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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6월호

한 편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 레퍼토리

장르 선입견을 뛰어넘어 고유한 레퍼토리를 만들고, 독립된 예술 장르로 굳건하게 서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온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제작한 작품 6편과 2023년 신작을 소개한다.

<신포니아>
연출
김설진
안무
김설진, 갬블러크루
출연
박지훈, 신규상, 홍성식, 장수용, 김기수, 최동욱, 임석용, 박인수(갬블러크루)
초연
2015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 하이서울페스티벌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이 처음 창작을 시도한 작품으로, 갬블러크루와 안무가 김설진이 함께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클래식 음악인 비발디 ‘사계’를 비보이 무대로 시각화했으며, 서로 다른 댄스 스타일이 어울리기보다는 댄서들의 움직임 그대로를 드러내고자 한 점이 독특하다. 클래식 음악과 스트리트 댄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로부터 새로운 시각과 발상을 탐구하고자 했다.

<들리는 몸>
협력연출
류장현
출연
김덕현, 신종훈, 신광현, 손문, 임준배, 연철민, 박원빈, 신윤호, 염정철, 한상호, 임한진, 장성우, 강유성(드리프터즈크루)
연주
송재영, 최규철
초연
2017년 10월 5일과 6일 | 서울거리예술축제

우리의 몸은 리듬을 갖고 살아간다. 심장 박동에서 시작된 태초의 리듬은 인간을 숨 쉬고 춤추게 한다. 가장 원초적인 소리이자 리듬의 변주가 가능한 드럼을 활용해 음악을 만들고, 때때로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리와 소음을 공연의 리듬으로 들려줬다. 비보이가 가진 역동성이 음악과 어우러져 다이내믹한 작품을 완성했다.

<필드 홀러>
협력연출
류장현
출연
박지훈, 신규상, 장수용, 홍성식, 성승용, 손석경, 박인수(갬블러크루)
초연
2018년 10월 5일과 6일 | 서울거리예술축제

흑인 노예의 외침을 의미하는 ‘필드 홀러(Field Holler)’를 작품 제목으로 내세워 ‘들판에서의 절규’를 보여주고자 했다. 재즈·블루스·가스펠의 뿌리이기도 한 노예들의 소리를 통해, 현대판 식민지의 치부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현대인 모두에게 있다고 봤다. 배틀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한 비보잉 문화는 마치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현장을 연상하게 한다. 이들의 ‘필드 홀러’, 즉 젊은이들의 피땀 어린 파열음이 광장의 소리처럼 저 멀리 퍼져나간다.

<지금이면: 裏面>
기획
이준학
운영
김지환, 오영호
연출·재구성
박지훈, 장수용, 홍성식
공동 창작·출연
박지훈, 장수용, 홍성식, 박인수, 김응혁, 윤준호, 최찬배, 김예리, 이규진(갬블러크루)
초연
2019년 10월 3일과 4일 | 서울거리예술축제

앞선 갬블러크루의 두 작품처럼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한 것이 아니라 단독 제작으로 선보였다. 오랜 시간 비보이와 비걸로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를 작품에 여과 없이 표현한 것. 이를 통해 갬블러크루를 이루는 개개인 댄서의 고유한 색깔을 충분히 드러내고자 했다.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과 달리 비보잉 활동을 하면서 겪는 현실 속 어려움을 무대 위에 투영하면서, 다양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었다.

<마당>
안무·작곡
김재덕
출연
박재형, 유권욱, 박문성, 김수강, 전성현, 이성준, 황인경, 최창협, 안재원, 김형우(엠비크루)
초연
2020년 10월 28일 | 백암아트홀

안무와 작곡을 아우르는 전방위 예술가 김재덕과 엠비크루가 협업해 완성한 새로운 형식의 춤 공연. 비보이의 춤과 움직임을 다양한 관점으로 보여주며 음악적 조화를 꾀한 작품으로, 세상을 ‘마당’에 비유하고 그 안에 놓인 사람과 관계, 감정에 관해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정확한 박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비보잉 테크닉이 음악과 만나 몸의 이야기가 되며, 안무가 김재덕 특유의 샤머니즘 요소와 극적 구성을 작품에 반영했다.

<마당-인터렉션>
안무
김재덕
출연
박재형, 유권욱, 박문성, 이성준, 전성현, 황인경(엠비크루)
초연
2021년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 백지장 서대문 대동인쇄

김재덕과 엠비크루가 협업해 2020년 초연한 작품 〈마당〉을 재구성해 〈마당-인터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발표했다. 초연이 이뤄진 공간은 오래된 폐공장으로, 댄서들은 춤을 추기 쉽지 않은 바닥과 공간 안에서 남은 오브제와 벽을 활용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컨템퍼러리 브레이킹(contemporary breaking)’을 표방하며, 공간이 자아내는 힘과 댄서의 움직임, 날것의 소리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호소한다.

