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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3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권해원

서커스
b.1991
@codesassy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상주형 단체(2022~2024)

컨템퍼러리 서커스 창작 단체 ‘코드세시’에서 대표이자 연출가, 그리고 서커스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권해원입니다. 저는 대중에게 익숙한 근대의 서커스가 아닌, 컨템퍼러리 서커스 장르에서 서커스를 창작 재료로 삼아 예술 창작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어휠Cyrwheel’을 주 기예로 하고 있습니다. 시어휠은 자신의 키보다 큰 원형의 서커스 기예 도구로, 거대한 훌라후프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회전운동으로 기예를 펼쳐냅니다. 코드세시는 2019년 창립한 단체로, 2022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서커스 상주단체로 선정돼 올해까지 이곳을 기반으로 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뮤지컬·연극을 전공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동문들과 함께 ‘시파 프로젝트’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연극을 하자고 만든 단체였으나, 다소 장벽이 높은 연극계에 바로 도전하기보다 그보다 진입 장벽이 조금은 낮은 거리예술로 시작했습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관객의 발목을 잡기 위해 더 크고 화려한 이미지를 원했고, 외발자전거와 트램펄린을 처음 접했습니다. 이것이 서커스의 시작이었습니다. 국내에는 마땅한 서커스 교육기관이 없었기에, 알음알음 기술을 습득해 거리예술과 서커스 작품을 창작하고 공연해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의보다는 타의로 서커스를 시작한 것 같기도 합니다. 시파 프로젝트는 2019년을 끝으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2018년 겨울,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연습실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시어휠을 보게 됐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유튜브를 통해 이 기구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해외에서 시어휠을 구입한 뒤 각종 영상을 보며 기예를 익혔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한다는 그 자체가 저 스스로에게도 흥미로운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수동적으로 대하던 서커스를 능동적으로 마주하며 서커스 안에서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더 해 보고 싶어졌고, 창작의 주체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파 프로젝트에서 함께하던 김현기 아티스트와 함께 서커스 작품 <으쌰>를 창작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시어휠과 타이트와이어 기예를 활용해 만들었습니다. 저마다의 짐을 짊어지고서 끊임없는 굴레처럼 돌고 도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으쌰>는 2019년 거리예술시즌제에서 공개했고, 제가 창작한 서커스 작품으로 처음 관객을 만났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표현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와 내 머릿속의 세계를 구현해내고 다수의 관객과 공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후 권해원이라는 창작자의 이야기와 세계를 무대 위 이미지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서커스라는 재료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주재료로 삼아 이미지와 이야기를 확장하는 방법을 모색하며 코드세시라는 단체를 통해 창작의 방향성을 계속해서 찾아가고 있습니다.

코드세시의 대표작 <해원解願>(2019~)

서커스 장르는 지속적이고 반복된 신체 트레이닝과 기예 훈련을 수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 자신이 단순 기예를 수행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로 존재하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나는 예술가인가 기술자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던졌습니다. 단순히 기술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그 기술을 행하는 것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기예의 트레이닝을 통해서 창작에 활용할 소스를 생성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답을 내리곤 합니다. 이런 부분이 스스로 예술가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원解願>이 저와 코드세시를 알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19로 공연을 할 수 없던 때 창작한 작품입니다. ‘나는 예술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과연 세상은 예술이 필요할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예술을 통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계속된 질문 끝에 ‘위로’라는 답을 내리게 됐고, 예부터 민중 깊숙이 다가가 위로해주던 ‘굿’의 형식과 ‘서커스’를 버무려 만든 작품입니다. 무대 위 제가 매개가 돼 서커스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 대신 기원해주는 작품입니다. 또 다른 작품은 <돌아버리겠네>입니다. 시어휠을 주기예로 삼은 뒤 저는 회전 움직임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 끝에 놀이터의 회전 뱅뱅이를 모티프로 회전 오브제를 자체적으로 디자인·제작하게 됐습니다. 지름 2.4미터의 바퀴와 차이니즈 폴을 결합한 비대칭 바퀴 오브제가 등장하며, ‘돌아버리겠는 현실과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보자!’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23년 발표한 <흔적>은 권해원이라는 아티스트가 시어휠을 만나 남겨온, 그리고 앞으로 남길 흔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흔적을 남기며 미래의 자신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아티스트 권해원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흔적>(2023~)

저는 이미지를 수집하는 데서 시작해 창작을 이어나가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이미지를 수집하고 그 이미지를 뜯어보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또 창작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키워드를 추출하고, 키워드와 연결되는 다양한 이미지를 계속해서 배치해보며 상상의 무대를 만들어봅니다. 거시적이고 막연한 이야기보다는 지금 내 주변과 나에게 발생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확장하곤 합니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구본창의 항해》를 관람했습니다. 사진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의 성장 과정을 바라보고, 소장품을 통해 그가 어디에 관심을 두고 삶과 작업을 이어왔는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서커스라는 분야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서커스를 바탕으로 삼아 제 예술세계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서커스가 가진 아찔함, 기이함, 동물적 감각, 육체적 한계에 대한 도전 등등…. 서커스적 감각을 기예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와 방법을 통해 풀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서커스적 감각뿐만 아니라 서커스 안에 숨어 있을 서커스적 감각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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