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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5월호

VR은 창작자에게 도전이자 힌트
미디어아티스트 올리버 그림·임지영

미디어아티스트 올리버 그림Oliver Griem은 1995년 독일에서 대학원 졸업 작품으로 한국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20여 년째 한국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작가다. 임지영은 기억·무의식·꿈 등의 주제를 영상과 그래픽으로 시각화하는 아티스트다. 부부인 두 작가는 영상·설치·인터랙티브 등 다양한 매체 실험을 꾸준히 해오며 VR 기술도 작업에 자연스레 활용하게 됐다. 서울예술교육센터의 아츠포틴즈 뉴미디어 VR 워크숍 강사를 맡은 두 작가를 만나 VR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예술교육센터VR 워크숍 <2001/2023:스페이스 오딧세이> 현장에서 만난 올리버 그림(왼쪽)·임지영 작가

Q 처음 VR을 어떻게 접했는지 궁금합니다.
올리버 그림

저는 1990년대부터 미디어 작업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VR 기술이 활발하게 이야기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 무렵 그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접하고 경험한 것은 2016년이고요.

임지영

저는 올리버가 찍은 서울의 재개발 지역 풍경, 평양을 360도 영상에 담은 작품으로 VR을 처음 경험했어요. 올리버의 작업을 부연하자면, 1990년대 중반부터 360도로 모니터가 회전하는 영상을 선보였고, 이후에 360도 카메라가 없던 때는 직접 3D프린터로 커넥터를 만들고 이것으로 액션캠 6개를 이어서 360도 영상을 찍었죠. VR 기술이 등장한 후 360도 영상 소스를 VR로 변환하는 작업도 계속해 왔고요. 마치 가상현실 작업의 기술 변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느낌이 듭니다.

Q VR 기술을 작업에 활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임지영

제 경우에는 올리버와의 협업이나 아이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VR 작업을 접하고 있습니다. VR 작업은 다양한 방면에서 전문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혼자 작업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전보다 VR이나 360도 영상 작업에 접근이 용이해져서 점점 VR로 영상작업을 풀고 싶은 욕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올리버 그림

VR은 다른 작업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게 쉽지 않죠. 기술과 연관성 높은 작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Q 올리버 작가님은 활동 초기부터 360도 영상 작업을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올리버 그림

대학생 시절 비디오아트 작업을 했습니다. 제친구들은 주로 영화를 공부했는데, 영화는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매체고 그 안에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의도하고 구성해 관객이 따라가면서 보게 만드는 방식의 작업이죠. 360도 영상이 이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프레임이 없다는 점이에요. 헤드셋을 착용한 관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본인이 보고 싶은 것을 보면 되거든요. 감독(작가)도 그가 뭘 보고 있는지 알 수 없고, 관객은 자신의 의지대로 주변을 탐험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는 그런 자유를 좋아해요. 360도 영상은 관객과 감독 모두에게 도전이죠.

Q 작가님들께서는 VR 작업으로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지, 혹은 현실을 반영하고 여기서 이어나간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임지영

‘가상현실’ ‘초현실’ ‘비현실’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들은 모두 ‘현실’에 근간을 둔 단어입니다. 현실에 기반해, 현실의 문제로, 가상 안에서 ‘실재’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결국 이들 모두 현실에 대한 질문이 아닐까 해요. 아직까지는 VR 작업?체험이 시각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감각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실감도가 더 높아질 거예요. 그럼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해지겠네요. 가상공간에서도 현실과 연결되는 다른 삶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럼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지금과는 또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Q 두 분 모두 오랜 시간 작업하며 꾸준히 견지해 온 주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각자 그 주제는 무엇인지, 이를 표현하는 데 VR이 어떤 점에서 효과적인 매체라고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올리버 그림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사회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기 살면서 발견하는 문제를 다루고 싶은 마음이 있죠. 도시 재개발도 그중 하나고요. 저는 이런저런 매체로 작업하면서 새로운 매체?기술의 특징을 연구하고, 가능하면 활용해 보려고해요. 영상을 했다가 설치 작업도 하고 VR 영상도 만들어보는데, 각각 그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더라고요. 제 작업의 주제를 표현하는 데 VR 기술이 적확하다고 할 수 없지만, 어떤 작업은 ‘실감’이라는 VR의 장점이 주제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작업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임지영

제가 관심 있는 주제는 꿈?무의식?기억과 같은 것인데 이런 주제가 ‘가상’과 닿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초록색 뱀 일곱 마리가 집 대문 앞에 나란히 서있는 꿈을 꿨는데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한 나머지 한동안 진짜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그게 꿈이지 어떻게 현실이겠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 말씀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진짜 봤다고 믿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현실과 가상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돼요. 많은 이가 꽤 오래전부터 던져온 질문인데 VR이 점차 대중화하면서 그 질문이 가깝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 기술을 천천히 접하고 있고, 제가 관심 갖는 주제와도 견주어 고민해 보게 됩니다.

Q 진행 중인 VR 작업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올리버 그림

요즘 하는 작업은 용산 미군기지에 대한 것입니다. 예전에 용산 미군기지 이전 관련 연구 모임에 참여하면서 기지 내 풍경을 재구성한 디오라마(<DivineMercy>(2020))를 만든 적이 있는데, 그 디오라마를 스캔해서 VR로 옮기는 작업이에요. 용산 미군기지 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곳인데 여기 들어가 가까이서 보고싶은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기지를 작은 모형으로 만들고, VR을 이용해 기지를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임지영

2000년대 초반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라는 웹 인터랙티브 작업을 했어요. 하이퍼링크와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했는데, 현재 어도비 플래시 지원이 완전히 종료돼 이제 그 작업을 감상할 수 없죠. 토끼털이 달린 구두를 쫓아서 하이퍼링크를 통해 공간을 이동하는 작업이었는데 이것을 VR로 변환하고 싶어서 구상 중입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기술과 연관성 높은 창작자가 겪는 일이기도 하네요.

이아림 객원 기자 |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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