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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0월호

130

잡지 만드는 일의
기쁨과 슬픔

만난 날
2023년 8월 31일 목요일
만난 곳
서교예술실험센터
진행자
연재인(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참여자
김보나(국립극장 홍보팀)
김보람(국립국악원 국악진흥과)
노민언(서울시립교향악단 홍보마케팅팀)
정민화(한국영상자료원 KOFA서비스팀)

창간 이래 18년간 이어온 [문화+서울]은 그간 독자들에게 말 못 할 변화무쌍한 변곡점을 거쳐왔다. 그러나 여전히 건재한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종합 월간지로서, 200호를 기념으로 동료들과 소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평균 통권 130호를 자랑하는 다섯 가지 국공립 기관 잡지 담당자들과 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종이 잡지의 매력을 탐구했다. 때때로 ‘기관지’라는 이름으로 평가 절하될지언정 공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이들이 말하는 ‘잡지 만드는 일의 기쁨과 슬픔’, 함께 공감해주시기를.

잡지, ‘역시 보통 일이 아닌’ 것

연재인 대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자 만들고 계신 잡지에 대한 소개를 들어볼까요.

노민언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월간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맡았으니 6년 정도 되었네요. [SPO]는 공연 해설이 포함된 프로그램 북을 겸하고 있어요. 매월 2,500부를 발행하는데, 시즌 패키지 티켓을 구매한 분들과 서울시향 후원자, 서울시 내 중·고등학교와 국공립 도서관 등에 보내는 게 1,500부 정도 되고요. 나머지 1,000부는 공연장에서 3천 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구성으로 보자면 30퍼센트 내외가 클래식 음악 관련한 읽을거리고, 나머지는 저희 공연과 관련한 기사예요.

정민화 저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아카이브 프리즘]이라는 기관지를 맡고 있는데요. 판형이 크고, 두꺼운 편이에요. 이런 형태로 나온 건 2020년 여름부터고, 2008년부터 격월간 [영화천국]을 이어오다가 10년이 넘자 기관 내부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생겼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필름 아카이브로서 극장·박물관·도서관도 있고, 자료 수집도 하는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극장에서 상영 기획을 하던 프로그래머였어요. 한 업무를 오래 하다 보니 매너리즘이 생길 즈음에 마침 새로운 기관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이 생겨서 [아카이브 프리즘] 2020년 창간호부터 맡고 있습니다. [아카이브 프리즘]은 계간지라 분기별로 한 권씩 발행됩니다. 저희가 수집하는 영화나 자료 안에서 하나의 주제를 정해 보여주는데, 그 대상은 물성이 없는 것도 있어요. 하나의 이슈를 다루는 잡지다 보니 그때그때 편집 방향이나 내용도 조금씩 달라지는 편입니다. 현재는 1,500부를 찍고 있는데, 800부 정도는 유관 기관과 도서관, 영화 관련 학과, 자료를 기증해주신 분들, 주요 영화인들께 보내고 있고요. 200부는 연초 정기 구독 신청을 받아 일반 구독자들께 발송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500부는 영상자료원 행사가 있을 때 모객 겸 홍보용으로 나눠드리고요.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매체잖아요. 그래서인지 구독자의 폭이 굉장히 넓은 편입니다.

노민언 저도 신청하면 받아볼 수 있나요?

정민화 신청하셔도 되지만, 추첨으로 구독자를 선정합니다.

김보람 당첨 확률이 높은가요?

정민화 아무래도 책 형태이기 때문에 소장을 원하는 분들이 꽤 계세요. 올해 정기 구독 신청 때는 인상 깊은 대사를 남겨달라고 해서 총 800명 정도 응모하셨고요. 그 가운데 2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보내고 있습니다.

