조직으로 문화예술교육과를 설치(2004년), 본격적인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에 나섰다.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설립 이후 주요 사업으로 강사풀제를 확대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추진되었다.
현재 8개 분야(국악, 연극, 무용, 공예, 사진, 디자인, 만화·애니메이션, 영화)에서 5,000여 명의 학교예술강사가 전국 8,600여 개 초·중·고에서 파견수업 형태의 예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사교육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기초예술교육을 학교에서 받을 수 있어 문화적 기회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초창기에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2008년 이후에는 공공부문 일자리사업으로 양적 확대가 이루어졌으나 그에 맞는 질적 성장은 담보되지 못했고 예술강사 또한 처우가 나빠졌다. 사업의 내용적 측면에서도 강사별 예술교육 역량의 차이가 크고 대부분 발표회 중심의 장르별 기술교육으로 진행되어 예술의 도구화라는 비판이 커져왔다. 현재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해 중앙과 지역 간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의 준비된 실험, 인문예술교육과 예술가교사

올해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2006년부터 자체 육성·지원해온 예술가교사(TA: Teaching Artist)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서울형 예술가교사 지원-어린이·청소년 창의예술교육사업’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10년 이상 초등학교에서 교과통합 예술수업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특히 올해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예술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을 시작, 주로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 정규교과와 연계한 수업을 지원한다. 인문예술교육은 기존 통합예술교육에서 진일보한 모델로서, 다양한 예술활동과 참여에 대한 의미를 탐구해 일상으로부터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한다. 즉 배우는 방법을 학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예술적 발상(사고)과 인문적 사고를 통합해 특히 청소년기에 필요한 자기 탐구, 타인과의 소통을 돕는다.
재단의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 서울시교육청과의 적극적인 재정 및 협력 지원은 또 하나의 장점이다. 서울형 예술가교사로 선발되면 2~3인 단위로 팀을 구성하여 프로그램 연구 개발과 수업 운영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특히 미적체험철학과 통합예술, 인문예술 교육방법론에 대한 체계적 재교육과 컨설팅 등을 지원받아 예술교육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어 예술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230명의 서울형 예술가교사가 서울시내 369개 초·중학교에서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펼치고 있다.

예술작업으로서의 예술교육, 새로운 도전을 위해

최근 세계의 학교교육은 역량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 중이며, 인구 고령화로 인한 평생학습의 중요성은 정책의 우선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창의성과 행복을 좌우하는 요소로서 예술교육이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그 기저에 인간을 인간답게 하려는 예술 본래의 가치를 담기보다 경쟁적인 교육시장에서 필요한 기술만 습득하려는 계산만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더욱이 예술과 교육이 연대하는 방식의 문화예술교육에서 정책이나 행정이 예술교육에 대한 보편적 국민 이해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고 절대적이다. 공공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성공을 입증하기 위해 학생들의 뇌파를 검사하는 식의 효과성 검증은 과학적이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창의성을 평균적 수치로 환원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예술의 상상력으로 자기만의 세계와 목소리를 창조할 수 있는 진짜 시민을 키워내는 일이 예술교육이다. 지속가능한 삶, 행복한 인생을 향한 경주는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는 경쟁이 아닌, ‘주체적으로, 그러나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술작업으로서 예술교육이라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예술가교사, 그들을 응원한다.

글 임미혜_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본부장
그림 이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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