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테마토크

4월호

경고 먹었습니다
스팍TV 운영자의 저작권 체험기

필자는 작년부터 서울문화재단(이하 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스팍TV>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채널은 구글로부터 저작권 위반 경고를 받았다. 아무 영상이나 올렸을 리가 없는데 스팍TV에 이런 경고라니. 당황한 마음을 추스르고 경위를 파악해 재단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결론은, 영상 자체에 대한 저작권뿐만 아니라 영상에 넣은 모든 저작물의 권리를 꼼꼼하게 살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꼭지에서 그 과정에 대한 ‘썰’을 풀어보기로 한다.

“저작권 위반 경고 1회: 저작권 소유자가 귀하의 동영상에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자료가 포함됐다고 판단해 동영상의 게시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경고를 받은 영상은 2017년 생활문화MCN(이하 MCN) 사업 일환으로 제작된 것이다(현재는 삭제해 볼 수 없다). 앞부분은 음악 밴드의 연습 과정을 스케치하고 인터뷰한 영상을 재생하고, 후반부에 공연 현장을 담아낸 구성이었다. 유튜브 저작권 위반 경고를 꼼꼼히 살피다가 마침내 찾아낸 위반 사항은 영상 마지막 부분 그룹의 공연 실황을 담는 과정에서 함께 녹음된 ‘음악’으로 추정됐다(유튜브에서는 위반 조항의 제목만 알려주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사항이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유튜브는 세 가지 조치 방법을 알려줬다. ① 아무 조치도 취하지않고, 유튜브 저작권 학교 과정 수료 ② 신고자에게 직접 요청해 신고 철회 요청 ③ 반론 통지를 제출(법적 요청)하라고.
영상은 MCN이 만들었고, MCN과의 계약서에는 재단에도 영상의 저작권이 있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다. 신고자에게 신고 철회를 요청하고, 만약 연락이 닿지 않으면 반론 통지를 제출하겠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재단 고문 변호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자문 내용은 정확한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 그리고 영리 목적이 아닌데도 저작권 위반이 될 수 있는지를 담았다. 자세한 질문과 답변은 다음과 같다.

서울문화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스팍TV> 갈무리

Q

직접 제작하지 않은 영상에 대한 저작권 침해 경고를 스팍TV가 받는 게 합당한지 궁금합니다.

A

스팍TV를 운영하고 영상을 올린 주체가 재단이므로 경고를 받는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재발 방지를 위해 크리에이터와의 계약 사항이나 기타 추가로 조치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보내준 계약서에 크리에이터 인력의 저작권법 문제 방지 의무가 누락됐습니다. 통상 이와 같은 용역계약 시에 “을은 갑에게 제공하는 콘텐츠에 저작권법을 포함한 일체의 법적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이로 인해 갑이 제3자로부터 청구를 받거나 클레임을 당한 경우 갑을 면책해야 하고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등과 같은 의무 조항을 넣습니다. 추후 용역계약서 작성 시 위와 같은 의무 조항을 기입하기 바랍니다.

Q

‘공정이용’으로 해석해 반론 통지를 제출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재단과 재단의 활동은 영리 목적이 아니며, 스팍TV로 수익 창출을 하지 않습니다. 서울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채널 목적에 따라 관련 콘텐츠를 ‘공정이용’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A

공정이용(저작권법 제35조의5)은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는데요. 이때 이용 목적, 저작물의 종류·용도,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저작물의 현재 가치나 잠재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재단이 그 영상물로 수익을 얻지는 않지만, 저작권자는 저작물의 상업적 가치를 재단이 훼손한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즉, 재단의 행위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현재 또는 잠재 가치에 영향을 미쳐 정당한 이익을 해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본 건과 같은 경우를 공정이용으로 허용해 준다면 정부기관이나 기타 공공기관은 타인의 저작물을 사실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참조하세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결론을 말하자면, 신고자는 메일에 답변하지 않았다. 영상을 올린 재단이 경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변호사의 답변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유튜브 저작권 학교 과정을 수료하고 경고 소멸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계약서에 추가해야 하는 사항은 다행히도 몇 년 전부터 넣어 사용하고 있었다. 맥이 풀렸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음악이 모르는 곳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알아차린 아티스트의 속상함보다는 못할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저작권 문화》가 있다. 감사하게도 위원회에서 재단으로 매달 보내주는데 이 사건 이후로 애독자가 됐다. 《저작권 문화》 표지에는 작게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이라는 부제가 쓰여 있다. 모두가 저작권에 조금 더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송지나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 | 자문 최희정 법무법인 별 변호사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