김보람 저는 2009년 국립국악원에 입사해 2011년부터 지금까지 국악 소식지 [국악누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국립국악원은 서울에 하나, 지방에 세 개가 있어요. 국악 잡지이면서 기관 소식지 역할도 해야 해서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눠 내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앞쪽에는 네 개 국악원의 주요 사업 소개와 리뷰, 중간에는 국악 관련 상식을 전할 수 있는 연재 기사, 뒷부분에는 원내 사업 소식을 단신으로 싣고 있어요. 발행 부수는 호당 5,000부 정도인데, 4,000부는 유료 회원들과 국공립 도서관 등에 보내고 1,000부는 원내에서 소진하고 있습니다. 매년 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표지에 싣는 것도 [국악누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보나 저희 매체는 최근에 변화가 많았어요. 국립극장은 개관 후 44년 넘게 종이 잡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창간 당시 제호는 [월간 국립극장]이었고, 이후 몇 가지 이름을 거쳐 월간 [미르]로 오랫동안 발행됐는데요. 공연을 올리기 한두 달 전부터 기획하다 보니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감당하기가 힘들었어요. 일주일 전, 하루 전에 공연이 무산되거나 변경되는 상황이 잦았는데, 종이 책은 이미 인쇄가 끝나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어려웠죠. 해오름극장이 재개관하는 시대 흐름과 맞물리기도 해서 디지털로 전환하자는 요구가 높아졌고, 2021년 7월부터는 온라인 정기 간행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한 지 꼬박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미르]를 보내달라는 연락이 꾸준히 와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POD 방식으로 소량 인쇄를 병행하고 있고, 내년에는 그 수를 2,000부로 늘릴 예정입니다. 지금은 ‘월간 국립극장’이라는 별도의 누리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운영이 쉽지 않더라고요. 종이 책은 인쇄를 넘기면 대략 3일 후에 책이 나오는데, 웹진은 글자마다 코딩을 거쳐야 해서 원고 마감 후에도 일주일 이상 시간이 걸려요. 내년에는 별도의 웹 페이지를 없애고 국립극장 공식 누리집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지속하는 방식으로 간소화하려고 합니다.

연재인 [문화+서울]도 현재 종이 책과 웹진 발행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온라인으로 전환한 국립극장이 다시 종이 책으로 돌아가는 게 고무적이네요.

김보나 다시 종이 형태로 돌아간다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해요. 독자 입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거든요. 웹 기반 서비스를 유지하되 형식을 간소화하고, 종이 책과 병행하는 체제가 될 것 같습니다.

노민언 이전에 [미르]는 몇 부씩 발행했나요?

김보나 제가 2018년 3월 입사했는데요. 당시 월 8,000부 발행했고, 이후 예산이 삭감되면서 2019년엔 5,000부로 줄어들었습니다.

김보람 예산이 얼마나 줄었나요?

김보나 처음 담당할 때와 비교해서 지금은 1억 원 정도 예산이 감소했어요.

김보람 저희는 기관 내에서 [월간 국립극장]과 은근히 비교를 많이 하는데요.(웃음) 국립극장처럼 월간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격월간에서 월간으로 바꾸려면 예산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조사하던 때가 있었거든요.

김보나 한때 홍보팀 전체 예산 중 종이 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예산이 삭감되면서 웹 형태로 전환하면 종잇값을 아낄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있었죠. 그런데 웹진은 기본 개발 비용이 들어요. 구조를 바꾸거나 디자인 변화를 꾀할 때마다 비용이 더해지고요.

노민언 그냥 보기엔 잘돼 있는데, 뒷얘기를 들어보니 역시 보통 일이 아니었군요.

변화와 고착의 기로에서

연재인 국립극장에서 웹진으로 전환했다가 종이 책을 병행하는 흐름을 설명해주신 김에 변화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가보겠습니다. [문화+서울] 200호에 기해 여러분을 모셨는데, 어떻게 보면 되게 요란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문화+서울]은 2005년 6월 창간해 첫 두 해는 반연간지였고, 2007년 7월부터는 계속 월간지로 내고 있는데요. 사실 이렇게까지 자축하는 이유는 [문화+서울]이 내외부에서 압박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버텨왔기 때문입니다. 저희 역시 예산 삭감과 형태 전환에 관한 요구를 매년 심심치 않게 들었죠. 다른 기관 역시 마찬가지일 것 같아 각각의 매체가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궁금했습니다. [아카이브 프리즘]도 [영화천국]을 접고 다시 시작하셨다고요.

