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테마토크

1월호

반려는 트렌드가 아니라 ‘문화’다

트렌드 관점에서 바라본 반려 생활

미래의 핵심은 ‘혼자 산다’와 ‘오래 산다’로 요약된다. 지금은 혼자이지만 언젠가 누구와 함께 살 것을 기대하는 사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혼자 살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의 선택지는 다르다. 후자의 경우 멀리 가거나 오래 걸려도 전세를 살거나 집을 매매하는 것을 고려한다.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신중하게 고른다. 예전에는 가족이 살 것으로 예상했던 공기청정기, 로봇 청소기, 식기세척기 구매를 고려한다. 큰 침대 사는 것을 뒤로 미루지 않고 매트리스에 투자한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반려’의 대상을 찾는다.

1 반려묘는 반려견과 함께 가장 대중화된 반려 대상 중 하나다.
2 현대인의 일상에 쉼과 위로를 주는 반려 식물

점점 상승하는 ‘반려’

빅데이터 키워드 추이에서 ‘반려’의 상승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포착됐다. 2019년 1월 발간된 〈생활변화관측지〉 1호에 ‘반려 키워드 중 가장 상승폭이 큰 것은 반려 식물’이라는 내용이 실려 있다. 3년이 지났고 그사이 코로나19를 겪었다. 현재 반려 식물은 일반화됐고, 식물 재배 시장도 커졌다. 2023년 이 시점에서 다시 반려를 주목하면서 세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반려는 트렌드가 아니라 ‘문화’다. 반려에 대한 언급은 코로나19 전에도 상승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더 드라마틱하게 상승하고 있고, 상승폭은 점점 커진다. 2019년 7월 대비해 2022년 7월, ‘반려’라는 키워드는 2.4배 증가했고, 월평균 4만 건 넘게 발현됐다. 월평균 4만 건은 소셜 빅데이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월평균 언급량 수준이다.

둘째, 반려의 대상이 다양해졌다. 2019년이나 지금이나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강아지와 고양이, 그중에서도 ‘강아지’로 변함이 없지만, 반려 대상의 폭은 점차 넓어진다. 동물로는 파충류·물고기로 확장됐고, 반려 식물에 이어 반려 기기까지 반려의 대상에 합류했다. 셋째,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반려의 대상은 ‘기기’다. 반려 기기는 반려 식물처럼 언급량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현재 상승폭이 가장 큰 반려 대상이다. 식기세척기나 로봇 청소기처럼 내가 없을 때 묵묵히 내가 할 일을 해주는 가전을 반려 가전이라 한다. ‘정말 고마워’ 하는 감정을 느끼는 대상이다. 늘 곁에 두는 디지털기기도 반려 대상의 반열에 들었다. 에어팟이나 아이패드를 보면서 ‘나는 이 제품이 없으면 집 밖을 나갈 수가 없어, 항상 같이 붙어 있어, 이것이 반려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로봇 중에서는 인공지능 로봇보다 많이 등장하는 것이 서빙 로봇, 반려 로봇이다. 현대식 쇼핑센터나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서빙 로봇은 대단히 똑똑한 로봇은 아니다. 로봇 청소기처럼 다른 사물과 부딪히지 않고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는 능력으로, 청소를 하는 대신 내가 주문한 음료를 가져다준다. 사람들은 천천히 다가오고 천천히 멀어지는 서빙 로봇을 인내심을 갖고 바라본다. 무생물에 대해 반려성을 느끼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일례로 인형이 있지 않은가? 가게에서 구입하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똑같은 인형이지만 내가 그 인형에 이름을 붙이고 이름을 부를 때, 그 인형이 살아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반려의 조건은 무엇일까?

반려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고유한 이름’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K사의 ‘지니’가 있고, S사의 ‘누구’가 있다. 누가 많이 불렸을까? 당연히 ‘지니’가 많이 불렸다. ‘지니야’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워도 ‘누구야’는 이름이라고 하기가 어렵다.
반려의 두 번째 조건은 ‘감정’이다. 묵묵히 일하는 우렁각시를 닮은 가전처럼 아주 고맙다든지, 인형이나 강아지처럼 아주 귀엽다든지, 인간이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반려 대상이 똑똑하다고 인정받거나 존경받을 필요는 없다.
반려의 세 번째 조건은 ‘반응’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특출한 자료를 찾아오거나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할 필요는 없다. 그것보다는 인간의 말에 대꾸를 해야 한다. 못 알아들었을 경우 “못 알아들었습니다”라고 눈을 깜빡이며 말하는 것이 반려성을 획득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반려의 네 번째 조건은 간과하기 쉽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 바로 ‘성장’이다. 반려 식물에서 사람들이 가장 환호하는 순간은 싹이 텄을 때다. 너무 완벽해서 말이 필요 없는 기기가 아니라 1.0, 2.0으로 버전업을 할 때, 그리고 그 버전업을 소비자가 느낄 수 있으며 이왕이면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변화할 때 소비자는 역사를 같이했다고 느낀다. 게임의 업그레이드 같은 것이다.
냉장고가 반려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우리 제품이, 우리 브랜드가 반려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혼자 오래 살 것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반려는 필수다. 그리고 더 강화될 것이다. 모든 제품과 브랜드가 어떤 면에서 반려성을 가져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이것은 내 것, ‘my own’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어야 한다.

박현영_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데이터’라는 숫자를 ‘이야기’라는 글로 쓰는 것을 좋아한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트렌드 노트》 시리즈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 사진 제공 pexels.com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