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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0월호

이달의 표지 작가 지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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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드로잉 설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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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w herd>gouache on donated book page | 24.3×33.4cm | 2015

나는 수세기 동안 인간의 이성 세계를 대변했지만 현시대에는 그 가치를 상실한 채 버려진, 다시 말해 파국(破局)을 맞은 ‘책’들을 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3년간 각지각처에서 기부받았다. 그리고 이들을 지지체로 해서 시각예술의 맥락 위에서 재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내 개인의 서사가 책 저자의 의식과 맞물려 예술의 영역으로 재탄생되는 지점에 주목했고, 단지 읽고 정보를 습득하는 것의 매개체로 한정되었던 책이라는 미디움(medium, 매개체) 위에 내 개인의 언어이자 시각적 재현이기도 한 드로잉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단순히 물리적인 도구의 차이로만 구분되어온 예술과 텍스트(문학)의 제한적 경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새벽을 헤엄치는 드로잉> 시리즈 작업은 기부받은 책 페이지를 드로잉의 지지체로 사용하며, 문학을 그 기저로 한다. 기부받은 책 페이지의 문장에서 내 개인의 경험과 사건 혹은 생각을 연상시켜 나가는 일종의 사고의 연장이며 기억의 연쇄 드로잉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게 기억은 있었던 것을 그대로 다시 눈앞에 떠올리는 단순한 복원의 역할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살아있는 서사적 과정이며, 이 점에서 단순한 데이터 장치와는 구분된다.* 결국엔 내가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단계에서 생각을 멈추고, 이 장면을 드로잉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나의 의식과 무의식에 침몰해 있던 기억과 사건들을 수면으로 떠올리고, 그 문장들을 드로잉으로써 소환하도록 돕는다. 하나의 문장이 불러온 또 다른 기억들은 현재의 나의 기억과 만나며, 그다음 기억을 만들어내고 그 기억은 다시 예기치않은 새로운 기억으로 몸을 바꾸어 나타나 결국 드로잉의 순간이 된다.문화+서울

* <에로스의 종말>(한병철 지음, 문학과지성사)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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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작 표지작 <Society>
collage on donated book page | 21.5×29cm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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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킴(김지희)
지희킴은 동국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골드스미스대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7년 진흥아트홀에서 열린 <Finding my other self>를 시작으로 서울과 런던에서 4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골드스미스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올해 11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글 지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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