정민화 한국영상자료원은 예술의전당에서 2008년 상암동 청사로 독립했고, 이즈음 [영화천국]이라는 기관지를 발행했죠. 그런데 세월이 흘러 더 이상 다룰 주제가 없더라고요. 한계에 도달한 거죠. 다른 기관지들도 빠르게 변하던 시기여서 저희도 개편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어요. 처음에는 영상자료원이 하는 일을 소개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그게 창간 준비호로 나왔어요. 그리고 나서 제가 업무를 맡게 됐는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잡지가 한 번 읽히고 버려지는 것에 대해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왕 종이 책을 만들 거라면 수집할 잡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모으려고 할지 고민했죠. 당시 [매거진B]처럼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잡지가 주목받았는데요. 영화 콘텐츠를 디깅digging하는 사람이 많으니, 우리가 가진 자료로 소장 가치 있는 잡지를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원내에서는 반발이 심했어요. 그래도 기관지이니 우리가 하는 사업을 다뤄야 한다는 거였죠. 다행히 당시 기관장께서 담당자의 뜻을 들어주셔서 첫 번째 호인 ‘90년대 영화 전단’ 특집이 나왔는데, 책이 완전 ‘히트’를 친 거예요. 그러면서 원내 반대 의견도 많이 사라졌고요. 대신 기관의 활동 소식은 최대한 뉴스레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SPO
180×240mm | 월간
서울시립교향악단

2006년 창간, 공연 프로그램 북의 기능을 겸하며 단체의 공연 정보와 클래식 음악 전반에 관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시즌 티켓 구매자와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배포되며, 일부 수량은 공연장에서 유료로 판매된다.

노민언 저희는 폐간하거나 중단한 적은 없는데 제호와 판형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SPO]는 프로그램 북으로도 판매되는데, 이전 판형은 공연장에서 보기엔 너무 컸거든요. 로비에서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소리도 크게 나고요. 그래서 들고 다니기 쉽고 가벼운 판형으로 바꿨습니다.

연재인 [SPO]는 매체 창간부터 프로그램 북으로 판매할 것을 염두에 두셨나요?

노민언 그렇죠. 프로그램 북, 기관 소식지, 클래식 음악 잡지. 이렇게 세 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공연이 한 달에 네 번 정도 있고, 한 번에 200~300부씩 팔리죠.

연재인 프로그램 북 기능이 있으니 [SPO] 역시 수집하시는 분들이 꽤 계시겠어요.

노민언 그렇다고 알고 있어요. 배송이 조금 늦어지면 ‘왜 안 오냐’, ‘공연 전에는 받아야 한다’는 전화도 종종 받고요. 3천 원이면 사실 제작 원가도 안 되지만, 무료로 배포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어 여전히 프로그램 북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김보람 국립국악원 기관지는 1989년 계간 [국악소식]으로 시작했어요. 그때는 전단 형태의 신문에 가까웠고요. 2006년부터 제호를 [국악누리]로 정하고 판형을 바꿔 월간으로 발행하다 2009년부터 격월 주기로 정착했습니다. 당시에도 예산 문제로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도 무가지고 배포용이다 보니 좀 더 작고 가볍게 바꾸면 좋겠다는 의견이 매년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책을 꽂아놓으면 나란히 같은 크기로 서 있는 게 보기가 좋더라고요. 제 나름의 논리는 전통예술을 관장하는 기관에서 변함없이 이어가는 것 몇 가지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데, 이 논리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어요.(웃음) 대신 무게를 줄이려고 종이를 재생지로 바꿨어요. 환경을 생각하면 국가기관에서 재생지를 사용하는 게 좋은 것 같아 이런 소소한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표지인데요. 2011년 개원 60주년을 맞아 일러스트를 표지로 실었는데 이게 반응이 좋아 그 후부턴 공모전을 통해 표지그림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벌써 10년이 넘게 해오고 있네요. 올해도 2024년 표지그림 공모를 진행 중에 있는데, 내년에는 어떤 그림이 표지에 실릴지 기대됩니다.

