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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0월호

108

2016 - 2023
여전히 다정한
시인 이우성

외부 활동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 활동은 궁극적으로 시를 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인가. 게다가 2023년 현재, 회사의 대표 아닌가.

2016 시를 쓰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만 살진 않는다. 나는 자본주의 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욕망을 놓치고 싶지 않다. 외제 차 타고 싶고, 명품도 비싼 옷도 좋아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커리어를 쌓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입이 큰 이유인 게 사실이다. 방송도 마찬가지고, 이를 계기로 또 다른 일도 할 수 있지 않나. 나에겐 그것이 사소하지 않다. 이렇게 내가 속된 사람처럼 얘기하는 건 그게 이 시대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소비, 욕망, 자본주의 같은 것들 말이다. 내가 그 욕망의 일선에 있는 사람이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품 옷을 사는 건 시와 아무 상관이 없지만 또 아무런 상관이 없진 않다.

2023 회사 일이 많아서 시 쓰는 데 집중할 시간이 적다는 정도? 다만 이런 변화는 느낀다. 시적 언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 상업적 언어가 아니라 일상의 언어에서도 더 나아간, 감각의 언어들. 그걸 시적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상업 콘텐츠를 더 빛나게 한다. 대중문화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본다.

외부에서 보는 이우성은 ‘트렌디한 글을 쓰고 감각적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문학의 좌표에서 이우성은 어느 쯤에 있는 시인인 것 같나. 그리고 현재의 좌표를 문학이 아닌 문화 전반에서 짚어본다면.

2016 내가 2009년에 등단했는데 2010년 즈음 등단한 시인의 과제란 게 있다. 그 이전의 소위 ‘미래파’라고 하는, 예를 들어 김경주·김행숙·황병승 등 시인 이후 세대이기 때문에 그들과 다른 지점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이 없지 않은 거다. 누군가의 ‘아류’라고 불리지 않는 게 그 과제랄까. 그 포지션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데, 우리 세대가 그 일을 잘 해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아직 진행형이기도 하고.

2023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말하는 내가 멋있진 않은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무엇인가 만들고 있다.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고, 내가 이끄는 미남컴퍼니도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의미 있는 작업,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다른, 반복이나 습관에 휩쓸리지 않는 어떤 것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일단은 더 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겨레신문 금요판 커버스토리를 한 달에 한 번씩 맡아서 쓰고 있다. 우리 시대의 유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는데, 명명하거나 정의하는 작업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신문기자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화+서울]과 인터뷰한 2016년엔 내가 필자로서 영향력이 지금보다 강했다면, 지금은 영향력이 좀 줄었다고 생각한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라 부르는 젊은 친구들이 부각되었기 때문인데, 나도 그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시인이자 잡지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대중에게 시는 어떤 존재가 되면 좋겠나.

2016 나는 그런 면에서 고지식한 부분이 있는데, 문학은 숭고하고, 독자에게 영감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문학이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안 팔리더라도 문학이 존재한 이유는 한두 사람일지언정 독자에게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고, 시는 더더욱 그렇다고 본다. 시가 소비재의 측면을 가질 수 있지만 결국 모국어로 할 수 있는 가장 진지하고 숭고한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인류가 발전하는 계기를 몇몇 예술 장르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기에, 문학이 가벼운 소비재가 되는 건 종말에 가까운 일로도 본다. 물론 소비재가 아니라고 해서 또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 않나. 그걸 재미있게 쓸 이유가 시인에게 있다.

2023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무엇이 무엇을 해야 한다는 믿음이 사라졌거나 줄었다고 본다.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 순 있겠지,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슬픔은 주지 말자, 시를 쓸 때 나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다음 시집은 언제쯤 낼지 궁금하다. 더불어 지금 하는 여러 일의 궁극적인 목적이 문학인지, 혹은 문학을 통한 또 다른 목적이 있는지도.

2016 시집 계획은 아직 없다. 문화예술계에 빛나는 사람이 수없이 나오고 있는데 자꾸 거론되는 검열 논란도 그렇고, 시대는 자꾸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찌 됐든 내게 재주가 있어서 시를 쓰고 다른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이게 어떤 식으로든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을 외롭지 않게 하는 일, 소외되는 사람에게 단 한 줄이라도 위로가 되는 문장이었으면 한다. 시든 산문이든 이 ‘헬조선’에서 그나마 좀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었으면, 거기에 내가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3 내가 세상을, 그리고 사람들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보여주고 싶다. 다정한 언어로 행복한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2016년 2월호(vol.108)
작가에게 선물이 되는 책, 대중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이아림 | 사진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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