<얼쑤, 얼쓰>
안무
지경민, 임진호
음악
퀵스타
출연
박지훈, 홍성식, 김응혁, 최찬배, 성승용(갬블러크루)
임성은, 이경구, 이연주, 박소진, 김민주(고블린파티)
초연
2023년 6월 30일과 7월 1일 | 대학로극장 쿼드

주제를 탐구하는 진지함과 재치 넘치는 유머 감각으로 주목받는 고블린파티와 갬블러크루가 공동 창작한 작품. 세계 각국의 춤에서 영감을 찾아 무대 위에 펼쳐보고자 했다. 오히려 브레이킹 기술을 드러내지 않을 때 그 아름다움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여기고, 테크닉보다는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퍼포먼스 사이사이 렉처 형식을 배치해 새롭게 다가가고자 했다.

고블린파티와 갬블러크루에게 듣는 신작 <얼쑤, 얼쓰>
갬블러크루는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으로 여러 해 많은 창작자와 협업을 이뤄왔는데요. 고블린파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갬블러크루 일전에 김설진·류장현 안무가와 함께했고 이번에 세 번째예요. 현대무용 장르 안에서도 안무가마다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움직임을 추구한다는 걸 느꼈어요. 고블린파티와의 협업은 또 다른 움직임을 알게 되는 즐거운 경험이었죠. 게다가 팀의 분위기가 언제나 밝고 쾌활해서, 상대적으로 갬블러크루의 어두운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느낌이랄까요.(웃음) 각자가 살아온 방식과 생각이 다르기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작업에서 충돌하는 일을 자주 봐왔는데, 놀랍게도 이번 협업에는 그런 일이 없었고요. 오히려 작업이 힘들수록 고블린파티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배려가 크게 발휘돼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여러 장르의 단체와 다채롭게 협업하는 고블린파티에게도 비보이 크루와의 협업은 처음이었어요. 갬블러크루를 만난 소감은 어떤가요?

고블린파티 며칠 전 갬블러크루에서 티셔츠를 선물로 주셨어요. 무심코 거울을 봤는데 ‘갬블러크루’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내 모습에 요즘 말로 ‘가슴이 웅장’해지더라고요. 저(지경민) 역시 비보잉으로 처음 춤을 시작했거든요. 갬블러크루의 명성은 그때부터 자자했죠. 어린 시절 동경하던 단체의 작품 안무를 맡고 있다고 생각하니 벅차오르더라고요. 이번 작업을 위해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서 브레이킹 기술을 탐구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부분도 있던지라 작업은 비교적 수월했어요. 무엇보다 재밌었죠. 현대무용 장르에서의 안무 구성법에 브레이킹 기술을 대입해보고, 댄서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머리를 맞대면서 말 그대로 ‘함께 만드는 작품’이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춤’이라는 공통점과 ‘스타일’이라는 차이점을 가진 예술가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발휘했나요?

갬블러크루 춤에 관한 생각과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넓어졌어요. 그동안 추던 춤이 달리 보이고, 다르게 느껴지고, 아이디어도 많아지는 경험이었죠. 댄서가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을 되돌아보는 경험이 되기도 하고요. 국내에 브레이킹이 자리잡은 역사가 매우 짧아요. 정형화된 교육보다는 커뮤니티 중심의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마구 받아들이며 성장해왔죠. 그래서 특유의 자유로움이 있고, 개개인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단체 작업에서 고유한 개성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단점도 있어요. 단체 퍼포먼스는 솔로 춤에 비해 많은 발전을 이루지 못했고요. 그런 점에서 특히 현대무용가들과의 작업은 움직임을 확장하고 다양한 전달 방식을 익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팀을 끌어가는 데 많은 원동력을 얻기도 했고요.

고블린파티 현대무용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근래에 제가 생각하는 현대무용이란 ‘기술이 없는 것이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장난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요. 발레나 한국무용, 그리고 비보잉에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과 테크닉이 존재하죠. 그런데 현대무용은 그렇지 않아요. 현대무용이 어떤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비로소 다른 무언가와 합쳐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협업을 항상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댄서에게 이번 신작은 어떤 작품인가요?