정민화 일러스트 공모는 특정 주제를 정해두시나요?

김보람 주제를 정하면 창작자의 생각 폭을 좁히는 것 같아서 국악 소재 전반으로 열어두고 있습니다. 작가들에게 국악 소재를 다채롭게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홍보의 일환이라고 보고요.

정민화 판형을 유지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담당자 입장에서도 그렇겠지만, 모으는 입장에서도 외형이 바뀌면 싫어하시더라고요. 저희는 블루레이 박스 세트도 내거든요. 근데 케이스에 있는 영상자료원 로고 위치가 한 번 달라진 적이 있어요. 그때 민원이 정말 많이 들어왔어요. 꽂았을 때 일렬로 예뻐야 하는데 얘만 튄다고. 그래서 판형을 바꾸는 순간 민원이 엄청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재인 [문화+서울]도 판형과 제호에 대한 고민은 매년 조금씩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새롭게 시도하려면 외형을 바꾸는 것이 가장 쉽게 떠오르니 제안을 많이 받거든요. 그럴 때마다 다른 건 다 바꿔도 되는데 판형만 바꾸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려요. 김보람 선생님과 비슷한 마음이라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국악누리
225×275mm | 격월간
국립국악원

1989년 계간 [국악소식]으로 시작해 발행 주기를 변화하며 이어오고 있다. 서울 및 지방 국립국악원 소식을 중심으로 전통 공연예술 장르 전반을 다루며 국악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오직 ‘잡지’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

연재인 콘텐츠 얘기도 해 보려고 합니다. 저희는 ‘서울’ ‘문화’ ‘재단’이니 내용 면에서 최대한 많은 장르를 다루려고 하는데요. 다른 기관은 장르 특성이 강하고, 주제 폭이 좁아 좀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역시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긴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콘텐츠를 구성하시나요?

김보람 저희는 국악 이외의 콘텐츠는 거의 싣지 않고요. 국악계 전반에 관한 연재 기사를 다루긴 하지만 국악원 소식이 중심이 되는 편입니다. 지방 국악원도 세 군데(민속· 남도·부산)나 되기 때문에 각 원의 대표 사업만 해도 다룰 소식이 꽤 됩니다.

정민화 [아카이브 프리즘]은 연간 4개 호가 발행되는데, 산발적으로 주제를 정하면 잡지의 연속성을 살리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초에 4개 주제, 좀 더 나아가서는 차년도 주제까지 생각해두는 편입니다. 특히 매년 마지막 호는 ‘필름 아카이브 투데이’ 특집으로 만들고 있어요. 저희처럼 전 세계 170여 개국에 있는 필름 아카이브를 다루는 기획이에요.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죠.

김보나 [미르]를 발행할 때도 그랬지만 저희는 국립극장이라는 존재를 알리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 보니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공연을 많이 소개하고 있어요. 20편 기사가 실린다고 하면 그중 5편 정도가 공연예술계 전반에 관한 칼럼이고, 나머지는 극장의 사업을 소개하죠.

연재인 콘텐츠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각자의 매체에서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혹은 가장 추천하는 콘텐츠를 알려주신다면요.

김보나 너무 어렵네요, 너무.

정민화 [아카이브 프리즘]은 매번 콘텐츠가 달라서 답변을 생략해도 되겠네요.(웃음)

노민언 저희는 공연 해설이나 인터뷰가 주를 이루고 나머지는 클래식 음악 관련 칼럼인데요. 그중에서도 ‘인뎁스 노트IN-DEPTH NOTE’를 알리고 싶네요. 그달의 주요 프로그램에 관한 깊이 보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9월호에는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에 나오는 물의 요정에 대한 칼럼이 실렸어요. 음악 외적으로 정보를 알아가기에 좋은 코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남몰래 듣는 클래식’을 가장 좋아해요. 비정기 연재 코너인데, 다양한 필자가 각자 클래식 음악을 향유하는 방법에 대한 에세이를 써주세요.

