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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창작의 주제이자 주체로서

지속 가능성을 위한 ESG 경영

‘문화예술계는 왜 ESG 경영을 해야 하는가?’
투자 관점이 부각되는 ESG 경영을 문화예술 주제와 주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지난 5월 개막한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전시 《2086 : 우리는 어떻게?》에 설치된 아워레이보 <2086: Together How?>는 TV 퀴즈쇼 형식을 차용해 개개인의 생활 속 결정이 기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대미술의 보고’라 불리는 제18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Mostra Internazionale di Architettura이 지난 5월 개막했다. 올해 주제는 ‘미래의 실험실The Laboratory of Future’로, 환경 위기, 기후 재난을 맞이한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2022년 9월 개최된 카셀 도쿠멘타documenta 15의 주제도 ‘지속 가능성’. 그간 국제 행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제3국 기반의 창작 그룹이 다수 초청됐으며, 개최 이래 최초로 아시아 출신의 작가 그룹 루앙루파ruangrupa를 전시 감독으로 선정했다. 지속 가능성은 문화예술의 창작에서 이미 주요한 주제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창작 경향을 반영하듯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는 4대 투자 원칙의 하나로 ‘환경 책임성Environmental Responsibility’을 포함했고, 독일 연방문화미디어청Bundesregierung fur Kultur und Medien은 2022년 예산안에 ‘문화와 기후Kultur und Klima’를 신설해 지속 가능 전환을 지원하는 등 주요 기관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주요 어젠다로 인식하고 문화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국내 문화예술계 또한 지속 가능성을 미래 트렌드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차민경, 2022-2024년 10대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 2021)에 따르면, 환경 문제는 문화예술 창작의 주요 주제로 등극할 것(73.1%)이며,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전 분야·부처에 걸쳐 중요한 이슈로 등극할 것(76.9%)으로 전망했다.
문화예술계는 ESG 경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러나 지속 가능성이 문화예술계에서는 친숙한 개념일지 몰라도, ESG 경영은 다르게 인식되는 것 같다. 민간에서 촉발해 투자 관점이 부각되는 ESG 경영은 마치 새롭게 등장한 경영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사실 이전에 없던 맥락은 아니다. ESG 이전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유가치창출CSV,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등 개념과 관점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며, 차이를 구분한다면 ESG 경영에 ‘의무로서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됐다는 데 있다. ESG 경영의 주요 활동 중 하나가 ESG 리스크 관리인 것도 그 때문이다. ESG 리스크 관리는 기업의 경영활동 중 E/S/G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행위인데, 기업이 사회적으로 이행해야 할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리스크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이는 문화예술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으로 생각한다. 즉 문화예술계의 ESG 경영은 민간의 투자 관점을 떠나, 문화예술 창작의 주제로서 ESG가 다뤄질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주체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 이행이 강조되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문화예술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수행한 조사(신상욱,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인식과 미래수요 조사 연구, 2021)에 따르면, 예술가들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예술정책 참여 의향은 72%에 달하며, 참여 이유로 기후 위기에 대한 윤리적·도덕적 책임(64.7%)을 가장 많이 답변했다. 안전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연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모임인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KTS과, 건강한 예술 생태계를 지향하는 무용인 연대인 ‘무용인희망연대 오롯’도 그 예로 볼 수 있다.
문화예술기관의 ESG 경영을 고민하며
문화예술계 주체로서 문화예술기관도 사회적 책임과 의무 이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필자는 문화예술기관 종사자로서 ‘문화예술기관이 왜 ESG 경영을 해야 하는가?’, ‘비상업적 영역에 있는 문화예술기관이 ESG 경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와 같은 물음에 끊임없이 부딪혔다. 이러한 고민은 문화예술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ESG 담당 실무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일 테다. 필자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2022년 하반기에 문화예술기관 ESG 워킹그룹을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예술기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ESG 과제를 발굴하고, 문화예술기관으로서 지향할 ESG 경영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데 목적이 있다. 16개 지역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실무자가 모여 5개월 동안 ESG 개념에 대해 학습했으며, 각 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 과제를 도출해 문화예술기관 ESG 경영의 맥락을 찾아봤다. 실천 과제로 도출된 것들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ESG 관점에서의 기관 운영이다. 이해관계자에게 요구하기 전에, 문화예술기관에서 먼저 사회적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시설(공연장·미술관 등)을 보유한 기관은 탄소 배출 저감에 있어 적극적 역할 수행이 요구되고 있다. 두 번째는 문화예술계의 ESG 실천 도모다. 문화예술계 주체들은 ESG를 이미 창작의 주제로 활용하거나 사회 변화를 주도해나가는 직접적인 생산자의 위치에 있다. 그래서 창작 과정에서의 ESG 실천 도모는 규제보다는 협력·지원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 또한 예술을 커뮤니케이션과 인식 개선의 수단으로 보고 그 역할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관점도 언급됐다. 세 번째는 문화예술 외 이종 분야와의 협력 관계 구축이다. 기후 환경 부문의 민간 단체를 비롯해 ESG 부문에 있어 전문성을 가진 외부 기관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한편, 지역사회 등 가치사슬value chain 내 이해관계자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ESG 경영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존립 목적 자체가 ESG 경영과 밀접하다. 그래서 문화예술기관의 ESG 경영은 문화예술이라는 특수한 영역의 특징을 반영한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것은 곧 문화예술계의 ESG 경영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과 맞닿아 있으며, 그 답을 찾아가다 보면 문화예술에서 ESG 경영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양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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