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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내 인생의 ‘반려 그림’은 어디에 있을까?

반려 그림 찾는 법

“백발의 할머니가 돼서도 이 그림 보며 아침마다 커피 마실래요.” 한 컬렉터가 SNS에 쓴 글이다. 이런 그림이 ‘반려 그림’이다. 삶의 찬란한 일상을 함께하고 싶은 작품. 이런 작품과 함께라면 가격이 오르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시세차익을 남기는 재판매의 순간을 노려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요즘 미술시장의 뜨거운 활기와 투자 열풍을 보며 여러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과연 ‘컬렉터’는 어떤 이들을 지칭하며 ‘컬렉팅’의 참 의미는 어디에 둬야 하는가? 투자를 목적으로 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현명한 결정일까? 예술품을 소장하는 것은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될 만한 경험일까? 이런 궁금증을 하나씩 짚어보자.

나에게 소중한 단 하나의 그림을 소유한 사람도 ‘컬렉터’라고 부를 수 있다.

반려 그림을 찾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나의 예술적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나도 ‘컬렉터’가 될 수 있을까?

컬렉터’라는 단어는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수집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컬렉터’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고, 미술계 안에서도 그 개념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컬렉터는 소수의 특권층을 의미하거나 고가의 작품을 소장한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다. 나에게 소중한 단 하나의 그림을 소유한 사람도 컬렉터라고 할 수 있다. 미술품을 소장하고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름이다. 컬렉터가 직업은 아니지만 해외 컬렉터의 경우에는 ‘컬렉터’라고 적은 개인 명함을 만들어 자신만의 컬렉션이 있음을 널리 공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와 함께 살아갈 반려 그림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요즘은 다양한 온라인 미술 플랫폼과 예술가의 SNS 계정이 많아 손쉽게 다양한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인상적인 작품을 보면 그 작품을 창작한 작가의 오프라인 전시를 찾아 갤러리 또는 미술관을 방문하면 된다. 처음에는 갤러리나 미술관을 들어가는 일이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몇 차례 방문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진다. 반려 그림을 만나기 위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오랜 세월을 함께할 반려 그림을 만나려면 많은 작품을 접하고, 작품의 창작자인 작가의 철학을 탐색하며, 나의 예술적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먼저다. 미술의 역사와 작가의 작업 세계, 작품을 해석한 비평가의 글이 담긴 다양한 미술 서적을 접하는 일도 중요하다.

김수민, 안숙의 2인전

나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작품

예술품은 작가의 혼과 철학을 담고 태어나기에 소장자에게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깊은 사유와 내면의 만족감, 때로는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꼭 원화 페인팅을 소장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작가의 손맛이 느껴지는 드로잉 작품이나 아트 포스터, 판화, 사진, 조각, 도자기 등 작은 소품을 집이나 사무실 공간에 두고 함께 생활하다 보면 반려동물이나 반려 식물과 교감하듯이 작품과 다양한 감정을 교류하게 된다. 요즘 유행하는 NFT 작품은 실제 생활공간이 아닌 온라인의 메타버스 안 가상공간에만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디지털 작품의 경우에는 휴대전화 화면 또는 모니터 등에 띄워 영상으로 즐기기도 한다. 또한 요즘은 예술 애호가가 모여 함께 미술 강의도 듣고 와인을 마시며 토론하는 커뮤니티 활동도 늘고 있어 미술품을 소장한 이웃과 각자의 반려 그림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다.
반려 그림의 경우 나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소장하기를 추천한다. 부부 또는 가족의 컬렉션은 ‘기념’하기에 좋다. 이를테면 결혼기념일에 소장한 작품 또는 첫아이가 태어난 기념으로 소장한 작품 등은 세월이 가며 가족에게 더 큰 의미로 와닿는다. 반려 그림이 가족의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스트나 경매 전문가가 추천하는 작품도 좋지만 오래 곁에 둬도 질리지 않고 더 가치가 생기는 작품이란 나에게 ‘특별한 감성’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최근 ‘아트테크’라는 용어가 유행하며 미술품 투자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얼마에 산 작품이 지금은 얼마나 올랐고, 어느 작품을 더 일찍 구매하는 기회를 놓쳐서 억울하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지만 미술시장의 수많은 작품 중 큰 수익을 남기며 재판매할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판매자가 나중에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강조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미술 작품은 환금성을 따질 수 없다.
부디 이 글을 읽은 모든 이가 반려 그림을 만나는 일에 투자의 목적을 두기보다는 단 하나의 인생 작품을 만나 함께 생활하며 누리는 기쁨을 깨닫고, 그림을 보며 상상력과 함께 예술가의 세계를 통해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글·사진 구나윤_Graphite on Pink(GOP)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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