김보나 그럼 저는 저를 가장 괴롭게 하는 코너 ‘새로운 시선’을 소개할게요. 외국인의 시선에서 본 한국 문화를 다루는 코너예요. ‘전통의 현대화’가 극장의 모토이기도 해서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했는데 섭외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독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칼럼인 것 같아요. 책이나 웹페이지 가장 앞쪽에 등장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요. 웹진의 장점은 기사당 조회 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건데, 클릭 수가 1,000건 넘는 기사 중 다수가 칼럼이더라고요.

김보람 저도 하나만 꼽기가 어려운데, 일단 국악원 내부와 관계된 걸 제외한다면 송준호 필자가 연재하고 있는 ‘다시 만난 전통 춤’이요. 전통 춤 종목을 깊이 있게 소개한 콘텐츠가 많이 없더라고요. 아카이빙을 해 보고 싶은 마음에 3년째 연재하고 있고요. 올해 새로 기획한 꼭지는 ‘숨은그림찾기’예요. 2013년에 국악 소재의 동화를 연재했는데 아이들과 학부모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지면을 늘 고민하는데, 올해는 이 코너로 어린이 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원고를 받을 때 제일 재미있게 읽는 건 ‘토끼 굴에서 만나는 국악’이라고, 참신한 국악인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칼럼이에요.

노민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 굴인가요?

김보람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필자인 성혜인 음악평론가가 지어준 이름이거든요. 제가 국악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새로운 국악인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김보나 저도 그 코너 좋아해요. 소개하는 아티스트가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라 더 좋더라고요.

아카이브 프리즘
225×297mm | 계간
한국영상자료원

2008년부터 발행한 격월간 [영화천국]에 작별을 고하고, 2020년 소장 자료를 기반으로 하나의 주제를 다루는 계간지 [아카이브 프리즘]을 내고 있다. 현재 통권 13호(2023년 여름호)까지 독자와 만났다.

잡지 만드는 일의 기쁨

연재인 이번에는 독자 얘기를 해볼까요. 좀 전에 국립극장은 웹진 조회 수를 말씀하셨는데, 이외에 독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창구나 피드백이 들어오는 경로가 있나요?

김보람 저희는 독자 엽서도 받고 1년에 한 번 온라인으로 독자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있어요. 그때마다 아이디어도 얻지만 미궁에 빠지기도 하는 건, 일반 독자는 어떤 기사를 좋아할 것이라는 예상이 항상 벗어나기 때문이에요. 국악이 익숙하지 않은 소재다 보니 심도를 맞추는 게 항상 관건입니다.

노민언 아직도 엽서를 받으시는군요. 저희는 들어오는 게 없어서 없앴거든요.

김보람 한동안 뜸했는데 다시 독자 엽서가 늘어가는 추세예요. 요즘 손 글씨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정성껏 써주신 엽서를 보면 기분이 좋죠.

연재인 저희도 2022년 2월까지는 독자 엽서가 있었어요. 그때는 엽서가 많이 들어왔고, 정성 들여 써주신 걸 보며 확실히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요. 이 역시도 예산 문제로 사라지고, 지금은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독자 반응을 받고 있습니다. 종이 엽서와 비교했을 땐 반응률이 현저히 낮은 것 같아요. 종이 엽서를 부치는 것에 비하면 QR 설문은 접근이 쉬운데도 그렇네요.

