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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0월호

예술 매체로서 사운드

다양한 사운드아트의 세계

1900년대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는 클래식 음악에서 원치 않는 소리, 노이즈Noise를 예술의 주요한 소재로 가져왔다. 이들이 반부르주아적 태도를 삶의 철학으로 삼고 비非음악적 소리인 노이즈의 미학적 가능성을 실험한 것이 ‘사운드아트Sound Art’의 시작이다. 1913년 이탈리아 미래파 화가, 루이지 루솔로Luigi Russolo는 ‘소음 예술 선언’을 발표한다. 그는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차의 엔진 소리나 공장의 모터 소리 같은 새로운 소리, 노이즈를 만들었으며 노이즈는 클래식 음악의 예술적 지위를 넘어선다고 선언한다.
그는 소음을 내는 기계 ‘인토나루모리Intonarumori’를 제작해 1914년 밀라노에서 ‘도시의 각성’ ‘자동차와 비행기의 만남’ 같은 곡을 발표한다.
당시 작곡가들은 기계 자체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그 음악적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한 탓에 이 기계는 사라지게 된다.

사운드아트, 간략한 역사

1955년 10월 도쿄 오하라 회관에서 제1회 <구타이 미술전>이 개최됐다. 전시에는 최초의 사운드 조각 작업 중 하나인 다나카 아쓰코田中敦子의 <작업(종)Work(Bell)>이 있었다. 작가는 전시장 바닥에 2m 간격으로 20개의 전자 종을 놓았다. 관객이 버튼을 누르면 종이 차례로 울리기 시작한다. 사운드는 시작점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오며, 공간을 음향적으로 감각하게 한다. 다나카는 이 작업을 “소리로 공간을 그리는 풍경화”라고 말한다. 이는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Interactive 작업의 초기 형식이 된다.
1960년대 사운드아트는 단순하게 새롭기에 핫한 매체가 아니라 하나의 개념이며 운동이었다. 반문화와 혁명의 정신으로 당시 예술가들은 상품화하거나 수집하기 어려운 무형의 예술, 아름다운 음악이 아닌 불협화음의 노이즈를 실험하고 있었다. 반예술, 무정형 예술의 영역에서 자본 밖 예술의 최전선을 탐구했다. 사운드아트는 예술이 갖는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는 매우 드문 장르로 이해받기 시작했다.
프랑스 국립 라디오텔레비전방송국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피에르 셰페르Pierre Schaeffer는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소음으로 작곡한 자신의 음악을 ‘구체음악Musique concrete’이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는 1948년 파리 바티욜 역에서 녹음한 다양한 기차 소리를 변형해 만든 곡 ‘철도 에튀드’를 라디오로 방송한다. 추상적 소리를 악보로 그리는 클래식 작곡 기법과 대비되는 구체적 녹음 소리, 녹음테이프를 가지고 작곡한다는 의미다. 악기 연주나 연주자가 전제 조건이던 종래의 작곡 방식을 뛰어넘어 소리 자체와 소리를 합성하는 방법에 따라 음악이 구성되는 새로운 작곡 형태를 보여준다. 자기 테이프를 사용해 음악을 만든 최초의 작곡가로, 그의 음악은 샘플링에 기반하는 전자음악의 시작으로 인정받는다.
청각 문화 대부분이 대중음악으로 포섭된 1990년대 이후, 사운드아트는 청각 문화의 예술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운드아트라는 예술 장르는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원리, 관객의 미감을 획일화하려는 정치적 의도, 무비판적 수용을 강요하는 시장체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사운드아트는 현대 예술 장르에서도 가장 비상업적이며 반문화산업적 매체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사운드아트, 실천

서양 클래식 음악 작곡가의 역사는 ‘남성 작곡가’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서야 여성 사운드아티스트Sound Artist의 작업을 재평가하고 새롭게 주목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 인물이 엘리안 라디그Eliane Radigue, 1932~다. 1950년대 이후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엘리안 라디그는 2000년대까지 주로 신시사이저 음악을, 2001년부터 현재까지는 어쿠스틱 사운드 제작에 주력해 오고 있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느린’ 사운드를 연출한 1970년대 이래로 어쿠스틱 사운드 작업을 해왔다.
그의 대표작 <바이오제네시스Biogenesis>에서 라디그는 아들을 임신했을 때와 딸이 첫 손주를 임신했을 때 태아가 움직일 때 나는 소리를 녹음한 사운드를 활용했다. 청진기와 마이크, ARP 신시사이저만을 사용해 맥박과 심장의 박동을 소재로 <바이오제네시스>를 작곡했다. 작업의 제목인 <바이오제네시스>는 ‘생물속생설’을 말한다. 이는 신이 생물을 창조했다는 ‘자연발생설’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살아 있는 생물은 반드시 살아 있는 것으로부터 나온다는 이론이다. 라디그는 말한다. “저의 작곡은 언제나 극적 변화를 피해 왔으며, 이는 여전히 제 작곡의 규칙입니다. 모든 음은 매우 느리게 변화합니다. 음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느리게 전개됩니다.”
크리스티나 쿠비슈Christina Kubisch, 1948~는 독일 사운드아티스트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회화와 음악, 전자공학을 수학한 뒤 베를린을 중심으로 유럽 및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로 1970년대의 퍼포먼스, 공연 및 미디어 작업을 선보이며 자외선을 이용한 사운드 설치 및 조각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08년 독일 사운드 아트 어워드에서 디지털 음악 부문 명예상을 수상했다.
그의 대표작 <테슬라의 꿈Tesla’s Dream>은 19세기 악기인 아르모니카 소리와 오스트리아의 옛 기차역에서 녹음한 자기장 소리로 시작한다. 이어서 브라티슬라바의 옛 타트라 전차선로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한 전자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테슬라1의 기기가 내는 사운드가 함께 연주된다.

