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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월호

이달의 표지 작가정기훈

표지작품 대화의기술(How to be a Good Speaker)러버콘, 종이에 아크릴 | 60×80cm | 2010

1 <9 to 5> 나무, 못, 배구공, 벽돌, 붓, 소주병, 숟가락, 천, 테이블, 표찰가변크기, FHD영상 | 2014
2 <열쇠의 행운(Good Luck)> 금 | 4×8cm, FHD영상 | 2018
3 <적정습도(Day and Night)> 가습기, 종이에 먹 | 200×300cm(각 50×50cm) | 2020


정기훈
정기훈은 시간의 규칙 안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의 흔적을 일상 속 사물을 활용해 보여준다. 그는 임의의 시간 규칙을 설정하고 그 규칙에 따라 수행하지만, 한편으로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이는 결과를 통해 무용과 유용의 가치를 교란한다. 궁극적으로 쓸모와 효율을 위해 살아가는 현대 삶의 방식·통념·기준과 상충하는 개인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2006년 인사미술공간을 시작으로 금호미술관(2009)·아트라운지디방(2011)·케이크갤러리(2015) 등에서 사회적 상징기호들을 재해석하는 내용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 Emerging Artists 프로그램과 2018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사업을 통해 노동에 관한 시간 규칙에 역행하는 행위들을 설치와 비디오로 제작해 발표했다. 2010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을 수상했고 금천예술공장·금호미술관·문화공장오산·송은아트스페이스·아트선재센터·인천아트플랫폼·벨기에 Ete78 등에서 다양한 주제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0년 금천예술공장 11기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나의 관심은 여러 가지 사회 규칙을 발견하고 재해석해 일방적 규칙 때문에 사라져가는 개인의 개성이나 특성을 드러내는 데 있다. 이러한 관심은, 무수한 규칙이 개인을 지켜주고 있는지 아니면 규칙을 따르기 위해 개인이 존재하는지 예술가로서 사회 속 역할 갈등과 정체성에 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현대사회의 노동과 시간의 규칙을 적극적으로 작업에 등장시키면서 효율성과 속도, 성과 중심에서 비켜간 행위와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작업을 펼쳐가고 있다. 그래서 나의 작업은 항상 작업의 시간을 설정하고, 그 시간의 규칙 안에서만 이뤄지는 여러 가지 수행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한편으로 예술과 노동의 관계를 증명해 보이려는 이러한 작업 태도는 쓸모의 가치와 연계되면서 헛수고 혹은 무용(無用)의 행위로 해석되기도 한다.
초기 작업에는 교통안전시설물처럼 도시 공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상징기호들을 재해석한 사진, 드로잉 작품을 통해 규칙과 규범의 보편성과 획일성을 다뤘다. 이후 일상을 지배하는 규칙으로 관심이 이동하면서 2014년부터는 매일 8시간 동안 사물들을 손으로 갈아버리는 <9 to 5>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간의 규칙을 설정하고 수행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48시간 동안 손으로 곱게 갈아버린 거울, 52시간 동안 맞춘 그림 없는 퍼즐, 납작한 수평으로 토막 낸 나무의자, 좁은 손금 간격으로 측량한 파편들, 분쇄된 행운의 열쇠를 본래의 질량과 무게로 되돌린 <열쇠의 행운>, 1년 동안 매일 같은 이미지를 1mm 크기로 줄여가며 사라져가는 과정을 그린 <연중무휴> 등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결과물을 통해 작업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연마술>에서는 예리하고 손쉬운 도구를 내버려두고 돌을 갈아 생선을 손질하면서 결과에는 어렵게 도달하지만 효율성이 놓친 감각들을 설명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참사로부터 영향을 받아 가습기에 일정 양의 물감을 섞어 시간을 두고 가습해 수채화 형식으로 착색된 농담의 차이로 점유된 시간을 화면에 표현했다.
사람들의 시간은 각각 서로 다른 규칙으로 채워간다는 관점에서 나의 작업에는 역시 나만의 규칙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표면적으로는 주어진 시간을 수치적 기준과 규칙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느슨하고 유연한 규칙들로 천천히 시간을 채워가는 지점을 예술가로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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