김보나 [미르]는 폐간한 지 2년 넘었는데, 아직도 그때 엽서를 보내주는 분들이 계세요. ‘책을 기다렸는데 안 온다’, ‘돈을 낼 테니 책을 보내 달라’ 그런 내용들이죠. 독자 엽서를 보내는 분들과 QR코드가 익숙한 연령대가 다르잖아요. 거기서 오는 간극이 있는 것 같아요. 온라인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아직 아날로그 감성이 중요할 텐데 그런 걸 너무 배제하는 것은 아닌가,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민화 저희는 연초에 정기 구독 신청과 함께 설문조사를 하고 있어요. 별개로 특정 주제에 대한 반응이 좋다는 걸 느끼는 때는 발간 직후예요. ‘90년대 영화 전단’ 특집이 (반응이) 확 터진 사례거든요. 독자들은 포스터나 의상처럼 비주얼이 예쁜 걸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의외라고 생각한 때는, 작년에 ‘VHS’ 특집을 냈을 때인데요. 저는 비디오 세대이기도 하고 레트로가 유행이었으니 굉장히 인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주제 자체보다는, 그걸 표현한 표지 디자인이 지금 세대가 받아들이는 레트로한 이미지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보단 제 세대가 좋아하는 느낌이었던 거죠. 그런 식으로 체감하는 부분이 있어서 디자인 방향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연재인 인기의 높고 낮음은 어떻게 가늠하나요?

정민화 한국영상자료원 누리집에 PDF 전문을 올리니 다운로드 수를 보기도 하고요. 한 호가 발간되면 인스타그램에 소식을 올리는데, 그 순간에 폭발적인 반응이 있어요. 온도 차가 극명해요.(웃음) ‘필름 아카이브 투데이’ 같은 경우는 사실 품이 되게 많이 들거든요. 해외 취재도 가야 되고 제안 레터도 많이 써야 하고…. 근데 의외로 일반 독자의 반응은 별로인 편이에요.

노민언 저희는 네이버 포스트도 같이 운영하고 있어서 조회 수를 많이 참고합니다. 아무래도 젊은 남자 피아니스트들이 인기가 많으니 그런 분들의 인터뷰가 확실히 조회 수가 높아요. ‘베토벤의 재산은 얼마인가’ 이런 기사도 낸 적이 있는데, 거기에도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 국공립 기관에서 왜 이런 쓸데없는 걸 쓰냐는 의견도 있고, 재밌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그 외에 저희도 공연장과 온라인에서 비정기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어요. 콘텐츠의 심도에 관한 질문이나 보고 싶은 주제에 대한 의견을 받습니다.

정민화 그래서 베토벤은 재산이 많았나요?(웃음)

노민언 기억이 잘 안 나네요.(웃음) 베토벤은 모차르트나 하이든처럼 궁정이나 악단에 소속된 게 아니라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굉장히 곤궁했고, 조카와 소송도 있어서 그렇게 부자는 아니었을 거라는 열린 결말이었던 것 같아요.

연재인 잡지를 만들면서 가장 좋은 순간이나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요?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워낙 좋아해서 예술가들을 만날 때 제일 재밌더라고요. 인터뷰 따라다니면서 얘기 듣는 걸 잡지 담당자의 특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민언 인터뷰라고 하니 생각났는데, 지난 음악감독님이 핀란드분이셔서 핀란드 대사님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사무실에 찾아뵀는데 매너도 좋으시고 경직된 우리나라 사무실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핀란드 초콜릿도 내주시고, 무민과 사진도 찍으시고….(웃음) 환대받은 기억이 있어서 저도 (인터뷰가 담당자의) 특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설문조사에 아주 짧은 글이라도 주관식으로 답변해주시면 그 마음이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재밌게 읽고 있다고 한마디 인사를 건네주신다거나… 그런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정민화 작년에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해 윤여정 특집호를 낸 적이 있어요. 다행히 배우님이 초상권을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잘 만들고, 댁으로 보내드렸죠.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배우님이 직접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감사 인사 하시겠다고요. 다른 사람들이랑 나눠 가지라고 [아카이브 프리즘] 사인본 열 부를 보내주셨어요.

노민언 어머나, 세상에.

정민화 저는 잡지 발간과 다른 업무를 같이 하다 보니 벅찬 경우가 많은데,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이렇게 좋은 말씀을 해주시니 보람이 느껴지더라고요.