갬블러크루 갬블러크루와 고블린파티가 오랜 시간 각자의 춤을 통해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를 ‘세계 춤 여행’이라는 주제로, 춤으로 표현하고 들려주는 무대입니다. 저희는 춤을 매개로 세계를 여행하고 경험하는 사람들이니 무척 흥미로운 주제죠. 주제가 가벼워서 오히려 신선하다는 느낌도 들어요.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바를 산뜻하고 단순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간 갬블러크루 멤버로만 공연을 구성했는데, 이번에는 고블린파티 무용수 다섯 명과 함께 무대에 섭니다. 극장 공연을 목표로 하는 첫 작품이기도 하고, 무용수 다섯(여성)과 비보이 다섯(남성)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저희 역시 궁금하고 설렙니다.

안무가에게 <얼쑤, 얼쓰>는 어떤 작품인가요?

고블린파티 일단은 비보이 크루의 작품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은 마음에 고블린파티 무용수들과의 협업을 제안했어요. 각자의 강점이 있고, 무엇보다 저는 브레이킹 기술을 가장 멋지게 보여주고 싶거든요. 화려한 것보다 오히려 최대한 절제할 때, 기술이 더욱 돋보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무용수들이 마치 페이스메이커처럼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옆에서 작품을 끌고 가는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가장 큰 아이디어는 갬블러크루 박지훈 대표님께 영향을 받았어요. 춤추는 것만 아니라 배우로도 활동하는 멋진 분이죠. 아무래도 브레이킹 기술이 많은 체력을 요구하니 체력 안배가 필요했고, 그렇다면 공연 중간중간 이야기를 건네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많은 공연에서 사용되지만 고블린파티는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렉처 퍼포먼스 형식을 도입하게 됐어요. 그리고 주제를 좁혀가다 보니 고블린파티와 갬블러크루에게 ‘해외 투어’라는 공통 분모가 있더라고요. 특히 갬블러크루는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으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로 지구 곳곳을 돌아다닌 경험이 있고요. 그래서 <얼쑤, 얼쓰>는 우리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가장 최적의 방식으로 공유하고자 탄생한 작품입니다.

춤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와 우리 고유의 멋과 흥을 보여줄 텐데요. 각각의 장면은 어떻게 완성했나요?

갬블러크루 세계 각지의 다양한 춤을 다룬다는 점에서 처음엔 부담을 느끼기도 했어요. 우리는 춤꾼이지만 모든 장르의 춤을 섭렵한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그러한 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해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자유와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블린파티 이런 주제에서 가장 흔히 다루는 곳이 유럽권인데, 그런 선입견에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상 국가를 다양하게 선정하려고 노력했죠. 페루의 남녀가 커플을 이뤄 추는 ‘마리네라’라는 춤,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뉴질랜드의 ‘하카’, 힙한 신에서도 많이 차용되는 이집트의 손가락 춤 ‘터팅’,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길놀이를 선택했어요. 브레이킹은 스트리트 문화이고, 우리 전통의 길놀이 문화가 그와 연결된다고 봤죠. 장면 사이에는 미국의 배틀 문화에 대한 이야기, ‘배틀 오브 더 이어’에 참가했던 경험 등을 들려주려고 해요. 또 가장 첫 장면에는 고블린파티만, 마지막에는 갬블러크루만 출연하도록 구성했어요. 함께 춤추지만, 현대무용의 움직임을, 또 비보잉의 브레이킹 기술을 한 번은 찐득하게 감상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열린 관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아닌 실내 공연장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고블린파티 비보이의 춤이 훌륭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극장 어디에도 비보이 공연이 레퍼토리로 정착한 사례가 없더라고요. 안타까웠어요. 사실 야외 공연을 의뢰받았는데, 그 공간에서 만들 수 있는 작품은 뻔할 것으로 생각했죠. 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1차로 실내 공연장, 2차로 현대무용수가 함께하는 구성을 제안했고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주신 만큼 더 밀도 있고 섬세한 움직임으로 관객과 만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고블린파티 어릴적 비보이를 향한 제 로망은 놀이공원에서 본 공연에서 시작됐습니다. 지금도 생생한 그때의 감동을 관객분들도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브레이킹의 아름다움을 꼭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갬블러크루 댄서의 삶은 대체로 일반 시민보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좋아하는 것을 맘껏 느끼면서 멋진 사람들과 만나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희는 감사하게도 ‘춤’이라는 티켓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공연하고, 그곳의 문화를 경험하는 댄서들이죠. 언어는 다르지만 춤으로 모두와 소통 가능한 아름다운 순간을 이번 작품을 통해 공유하려고 합니다. 6월 30일과 7월 1일, 관객 여러분도 비보이의 세계로 여행 오시는 건 어떨까요?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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