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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8월호

극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

공연기획팀 최영한

당신을 소개해주세요.

어린 시절부터 극장에서 공연을 만드는 사람을 꿈꿔온 최영한입니다. 아름다운 공연과 축제가 도시와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벅찬 감정을 안고 성장한지라 저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학부에서는 문화관광, 대학원에서는 극장경영을 공부했습니다. 궁금한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라,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1년간 예술의전당에서 하우스어텐던트로 일했습니다. 실제로 극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고 싶었고, 관객과 만나는 최전선에서 극장 운영의 면면을 배우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로도 대학 생활 내내 문화예술 현장을 이곳저곳 쏘다녔고요. 그 과정에서 서울문화재단과 종종 마주쳤는데, 강렬한 첫 만남의 기억은 2008년 하이서울페스티벌이에요. 저는 제 고향 서울을 무척 사랑하는데요. 그해 하이서울페스티벌 봄축제 프로그램으로 경희궁에서 열린 서울시향 음악회를 즐기면서 이 도시와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게 됐어요. 좋은 기억 덕분에 다음 해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서 자원활동도 하게 되고, 점차 서울문화재단에 관심을 두게 된 것 같아요. 2020년 3월 입사해, 대학로극장 쿼드 개관과 함께 2022년 7월부터 공연기획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극장과 함께하는 시작이라 감회가 남달랐을 듯한데요.

새로 문을 여는 극장에서, 극장이 성장해가는 모든 순간을 처음부터 함께할 수 있는 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이런 말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왜 안 되지?”, “그럼 이렇게 해 볼까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서 극장과 함께하는 내공이 되리라 믿습니다. 또 공연기획팀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무대기술팀 감독님들께서 공연이 잘되도록 좀 더 나은 방향을 찾아주고 계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기획 프로그램으로 ‘쿼드 초이스’를 새롭게 발표하면서 예술성과 인지도 모두를 갖춘 예술가를 초청해 대학로를 찾는 시민에게 우수한 작품을 선보이고자 했는데요. 동시대적 화두,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공감하며 모이는 극장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개관 2년 차를 맞은 지금은 더 많은 관객에게 우리 극장을 어떻게 각인시키면 좋을지 다각도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극장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하고 있으니 계속 지켜봐주세요.

쿼드에 대해 자랑 한마디만 더 한다면.

대학로극장 쿼드를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중심 대학로에 위치한 블랙박스 극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술가의 상상을 얼마든 실현할 무한한 가능성과 실험의 공간이죠. 쿼드를 탐구하고 다채롭게 실험할 수 있는 예술가, 작품과 함께하고자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극장에서 예술 실험을 통해 좋은 작품을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 작품들이 관객에게 가닿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대학로극장 쿼드는 블랙박스의 매력을 관객의 일상 가까운 곳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입지를 가진 것 같아요. 또,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을 리모델링한 극장인 만큼 유산으로서의 가치도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최신 기술을 집약한 공간이지만 여전히 극장으로 걸어 내려가는 계단의 손잡이에서 지난 세월을 느낄 수 있어요. 오래됐으면서도 새것인 극장이라는 점이 또 하나의 특장점 아닐까 싶네요.

공연기획팀 이전에는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서 근무하셨다고요.

입사 후 처음 근무한 부서가 잠실창작스튜디오 (현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였어요. 시각예술 분야 장애예술가들의 레지던시이자 장애예술의 역사가 축적된 중심과 같은 곳이죠. 특히 제가 근무하던 무렵 장애예술과 관련한 재단의 사업 범위가 확장되고 있어서 과감히 도전하고 시도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장애예술가들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 지원과 사업 운영 방법을 실행해볼 수 있었고, 선배들과 공부하면서 장애예술이 무엇이며 우리는 어떤 태도로 장애예술가를 지원할 것인지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몸으로 체득한 것들이 있고, 지금 이곳에서 장애를 가진 창작자나 관객과 마주할 때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쿼드는 모두에게 안전한 창작·관람 환경을 조성하고자 많은 준비를 한 극장이에요. 리모델링 단계부터 배리어프리를 고려했고, 개관 전후로 관련 전문가, 장애 당사자들과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하우스 안내원들과 접근성 확대 워크숍을 열기도 했지요. 다양한 분들이 일상 공간으로서 극장을 편히 찾을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어떤 공연을 준비하고 있나요.

9월 22일부터 30일까지 신유청 연출의 <더 웨일>이 무대에 오릅니다. 영화로 잘 알려진 <더 웨일>의 원작이 연극이라는 것, 알고 계신가요? 연출가의 시선이 더해진 한국 초연작 <더 웨일>, 그리고 백석광 배우가 연기하는 주인공 찰리의 특수분장을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추석 연휴를 서울에서 보낸다면 더더욱 예매를 서둘러주세요! 10월에는 한국 연극계의 거장 김우옥 연출의 <겹괴기담>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다섯 겹으로 나눠진 무대에 두 개의 괴기담이 교차되며 전개되는 구조주의 연극입니다. 연출가가 대학로극장 쿼드를 보면서 이 극장에서 꼭 다시 올려야겠다고 떠올린 연출가의 40년 전 작품이랍니다. 극장과 작품의 궁합을 기대해주셔도 좋아요. 이외에도 쿼드에서는 쉼 없이 다양한 공연이 올라가니, 궁금한 분은 누리집에서 확인하세요.

최근 가장 뿌듯했던 경험을 꼽자면.

서도와 은미 <만병통치 樂> 공연이 추가 오픈한 좌석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해 시야방해석도 오픈했는데요. 그 많은 관객이 무더위를 모두 날릴 듯이 공연을 즐기고 신나게 귀가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보람 넘치던지요. 그런 면에서 요즘 제 직업 만족도는 최상입니다!

나의 일상에 영감을 주는 것들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극장과 공연이 정말 좋아요. 텅 빈 무대의 냄새, 감독님들의 무전 소리, 리허설하는 예술가의 뒷모습, 하우스 오픈 전 고요한 객석의 풍경, 한껏 기대하는 관객들의 웅성거림, 안내 멘트가 끝나고 암전이 되는 순간의 긴장감… 이 모든 순간이 언제나 제게 영감을 주고 있어요. 또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해요. 공연을 올린 7월 어느 날,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과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극장에서 일하는 게 너무 신나고, 공연도 잘 마무리돼 오래 기억에 남을 근사한 여름밤이라고요. 공연을 준비하다보면 시시각각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그럴 때마다 제가 그토록 바랐던 ‘극장에서의 나’를 떠올리며 매 순간 감사와 행복을 느끼려고 합니다.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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