김보람 몇 년 전에 처음 자산취득비를 들여 [국악누리] 보관용 책장을 마련했어요. ‘국악누리’라는 제호로 발간한 지 20년 가까이 되니까 과월호가 꽤 되는데 그간 지하 창고에 쌓아두었거든요. 책을 차곡차곡 넣고 보니 꽤 뿌듯하더라고요. 그리고 독자 엽서 등으로 독자들의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받을 때 종종 울컥합니다. 좀 더 잘 해야지 다짐도 하고요.

김보나 월간지를 통해 공연에 관한 이슈를 가장 먼저 내보내다 보니 홍보를 선도하는 역할을 종종 하게 돼요. 공연이나 홍보 프로세스의 선두에 있다는 현실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월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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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1977년 창간해 제호를 바꾸며 43년간 발행하던 종이 잡지를 2021년 온라인 간행물로 전환했다. 포스트 코로나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로서 국립극장의 사업 전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다.

“굳세어라, 기관지”

연재인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생각하는 잡지의 비전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대담 초반에 예산 삭감과 발행 부수 감소에 관해 얘기했는데, 잡지라는 매체는 제가 기억하는 한 꾸준히 사양 산업이었거든요. 그런데 어찌 되든 여기 계신 분들은 꾸준히 잡지를 만들고 있고요. 또 예전에는 종이 잡지가 뒤처지는 매체로 보였는데, 최근 레트로·아날로그 감성이 부상하면서 잡지의 물성을 쫓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했고요. 여러 변화 속에서 앞으로의 비전, 혹은 맡고 계신 기관지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나 출판업계가 사양 산업이다, 불황이다, 이런 얘기는 태초부터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렇지만 세종문화회관도 종이 잡지를 복간했고, 국립현대미술관도 최근 새 기관지를 창간했죠. 물성을 지닌 종이 잡지를 유지하는 건 국공립 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한편으로는 공공성의 명목으로 공공기관이 갖춰야 하는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없애야 하는 강력한 의지가 있지 않은 한 잡지는 계속 나올 것 같아요. 다만 어떤 형태로 변형되는지는 두고 봐야겠죠.

김보람 국악의 경우는 장르 특성을 살린 민간 잡지가 거의 없어요. 현재 저희 소식지 외에는 국악을 다루는 잡지가 없기 때문에 [국악누리]가 계속되는 게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잡지이면서 기관의 홍보물이기도 하잖아요. 요즘은 어느 단체든 소셜미디어 채널과 뉴스레터를 운영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잡지가 희소성이 있는 홍보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누군가 굳은 의지로 없애라고 하지 않는 이상 계속 발행될 것 같다는 말씀에 동의해요.

정민화 지금 이 대담 자리에서만 봐도 서울시향에서 내는 [SPO]를 제외하고는 전부 무가지인데요. 잡지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무가지일수록 생명력이 짧을 수 있다는 겁니다. 상업 잡지는 빠르게 변화해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데, 무가지는 정체될 수밖에 없거든요. 저희는 민간 출판사와 협업하는 것 외에도 이슈마다 해당 주제를 잘 아는 주 편집자를 따로 두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민간과 협업하면서 정체되지 않는 잡지를 만들어나가려고 노력해요. 공공과 민간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민언 뻔한 얘기이긴 하지만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당장 손에 잡아둘 수 있는 건 그나마 잡지라고 생각해요. 디지털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르죠. 저만 해도 실제로 책을 들고 읽을 때 훨씬 더 글에 집중하게 되고, 그 시간을 내가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종이 잡지의 디지털 전환이나 예산 삭감에 대한 문제는 늘 있지만 종이 잡지라는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 각 기관에서 더 많은 공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연재인 저는 이번 대담을 준비하며 비관적인 얘기가 많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요. 각자 잡지에 대한 애정으로 눈을 빛내며 설명해주시는 걸 보니 새로운 자극이 됩니다. 오늘 여러 의견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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