: 2018년 진행한 이오아나 브레메 모저의 〈코케타Coquetta〉(사운드 이펙트 서울)

사운드아트, 한국

2007년 시작한 <사운드 이펙트 서울>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국제 사운드아트 페스티벌이다. 현대미술 작가이자 큐레이터인 바루흐 고틀립과 필자가 함께 2019년까지 총 6회의 <사운드 이펙트 서울>을 기획했다. 이를 통해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많은 국내외 사운드아티스트를 서울 관객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시각예술가, 미디어아티스트, 행위예술가, 현대음악가, 일렉트로닉 뮤지션, 문학가, 정치학자와 문화비평가 등 다양한 문화 실천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축제를 벌여왔다.
한국에서는 K-POP 음악으로 대표되는 대중음악이 일상 속 듣기 문화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면서 지난 15년 동안 서울에서 사운드아트는 문화 상품이 아닌 듣기 문화를 구축하고자 제 영역을 확장해 왔다. 문래예술공장에서는 수년간 ‘음악·사운드아트 특화사업’을 통해 다양한 사운드아티스트의 실험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사운드아티스트입니다’라는 뜻을 지닌 사운드아티스트 페스티벌 <WeSA>는 사운드아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아티스트 간의 네트워킹을 도모하기 위해 2014년부터 사운드아트 교육 프로그램, 레지던시, 페스티벌 등 다양한 실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11월 12일 토요일 성동구 OHHO에서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WeSA> 누리집wesa.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8월 24일부터 11월 27일까지 열리는 <도시공명>은 도시를 듣기 행위로 인지하는 전시다. 참여 작가 중 한 명인 권병준은 1990년대 인디밴드에서 활동한 바 있으며 이후 헤이그왕립음악원에서 음향학을 전공했다. 이 전시에서 권병준은 관객이 헤드폰을 쓰고 각기 다른 위치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야외 공간을 거니는 작업을 소개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장소 특정적 소리를 들으며 주변의 평화로운 경관과 대비되는 긴장과 불안 같은 다양한 감정을 환기시키는 사운드 작업이다. 또 다른 사운드아트 전시인 김희천·이옥경의 <필드 기억>이 백남준아트센터에서 11월 20일까지 열리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내년 2월 26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이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을 대대적으로 복원해 다시 켜는 것을 기념해 열린다. 음악감독 장영규가 백남준이 직접 연주한 곡을 한국 고전설화의 주인공 심청과 춘향의 심경에 비유한 사운드 설치 작품 ‘휘이 댕 으르르르르 어헝’으로 소개한다.

2021년 대안공간 루프에서 진행한 권병준의 사운드 작품 〈간결한 생각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8월 24일부터 11월 27일까지 열리는 <도시공명>은 도시를 듣기 행위로 인지하는 전시다. 참여 작가 중 한 명인 권병준은 1990년대 인디밴드에서 활동한 바 있으며 이후 헤이그왕립음악원에서 음향학을 전공했다. 이 전시에서 권병준은 관객이 헤드폰을 쓰고 각기 다른 위치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야외 공간을 거니는 작업을 소개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장소 특정적 소리를 들으며 주변의 평화로운 경관과 대비되는 긴장과 불안 같은 다양한 감정을 환기시키는 사운드 작업이다.
또 다른 사운드아트 전시인 김희천·이옥경의 <필드 기억>이 백남준아트센터에서 11월 20일까지 열리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내년 2월 26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이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을 대대적으로 복원해 다시 켜는 것을 기념해 열린다. 음악감독 장영규가 백남준이 직접 연주한 곡을 한국 고전설화의 주인공 심청과 춘향의 심경에 비유한 사운드 설치 작품 ‘휘이 댕 으르르르르 어헝’으로 소개한다.

양지윤_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 사진 제공 양지윤

서울거리예술축제 2022 : 〈너에게, 나에게 듣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모든 의사소통을 문자로 하는 것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에게는 타인과 전화, 즉 ‘목소리’로 직접 소통하는 일은 두려움 자체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서울거리예술축제에서 선보이는 사운드아트 작품 〈너에게, 나에게 듣다〉는 배경 사운드 위에 순차적으로 기록된 목소리가 다양한 시간 위에 삽입돼 때때로 서로 만났다가 헤어지며 새로운 사운드를 만든다. 이 사운드는 8개의 스피커로 서울광장 내 ‘테란바그, 서울’ 안에서 울려 퍼진다. 참여자는 레트로 무전기 마이크와 오디오 신호처리 임베디드 시스템을 결합한 녹음 장치에 10년 후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목소리로 남긴다. 〈너에게, 나에게 듣다〉를 통해 유니크한 자신만의 목소리로 나를 찾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임을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다.

관람시간
9월 30일(금) 14:30 / 16:30 / 21:00
10월 1일(토) 15:30 / 18:00 / 21:00
10월 2일(일) 14:00 / 17:00 / 19:30

장소 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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