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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5월호

예술 씨앗을 뿌리고 함께 물 주고 있습니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를 찾은 세 모녀 이야기

가장 예술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미래 사회를 고민하는 ‘예술놀이LAB’.
이곳에 심어진 두 개의 씨앗이 물줄기를 맞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웃는 모습도, 성격도 묘하게 빼닮아 바라보고 있으면 웃음 짓게 만드는 세 모녀를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만났다. 개관부터 쭉 그 변화와 함께 자라온 서울지향초등학교 3학년 김서진, 5학년 김서아, 그리고 자매의 어머니 임지현 씨. 예술과 함께라서 더 즐거운 이들의 이야기에 삶의 리듬이 넘쳤다.

“저는 어릴 적 무척 내성적이었고 자라면서 성격이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다니고 무대에 올라갈 기회가 있으면 응원해줬더니, 자연스레 적극적인 성격이 되더라고요. 오늘 인터뷰도 듣자마자 하겠다고 나섰지 뭐예요.”
- 임지현 -


서서울예술교육센터와 만나다 집이 근처다 보니 이곳이 생길 때부터 관심을 두고 지켜봤어요. ‘여기에 우리 아이들이 할 만한 프로그램도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죠. 건물 이름을 알게 된 뒤에 누리집을 찾아 수시로 들락거렸어요.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나 주말 행사는 예약이 치열하거든요.(웃음) 처음 개관하고는 단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많았고, 이후로 점점 대상 연령이 낮아지더라고요.
초등학교 저학년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고요. 서진이가 네다섯 살일 때는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서 야외에서 열리는 행사나 여름 축제에 자주 갔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여유가 많아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다 신청했던 것 같아요. 서서울예술교육센터의 프로그램은 문화센터나 일반 교육기관에서 하는 것과 내용 자체에 차별점이 있고, 젊은 예술가들과 예술교육 전문가들이 운영하니 퀄리티 자체가 달라요. 무엇보다 저희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죠. 종종 엄마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해주고 싶어 하는데 아이가 내성적이라든가, 자율적인 활동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이곳에 올수록 점점 기대하게 되고, 어떤 선생님과 함께할지 설레고… 점점 더 애정을 갖게 되더라고요.


“이쪽에서는 책을 읽고, 다양한 만들기를 할 수 있고, 저쪽에 나가면 놀 수도 있어서 여기에 오면 좀 들뜨고 신나요.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을 빼고 공부할 때는 정답이 있는 문제가 많은데,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뭘 하든 정답이 없는 놀이를 할 수 있고, 뭔가 나만의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 서진 -

예술을 위한 교육이 아닌, 예술에 의한 교육 사실 저희 아이들은 미술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어요. 대신에 집 베란다에 아이들이 언제나 활용할 수 있는 미술 재료, 다 쓴 테이프 같은 재활용품을 가득 채워주고 마음껏 작업할 수 있게 했어요. 굳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뭔가를 떠올렸을 때 그것을 바로 조형물로 만들어 내거나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학원에서 배우는 예술은 정해진 계획안이 있고, 시간제한도 있고, 게다가 부모에게 비용을 지불한 만큼의 결과물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선생님의 손길도 많이 들어가게 되잖아요. 하지만 집에서는 오늘 완성하지 못했다면 내일 이어서 할 수도 있고, 실패한 지점에서부터 다시 성공시킬 방법을 고민할 수 있고요.

팬데믹 시기를 견디게 해준, 예술놀이LAB 2020년부터 꾸준히 예술놀이LAB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코로나19 감염 확산 시기에 했던 ‘문 앞의 예술놀이’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다들 집에 머무르고, 외출도 꺼리던 시기잖아요. 그런데 택배로 예술 프로그램을 보내주고 소통할 기회를 마련해주신 게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정말 시간이 많아서, 그 프로그램에 온통 집중해 참여했거든요. ‘코로나’를 거꾸로 한 ‘나로코 행성’이라는 이름으로 택배가 도착했고,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완성한 것을 단체 카톡방에 사진·영상·음성 등 원하는 대로 공유했는데, 내 것을 보여주고 친구들의 것을 구경하면서 서너 시간을 흠뻑 즐겁게 참여한 기억이 나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만든 결과물을 택배로 수거한 다음 TATeaching Artist 선생님의 손을 거쳐 새로운 작품이 완성됐죠.
오랜 시간 예술놀이LAB에 참여하다 보니 선생님들도 기억에 오래 남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이 이수진 TA예요. ‘네모네모 하늘만들기’, ‘우리동네 문화씨 예술로 싹 틔우기’ 같은 프로그램에 재밌게 참여했어요.정형화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활동을 하고, 이후 참여자들의 결과물을 합쳤을 때 커다란 작품이 되는 과정을 자주 보여주셨어요. 아이들이 각자 자기 스타일로 만든 것이 또 하나의 작품이 되는 놀라운 경험이죠.


가족이 함께해서 더 특별한 저는 다른 부모님들에 비해 가족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가끔은 아이보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에요.(웃음) 아이들과 함께하면 수업이 끝난 뒤에도 우리가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추억할 수 있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함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 가정의 경우 부모님이 그 과정에서 실수로 다른 아이와 비교한다거나, 아이의 창작 활동을 방해하는 상황도 종종 있는 것 같아요. 또 어떤 아이들은 혼자 있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부모님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나 싶어요. 꼭 함께하지 않더라도,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영상이나 전시로 기록을 남겨줘서 무척 좋아요. 아이들의 모습, 부모님의 자연스러운 참여, 그런 과정을 자주 보다 보면 분위기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학교에서는 정해진 틀 안에서 따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여기는 틀이 있어도 그 안에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생각보다 엄마와 제가 닮은 부분이 많아서, 친구들과 하는 것도 재밌지만 엄마랑 할 때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서서울예술교육센터 주변에 풀이 많이 자라서 요즘 곤충이 많거든요. 예전에 공기 수집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밖에서 곤충 수업도 해 보고 싶어요.”
- 서아 -

공원을 산책하듯 예술놀이를 경험하는 것 서울시립미술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미술관·박물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에요. 어린이 프로그램에 특화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가장 좋아해요. 도슨트와 전시를 관람한 뒤 그와 연계된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좋더라고요. 얼마 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참여한 ‘식물로 그리는 식물’이라는 프로그램이 인상 깊었어요. 식물의 즙에 화학 성분의 가루를 섞어 다양한 색을 관찰하고, 그 액체로 다시 식물을 그려보는 활동이었죠. 요즘엔 디지털 매체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예술과 접목한 프로그램도 많더라고요. 다만 수업 한 번으로 끝나는 구성이 대부분이라 짧은 시간 안에 결과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일회성 수업보다는 지역민과 관계를 갖고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운영하는 점이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특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한번은 센터 앞 공간에 텃밭을 만들고 두 달 정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우비 입고 씨앗과 모종을 심고, 종종 놀러 와서 물도 주고, 수확물이 생겨서 요리도 해 먹고, 가족도 초대하고… 그런 일련의 활동이 정말 좋았거든요. 함께 참여한 친구들과 메신저로 재밌는 동네 모습도 공유하는 등 자연스레 지역성과 연계되는 활동이다 보니 아이들이 좀 더 주변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것도 예술이 될 수 있지’, ‘이것도 작품이지’ 하면서 다른 시각으로 일상을 살펴보더라고요.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사진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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